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아주 평범했어
어느날부터인가 무척 우울하고 심적으로 힘들어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설득해서 상담센터에 보냄
상담센터에서는 정신과를 추천해서 정신과에 감
하지만 상담사나 정신과 의사에게 뭐든지 다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날마다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내가 저절로 감쓰통이 됨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들어주는 게 어떨때는 좀 귀찮고 짜증나긴 해도 내가 한 긍정 하는 성격이라서
이 친구가 상황을 비관하고 우울해하면 어떻게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주곤 했거든
아마 나랑 비슷한 덬들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근데 내가 틀렸어
도망쳐야 해
무조건
보통 우울증 지인이 있으면 병원, 상담 추천해주고 응원해주라고 얘기하잖아?
내가 보던 미드에도 우울증은 약 먹으면 낫는 병이라고 나왔어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그것도 일종의 판타지 같아
우울증 걸려서 약을 먹어
그런데 처음부터 잘 맞는 약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약이 안맞아
약이 안맞으면 부작용이 생기지
그럼 그 부작용은 누구에게 푼다? 감쓰통인 나야
잘 맞는 약이 생겼다고 끝이 아니야
그냥 증상만 경감시킬 뿐이지 우울증 자체가 어디 가는 건 아니라서
뭔가 조금만 심기에 거슬리는 사건이 있어도 약이랑 상관없이 너무너무 우울해해
당연히 그건 나에게 풀어내고..........
내 지인은 피해망상까지 있어서 더 힘들었어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질투하고 세상이 자길 미워한다고 생각해
심지어 나도 질투하는데.. 안 그런척 하지만 다 느껴지는 거 있지
하지만 상관 없었어 다 아파서 그런거지 이 친구 탓이 아니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이상해지고 있더라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고 이 친구 카톡 알림창이 뜨면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아파
그래도 꾹꾹 눌러참다가
일이 터졌어
내가 너무나 힘든 일이 생겨서 이 친구에게도 털어놓았어
평소엔 힘든 일 생겨도 별로 말 안하거든 근데 그건 진짜 나도 너무 멘붕이라 털어놓았는데...
친구 반응 : ㅋㅋㅋ앜 (진짜 이거 한줄)
그리고 한시간 뒤에 자기가 하고싶은 이야기 함...
우울한 이야기도 아니야 그냥 남 가십
너무 믿어지지가 않아서 하루쯤 뒤에 그 얘기를 다시 꺼냈어
친구 : ㅇㅇ 해결함?
나 : 응 ~~~하고 ~~~ 해서 겨우 해결했는데 너무 화남 ㅅㅂ (한 여섯줄 연타로 보냄)
친구 : ㅋㅋㅋㅋㅋ
방금 카톡 뒤져보면서 쓴거라 인증될만한 거 말곤 다 똑같아
머리가 띵하더라고 나는 진짜 얘한테 감쓰통 말곤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고
그래도 아픈애라고 멘탈 붙잡으면서 며칠뒤에 기회생겼을 때
너가 내말에 제대로 반응 안해줘서 섭섭하다 그래도 힘든 거 아니까 이해한다
이렇게 보냈지
그랬더니 응 나 요새 반응을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에 안떠올라 ㅜㅜ 이런식으로 답장이 온거야...........
사과는 당연 없구....
그런데 본인 얘기 할땐 반응 너무너무 잘하거든 ㅎㅎ..
아 진짜 얜 안되겠구나 싶어서 적당한 핑계 대고 연락 끊었어
그러니 계속 연락이 오더라고
결국 사실대로 얘기했어 너무 힘들어서 너랑 얘기 못하겠다고
그러니까 친구가 너 힘든 줄 전혀 몰랐다는거야..........
ㅎㅎㅎㅎ
사과를 하긴하는데 그냥 본인 우울한 얘기 많이 털어놓아서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이었어
실제로 내가 얘랑 손절하게 만든 문제는 전혀 다른거였는데 말이지
얘한테 나는 사람이긴 했을까? 그냥 심심이 아녔을까?
여튼 마지막까지 얜 아픈애다 본래는 착한 애였다 그러니까 험한 말하지 말자 되뇌이면서 좋게좋게 끝냈지만
두 번 다시는 우울증 걸린 사람의 버팀목은 못 해줄 것 같아
아마 슼에서도 올라왔던 것 같은 만화가 진짜 맞아 우울증 환자는 불타는 성냥개비 같아서 의지하는 사람에게 옮겨붙고 둘 다 쓰러진다고...
그런데 말이야
그 만화에도 제대로 안 나온 게 있어
그 만화는 병원이 안 쓰러지도록 해주는 세 번째 버팀목이라고 했거든
그거 아니야 병원을 다녀도 호전은커녕 그저 내리막만 계속되는 경우도 있어
나는 이친구가 병원 다니고 약도 성실하게 먹으니까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하다가 이제 내가 정신과 알아보고 있어
나같은 경우가 없길 바라서 이 글을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