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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공시 장수생이라 힘들다'는 글을 본 후기
14,222 75
2022.08.2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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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일톡이나 다른 게시판에서, 공시하다가 장수생 됐는데 죽고싶다.

등의 글들을 보고 내 과거가 생각나서 그냥 한번 적어보는 후기. (그냥 가볍게 음슴체로 쓸게. 가볍게 읽어주길 바람)


나는 원래 지잡대 출신이고, 처음엔 편입영어를 준비했었음.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사실, 전공과 잘 안맞아서 적응 못한게 맞음) 편입영어 준비하다가 생각해보니 이럴게 아니라 

그냥 공무원이 되면 직장도 바꾸고, 부모님도 좋아하실 거고,,,등등의 생각으로 공시로 전향했음.


뭐, 처음엔 열정도 충만했고, 26살 여름에 편입시험 준비하고서 시작한거라. 세번째 떨어지고 나니까 29살이 되었었음. 

사실, 이때쯤이면 그만 발 빼고 나와야 하는게 맞지. 알고는 있는데 진짜 쉽지가 않았음. 

겨우 한 문제인데...한번 만 더 하면 되지 않을까? 했고, 이런 생각들이 나를 장수생이 되는 길로 이끌었어.


그러면서 서른이 됐고, 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냥 시험은 붙잡고 있는데 공부는 안하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히키코모리 처럼 집에서 안나옴. 결국엔, 도서관도 안다니게 됨. 거의 그냥 집에 있었음. 

부모님은 당근 심한말도 해가면서 나를 달래고 하셨지만, 나는 그냥 인생포기 상태. =자살. 모든 생각의 끝에는 자살이었고,

32살에는 이게 심해져서 시도도 해봤음. (뭐...중간이야기는 생략할게)


그러다 다시 취업을 34살에 하게 됐다.


솔직히 거의 10년 만에 취업인데 뭘 알겠음. 스펙도 토익 710점 만든게 겨우 다고...정신적으로도 완전 유리멘탈이었고,

처음엔 거의 맨날 토했음. 손은 떨리고, 몸은 항상 긴장되어있고, 말은 어눌하고, 내가 전달한 말은 나한테만 겨우 들리고,

선배들이고 동료들한테 죄다 굽신굽신거렸어. 뭐 잘못한것도 전혀 없는데 그냥 그게 그렇게 됐음.

쨋든, 중소기업이었는데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만난 선배들이나 동료들이 착한 사람들이긴 했음.

거기서 1년 일하고, 다른곳으로 이직함. 집 근처에 더 괜찮은 회사가 있길래 옮겼음.


그런데 이직한데서 몇개월 일하다 보니, 전 회사 사람한테 전화가 오는거임. 뭐지?했었는데...

전 회사 다닐때 같은 팀원..(팀원이라 해봐야 나 포함해서 4명인데...)무튼 우리가 한 계약이 잘못되서 소송에 걸림.

자세하게 적고 싶지만 주변인들이 알게 될까봐 적지 않겠음. 무튼 그중 3명은 그쪽 회사니까 이미 회사측에서 변호사 사서 

변론하고 뭐 알아서 처리되어가는데...나는 사실 한것도 별로 없지만 같은 팀원인지라 거기 휘말린건데...무튼 나는 그 회사 직원이

아니라서 혼자 변호사 알아보고 뛰어다니면서 2년간 염병천병하면서 소송하고, 무튼 잘 마무리 되었음.


그러다 37살 연말에 회사 건강검진을 받았는데...거기서 뭐가 발견됨.(이것도 병 얘기하면 나인거 알까봐 말은 못하겠고)

무튼지간에 그래서 내가 죽네 사네...하다가 1년간 약치료 받고 입원하고...지금도 아직 완쾌받은건 아니고 계속 추적관찰중임.


그리고 올해 40살이 되었고,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그전과는 전혀 상관도 없고. 솔직히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단순한 일을 운좋게 계약직으로 들어와서 일하고 있음.



내가 그냥 투병하면서 더쿠 와서 지나가다 보니까 '공시 몇년 하다 장수생인데...죽고싶다. 힘들다'는 이야기들 너무 많이 봤고,

나도 겪었던 일이라 그냥 한마디 하고 가려고 써봄. 너무 내 얘기가 길어져서 미안해. 

그냥 내가 하고 싶었던 글의 요지는 '세상 다 잃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죽지 말라고....그냥 오늘 하루만 더 버텨보라고.' 임.



장수생들이고, 시험에 몇번 떨어진 사람들이고 지금 겁나 힘들거야. 어떻게 안 힘들수 있겠어?

나이는 많지, 스펙은 없지, 벌어놓은 돈은 없지, 그렇다고 무슨 기술이나 재능이 특별하게 있나?

이도저도 아니면 집에 뭐 물려받을 재산이라도? 아니 뭐...ㅈㄴ 신이 내린 몸매나 얼굴 ....  염병...아무것도 없어.


근데 내가 그 시기를 지나와서 보니까 굳이 그럴필요 있나? 싶어. 내가 근 5년간 내 인생을 돌아보니까 법원이고 병원이고, 

스펙타클하게 겪고 나서 느끼는 거라고 하기엔 너무 말의 무게가 무겁고...그냥 40정도의 나이가 되어보니까....

가끔 핫게에도 올라오잖아. "인생을 살때는 그냥 그래서 뭐? ㅅㅂ 좆까라고 해..."이런 마인드도 좀 필요하다고.


니네가 뭐 죄를 지었음? 아니 뭐 마약이나 도박에 한 십년 빠져 있었던 거임? 

아니 그냥 내 미래를 좀 더 잘 살아보겠다고 젊은 날 어디 한번 제대로 가보지도 못하고, 도서관이고 집이고 처박혀서 영단어 외우고, 문제집풀고...그랬던 것 뿐임.

그거 몇번, 아니 한 10번 떨어져도 괜찮아. 그냥 그 시험이 나한테 안 맞는거야. 내 크기를 왜 그 시험 따위에 걸고...내 인생 전부를 그 시험결과에 걸어...

그러지말어...그거 그냥 좀 쪽팔리면 되는일임. 아니 솔직히 쪽팔일 일도 아니지 않아? 스스로가 알면 되는거임. 남들이 꼭 알아주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누가 그래? 내가 열심히 했고. 설령 열심히 안했다고 해도...그 시간들이 나중에 돌아보면 절대 헛짓이 아니란걸 알~때가 와....


겁나게 열심히 했는데도 안된 사람들은 '아...나는 이건 안되는가 부다.'하고 생각하면 되는거고, 

내가 봐도 ㅈㄴ게 열심히는 안한거 같네...시간 낭비만 겁나 한거 같아. 이런 사람들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더이상의 시간 낭비 안할거야...

괜히 자기계발서에서 실패에서도 배웁니다. 이지랄하는게 아니란 거임. 그니까 제발 기죽지 말라고....그 시험으로 니 인생 전부를 다 갉아먹지말어.


내가 병 선고 받고 병원에서 하얀색 천장 바라보면서 뭐가 제일 억울했냐면...공시 생활 하면서 나한테 진짜 ㅈㄴ게 못되게 군거....

나는 나한테 별애별 욕이란 욕은 다하고, 저주 퍼붓고, 진짜 결국 끝은 죽어야 된다느니...막 이러면서 스스로를 학대 했거든.

근데 병원에서 누워서 치료받으면서 그 시간이 너무 후회됐어. 



스스로한테 친절하게 군다는게 진짜 어려운 사람들 많을거야. 근데 친절하게 대해. 남한테 추앙 어쩌고...그런거 바라지 말고...

너 자신을 니가 추앙해....지금까지 충분히들 고생했어. 스스로한테 결과가 어떻든간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스스로 다독여줘.

집에만 있지말고, 그냥 ㅈ 까라고 해라 하면서 당당하게 어깨 피고, 친구들도 만나. 그냥 농담 씹어먹기처럼 '나 염병 몇년을 했는데도 안되더라.'하면서 

장난으로 웃어넘기고....그래도 전혀 기분이 나아지지가 않으면 '아...저기 40살 먹고도 제대로 된 경력 하나 없고, 모아둔 돈도 없고, 결혼도 못한 노처녀에, 병도 있는...

저런 사람도 살지?'하면서 나라도 떠올리면서 내가 그 사람보단 젊지, 나는 그 사람보다 이건 할 수 있지 하면서 나랑 비교해도 좋아...


지금 생각해봐. 20살 애기들이 수능 망쳤다고 죽는다고 하면 너넨 뭐라고 할거 같아? 그거 다 지나가...살면서 수능?그거 별것도 아니야. 아마 그럴꺼임.

공시도 진짜 별어 아녀. 7수 8수...뭐가 대수야? 내가 그렇다고 범법을 행했나? 물론, 내 부모님 가슴 아프게 하면서 몇년간 힘들게 한 거 맞아.

그거 알면 됨. 그럼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볼 힘이 생긴다고. 그리고 친구들하고 비교하면서 인스타 좀 하지말어. 나도 그랬어. 그놈의 싸이월드 파도타면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쟤는 어디 취업했네. 쟤는 해외여행 갔다왔구나. 쟤는 집을샀어? ㅅㅂ 나는 이게 뭐지?내가 어쩌다....그러다 결국은 죽자. 나는 죽어야돼...

삶의 의미같은거 부여하면서 여기저기 인스타의 무슨 좋은말 가져와서 어쩌고 저쩌고... 나는 그 인생이 아니네 뭐네...하면서 그러지 말어.

그거 그냥 다 좆까라고 해. 지들이 내 인생 살아봤냐? 지들이 나를 알어? 지들이 뭔데? 하고 그냥 넘겨. 


그냥 그 시험에서의 결과가 안좋을 뿐이지, 너의 인생 자체가 잘못된거 아니야. 아직 끝난게 아니야. 인생은 생각보다 대게 길고, 편하지만은 않은것 같아.

어른들이 "돌아보면 인생이 힘들었어...그 중에서 몇몇 행복한 기억들로 살아온거야..."이런 얘기 괜히 하는게 아닌거 같은게...

겉으론 다들 재밌고 대게 잘 사는거 같아도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걔나 너나 크게 다르지 않을거야. 

그니까 장수생이라서...서른이 됐는데 아무것도 없어서...뭐 그런뭐뭐 했는데 안됐다고...제발....

인생 다 끝난것처럼 그러지 말어. 다들 잘 살아보려고 노력한거 아닌가? 누가 자기 인생 망할라고 그런 선택했어? 그런사람? 있음?

그러니까 애들아 제발 시험에서 떨어졌다고....움츠리지 말어. 충분히 잘해왔어. 그 시간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게 아니라고...

그리고 지금까지 잘 안해왔어도 괜찮아. 지금부터 잘 할거니까...


아니 뭐....꼭 잘할필요있나? 그냥 오늘 하루를 더 버티는 것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대단한거야.



그냥 힘든덬들이 힘을 내어서 오늘 하루 더 잘 버텼음 좋겠음. 


아직 반백년도 안살았지만...40년 살아보니까 별거없다. 인생...ㅋ 


다들 좋은 주말 보내고. 단순하게 살자. 생각이 많아질때는 그냥 외쳐..."ㅅㅂ 좆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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