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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친구가 어렸을 적 일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해달라는 것에 대답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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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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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있었던 일인데 여러모로 착잡해서 글로 남길려고 써봐
오늘은 우리 둘을 아는 다른 친구의 할머니 상갓집을 다녀온 날이었어.

다녀와서 둘이 길을 걸었는데 내 친구가 요즘 자기는 아무도 본인을 몰랐으면 좋겠고, 사라졌으면 좋겠어서 자살하고싶다고 하더라고. 나는 오늘만큼은 그런 얘기 듣고싶지 않다고 했는데,

실재로 연탄을 사놨고, 가족들에게 미안해서 자살을 안했대.
이렇게 말하니까 뭐라고 못하겠더라고.

근데 사실 나는 몇년전에 자살시도하고 폐쇄병동에 3개월 입원했었고, 지금은 조울증으로 꾸준히 치료받는 사람이야. 근데 내가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 나는 결국 답은 병원이었다고 말해줬는데, 걘 모르겠고 그냥 죽고싶대.

나는 이제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어.
그런데 걔가 걷다가 멈추더니 근데 자기한테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해달라고 하더라고.

그러더니 들려준 얘기가 뭐였냐면, 우리가 고1때 있었던 일이었어. (우리는 지금 26이야) 그때 우리 말고 '친했던 애'가 한명 더 있었어. 근데 모종의 일로 우리가 '친했던 애'에게 실망을 해서 속마음을 다 터놓고 인연을 정리했었어. 우리는 계속 친구였어.

그리고 고2가 됐는데 나와 '친했던 애'가 같은 반이 됐고, 중간 친구의 연결로 화해하게 됐어. (나중에 말하길, 나와 '친했던 애'-여전히 친한 애로 바뀐-는 자기 인생에서 가장 많이 울었던 위기의 첫번째 순간이 나와 사이가 어그러진 때라고 하더라고. )
근데 내가 타이밍을 놓쳤어. 내 친구한테 '친했던 애'와 다시 친해졌다고 말하는 걸.

그리고 내 친구는 다른 애가 걔네 같이 다니더라 하고 말해준 걸 듣고 화해한 걸 알았대.

내 친구는 이 일 이후로 친구 관계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다고.
자신은 모든걸 믿고 나한테 말해줬는데, 나는 그걸 듣고, 비슷한척 해놓고, 자기는 믿고 끊었는데, 나는 끊은척 다시 화해했으니.

나와 내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연스레 멀어졌는데, 몇 년 전 내 친구가 알바하던 편의점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서 다시 연락하게 됐어.
다시 친해졌지만 가끔 옛날 일이 떠오른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전해질지는 모르지만 진심으로 사과했어.
나도 너를 다시 만났을 때 부터 사과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있었어. 알고있었는데, 내가 너무 겁나서 피했던거야. 너무 미안해. 우연히 그걸 알고 나를 봤던 너의 표정이 잊혀지질 않았어.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는게 무서 웠어. 미안해. 그때 말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지금까지 회피해서 너무 미안해. 먼저 말을 꺼내줘서 너무 고마운데, 내가 이걸 고마워해서 미안해. 그럼에도 나를 믿어줘서 고맙고, 미안해.

그렇게 우리는 동네를 하염없이 돌면서 얘기했어.
그리고 내 친구가 그러더라고. 전부터 우리가 하던 말이었는데, 진지하게 자기는 자취하고 싶은데 나랑 하고싶다고. 자기는 그림그려서 웹툰 만들고 싶은데, 나랑 하고싶다고. 같이 해줄거냐고.
나는 좋다고 했어.

우리는 헤어지고, 나는 집으로 걸어 갔어.
내가 둘 다에게 참 죄인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사실 내 친구랑 싸웠던 애랑 둘이 더 친했던 사이였는데, 이제는 나와만 각각 친구가 되어버렸다는게 새삼 와닿았고, 내가 한 사람의 인간관계의 한 부분을 망가트렸다는 생각이 들었어.

근데 사실 나는 무감각했어.
몇 년 전 부터 모든 일에 무감각해. 20살에 자해하고, 21살에 병원에 입원해서 7년 째 줄지 않는 약을 먹고 있는 나는, 일주일 전에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도 잊어버리고, 몇 분전에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나.

집에와서 씻고 누웠는데, 이제 무슨 생각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미안한데, 미안하기는 한데... 모르겠다. 한 사람의 친구 관계를 무너트리게 되버린게 나라는게 너무 겁나고 무섭다. 그럼에도 내 친구로 남아주고 있는 사람들이 무겁다. 다 그만 생각하고 싶다. 머리가 너무 아파.

이걸 착잡하다고 하는 거겠지? 너무 착잡해서 머리가 아파. 심장이 두근대서 잠이 안와. 너무 무겁고, 그만 두고싶어.
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오랜만에 들었어. 약때문인지 멍청해져서 죽고싶다는 생각도 안들던 바보였는데.

이제 쓸 말이 없다. 오늘 있었던 일을 그냥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혹시 끝까지 읽어준 사람이 있다면 미안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해서.
나는 이제 뭐할지 고민하면서 뜬 눈으로 밤을 샐 것 같아. 혹시 여기까지 읽고있는 덬, 오늘 하루 행복하길 바래.



여기까지 쓰고 다시 읽어봤는데, 어렸을 적 치기로 아무것도 아닌 일같은데, 여기까지 고민하고 있는게 바보같이 느껴지네.
저녁약 챙겨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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