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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댓글 많이 달린거 고마워서 성의 표시차 그림 그려오는 후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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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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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많이 달린거 고마워서 나도 성의 표시차 그림 그려옴

(성의만 알아주면 됨)


NuPIL.jpg

누군가 나를 찾아주고, 기다려주고,

안부를 걱정해준다는 건 참 고마운 일임

(직장 절대 제외)

후기 궁금하다는 글 볼때마다 움찔했음

근데 사브리나로 두번째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했음

내 글은 댓글 12개 정도에 1개정도의 어그로성 악플이 달리면 딱 적당한 그런 글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읽어줘버려서

야 이거 필력+웃김 이거 내가 어떻게 감당하지

이생각 솔직히 함

근데 저번 글도 누굴 웃길려고 쓴 글이 아니었고

나는 원래 유잼 인간이 아님

그래서 이번에도 웃기려고 노력하지는 않을거임


애국가도 1절이 적당하듯이

사브리나도 1절까지로 하려고 했는데

마치 와일드바니 마지막회처럼

그게 뭐라고 굳이 안 보여줘서 사람 속 터지게 만드는

그걸 내가 남들에게 하기는 싫어서 2탄 씀



쿠팡 계약직 4주차 후기


잠에서 깨어 대충 씻고 셔틀버스를 타고 세상 모를 꿀잠을 자고

일터로 향하는 4주차


사람은 적응의 동물임

나는 이 유형의 노동에 은근 적응되었음

이제 더 이상 고봉밥을 먹지 않음 저봉밥으로도 족함

밥 받으면 걸신들린듯 먹지 않고

일단 핸드폰부터 켜는 삶의 여유가 생겼음

쿠팡밥에 대한 만족도는 여전히 높은 편임

나는 이 생활 이후 '외식'개념이 없어진 터라 쿠팡밥이 일용할 양식임

지난 직딩 생활동안 젤 아까웠던게

별로 친목쌓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과 딱히 즐겁지도 않은 식사를 하며

끼니당 6천원 7천원 8천원을 지출해왔던 점심밥값인데

그게 사라지니 스빠시바


3주차 때 내 다리에는 멍이 수십개

나중에 힘든시절 회상할때 보려고 사진도 찍어 챙겨뒀음

4주차 여전히 멍은 수십개 하지만 지난주보다 덜 아픔

확실히 덜 피곤하고 덜 힘듬

도대체 이정도 강도의 노동을 어떻게 계속 한다는 거지?라는 의문은

시간이 해결해줬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적응 못할 일이 없었음

사실 시간이 다 해결해 준 건 아니고

각종 파스와 맨소래담 로션 타이거밤 한의원 침 등

버텨보겠다고 이것저것 해본게 도움이 됨

돈이 해결해준거임 마이 머니 스빠시바


3주차 때는 이 노동 유형의 단점 위주로 생각을 많이 했었음

일단 너무 힘드니까 과연 내가 이걸 계속 할 수 있을까 싶었음

그렇다면 단점만 있는데 이 일을 하는 것이냐

그건 아니고

확실한 장점이 있음


나는 이 일을 하면서 하루에 1번도 웃지 않아도 됨

매우 장점 몹시 장점임

지난 세월동안 나는 덧없는 웃음을 매일 지어왔음

감사하지 않은데 감사하고

죄송하지 않은데 죄송하고

밝은 인상과 솔 톤의 목소리로 밥벌이를 해왔음

쿠팡일은 8시간동안 죄송타임 감사타임이 없음 너무 장점임

그동안 강요당해왔던 가짜 자아가 휴식을 할 틈이 생김

하루 종일 무표정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에겐 축복임


쿠팡 일이 큰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가치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님

하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갈 때

내 머릿속 '업무' 폴더가 깨끗하게 비워져있어서 좋음

오늘 있었던 짜증나는 상황, 내일 해야할 업무

다음주의 회의, 보고서

이런 생각을 안해도 됨

쿠팡에서 나는 그저 들판의 돌을 줍는다거나 장작을 나르는 일을 할 뿐이어서

실적, 보고, 전략, 분석, 계획

이런 단어들이 내 생활에 없다는게 좋음


쿠팡에 오기 전

재주넘는 곰과 돈 챙기는 왕서방이 있었음

이 관계에서 나는 '곰'을 담당했음

나쁘지 않았음 왕서방은 곰에게 먹이를 줬음

나는 더 기이한 재주를 부리려고 노력도 했었음

내가 재주를 잘 부려도 왕서방이 그만큼 먹이를 늘려주지 않는건 알았지만

그래도 성실하게 재주를 부리면서 안정적으로 살아보려고 했음

문제는 내가 앞구르기를 하다 하다 너무 힘들면

왕서방은 옆돌기를 하라 시키고

내가 상모 돌리기를 하다 지쳐 쓰러지면

왕서방은 힘들지? 쉬엄쉬엄 개다리춤을 추렴

이런 식으로 날 열받게 했는데

뭐 이런 열받음도 다 월급에 포함된 거다 생각하고 참음

근데 그 서커스단은 왕서방, 왕서방 누나, 왕서방 동생

너무 챙길 왕씨들이 많았음

내가 곰이면 곰이지 뇌가 없는 곰도 아니고

다른 왕서방 찾아 가겠다고 하니 그때서야 먹이를 더 주겠다

근데 그 먹이 먹으면 체할것 같아서

뭐 그래서 쿠팡 타임을 갖게 된건데


사실 이곳에서 무한 장작 나르기를 하면서

혹시 내가 재주 넘는 방법을 까먹지는 않을까

다음 왕서방 앞에서 트리플 악셀을 잘 해야 할텐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함

몸이 굳으면 안되니 자기 전에 앞구르기를 하고 자야겠음

어차피 내가 어디 가서 굶어죽을 곰도 아니고

나이를 더 먹어도 쁘띠뽀짝한 테디베어력은 죽지 않을 것임


여기까지 읽을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진 자들은

그래서 도대체 세르게이는 언제 얘기할건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음


근데 이게 내 뇌내망상이라면 얼마든지

2문단 3째줄부터 쿠사세 키갈 이런거 갈 수 있겠지만

미안하지만 내 인생은 그냥 보통 속도임

사실 저속 모드임

왜 내 인생이 좀처럼 로맨틱 코미디가 안되는건지 불만인 때도 있었음

내 인생은 왠지 늘 명랑만화였음

가끔씩은 괴짜가족이었고

지금은 그냥 내 장르가 김전일이 아닌것에 감사함

후기 내놓으라고 할 때마다

나야말로 후기가 궁금했음

세르게이와 나는 휴무일이 계속 엇갈렸음

내가 쉬면 그가 일하고 그가 쉬면 내가 일했음

반복이 되니 2일씩 3일씩 못봤음

그러니까 이 후기가 노잼인 건 나 때문이 아님

이게 다 쿠팡 조짜는스키 때문임


출근할 때 아 오늘은 세르게이가 있는 날이지

인지하고 있는 내가 싫기도 했음

이게 뭐라고

의미부여 하지 말자고 사브리나 영철스키

일부러 인사도 잘 안하고

좀 딴데 가서 처박혀서 외면하고 그래도 봤음

세르게이는 꼭 먼저 인사도 해주고

다친 데는 괜찮은지 항상 물어봐줬음

하지만 나는 그건 에로스가 아니라 아가페고

세르게이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려고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천하는

누구에게나 인사도 잘하고

모든 동포의 발목 건강을 챙기고자 하는 그런 사람인 거니까

더이상 셀프 상추쌈을 싸지 말자

이렇게 냉정하게 나만의 얼음왕국을 쌓아봄


내가 속한 작업장 사람들은 사실 착한 사람들은 맞는데

워낙 고여있어서 그런건지 누구 1명만 없으면 뒷담화를 함

나는 그게 너무 싫음

예전 직장 곰돌이끼리 서로 시기 질투하는 것도 싫었는데

이건 뭐 실적 경쟁 이런것도 아니고 시기할 것도 없는데도

단순 뒷담화를 함 걍 습관 같음

밥 시간에 사람들이 세르게이 뒷담화를 시작했음

나는 슬슬 짜증이 났음

근데 뒷담화 내용이 웃겼음

세르게이 그시키는 4가지가 없어 주변 사람을 돕지 않아

세르게이는 뺀질거려

세르게이 걔는 일 시켰더니 쫌 해보고 못한다고 튀더라니까

라는 식의

내가 전혀 목격한 바 없는

주변 사람을 돕지 않고 일을 열심히 안하며 뺀질거리는 세르게이

하 너무 좋음

이 세상 모두를 돕는 세르게이가 아니고

인사성이 좋고 사람을 잘 챙기는 세르게이도 아니었음

그 뒷담화 계속 듣다가는 또 폴인럽 할것 같아 자리를 떴음

구석에 짱박혀 있는데 세르게이가 오더니

왜 밥을 먹다가 마느냐

왜 사람들이랑 쉬지 혼자 있느냐

이러는데 웃음이 실실 나왔음

사람들이 너 4가지 없다고 욕해서 듣기싫어서 나온건데

라고 할 수 없어서 걍 아픈척했음


다음날은 내가 휴무라서 세르게이를 못봤음

나의 영철길을 막기 위한 쿠팡의 빅픽쳐임

자주 못보게 계략을 짠 것임


다음날 일하러 갔는데 세르게이가 피골이 상접해져 있었음

얼굴도 왠지 하얗게 질려있고

당장 무릎에 올려두고 밥을 떠먹이고 싶은 몰골이었음

그런데 전지전능한 쿠팡 관리자가

세르게이가 장작 차에 올릴때 내가 같이 올리라고

오늘 사람 부족해서 세르게이 혼자 장작 날라야 된다고 해서

너무 짜증나서 신나게 달려가서 계속 장작을 올려줬음

그때마다 세르게이가 지가 혼자 할 수 있다고 마다했음

심지어 장작 올리는 타이밍에 나를 안부르고

본인 혼자 몰래 가서 올리다가 나한테 계속 걸렸음

내가 왜 혼자서 드느냐 저 전지전능한 쿠팡 고급 조끼 입은 사람이 나한테 너 도우라고 했는데

라고 하니 세르게이는

사브리나씨가 다른 일 하다가 이거 하러 오는게 더 힘들것 같아서

라고 말을 흐리는데

그 말을 하는 세르게이의 사슴같은 짝눈은 그저 가냘픔의 미학 그자체

그리고 나는 세르게이가 출근하는 날은 꼭 머리를 감고

무려 이브로쉐그식초 정수리 냄새 제거까지 다하기때문에

가까이에 서서 머리를 숙이고 장작을 들어올리는 동작에 자신이 있음

나는 그날 내 등허리를 장작더미에 바쳤음

그날 이후로 작업장에서 내가 장작 나르는걸 좋아한다고 소문이 났는데

아무 장작이나 좋아하는건 아님

세르게이와 같이 나르는 장작을 좋아함


그날의 퇴근길

작업장에서 나와서 걸어가는데

왠지 세르게이와 마주치고 싶었음

돌아보지 않았어도 뒤에 있는거였으면 좋겠다 생각도 했음

내가 많이 마음이 헛헛한가보다 자괴감

이게 내 얘기가 아니라 무슨 드라마였으면

나는 그냥 티비 꺼버렸음


다음날은 역시나 쿠팡 세계관에서 나와 세르게이 갈라놓는 날


그리고 그 다음날이 24일

나는 25일 출근

세상에 대해 한껏 비뚤어져있던 나는

분노 에너지를 모아 장작을 쌓았고

장작 쌓고

장작 나르고

장작 치우고

아 여러분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 퇴근 안녕히가세요


여기까지임

이러고 더쿠 들어와서 댓글 하나 달고 잠

이게 나의 크리스마스였고

역시 크리스마스답게 딱히 즐거운 이벤트 없이 묵묵히 지나감


글 쓰고 수정하는거 좀 비겁한 거 같아서

지난 글에 오타 2군데나 있는거 여기저기 떠돌아도 묵묵히 노 수정 하고 있는데

이번 글은 세르게이 부분을 곧 수정할 것 같음<< 수정했음

왜냐면 나는 더쿠 질량 보존의 법칙을 믿으니까

무명의 더쿠는 이 세상 어디에나 있거든


아 그리고 사원님들 웹툰이든 드라마든 더쿠글이든 노잼일때는 댓글다는거 아님

스빠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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