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번에 대학 입학하는 새내기덬임
낯가림이 심하기도 하고 친해지지 않으면 먼저 말을 잘 못붙이는 성격 때문에 중고등학교 통틀어서 예닐곱 명 정도 되는 친구를 사귀었어
더군다나 중학교 때 친해지고 싶었던 애가 나한테 친한 척 하지 말라고 무안을 줘서... 그 기억때문에 사람이랑 친해지는 게 두렵기도 함ㅠ
그래서 나를, 내 성격을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서 친구를 좀 만들어보자 하고 타지역으로 대학을 왔어, 29일 어제가 입학식이었고.
과 특성상 남녀 비율이 7대 3에서 6대 4 사이로 남학생이 좀 더 많아. 그래도 여자애들 많으니까 이 중 한두 명이랑은 친해질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음.
입학식 때 강당같은 데에 줄지어서 앉아있는데 옆자리 여자애가 나한테 "과톡에 너 있어?"하고 물어봤음. 난 과톡이란 게 있는지도 몰랐던 상태라 ?????한 얼굴로 아니.. 하고 대답했더니 그 여자애가 초대해주더라고.
그냥 공지만 전해주고 조용한 단톡방일 줄 알았는데 문제는 졸라 시끄러움... 10분만 확인 안해도 300+ 뜨는 건 당연하고 새벽 두세 시까지 계속 단톡에서 떠듬.
물론 보기 싫어서 알림을 꺼놓긴 했는데 그럼 공지 뜨면 바로바로 확인할 수가 없잖아...ㅠ
과 전체 인원이 90명 정도고 그 중 70명 정도가 과톡에 있는데 정해진 5~6명, 많게 봐서 10명 정도만 진짜 엄 청 떠 듬. 스트레스ㅠㅠㅠ 자기들만 아는 얘기 하고... 모르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방학 때 한 번 모여서 술도 마시고 놀았나보더라고.
그래도 다른 데서라도 친해질 기회가 있겠지 하고 과톡에는 신경을 끄기로 함.
입학식 끝나고 강의실로 자리 옮겨서 둘둘씩 앉게 됐는데 과톡에서 엄청 떠들던 여자애랑 같이 앉게 됐어. 그러니까
남자애 남자애
여자애 나
이렇게 앉게 됐고 앞에 두 명 앉은 남자애들은 내 옆에 앉은 여자애랑 친한 것 같아 보였음.
이 기회에 친해져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고, 마침 앞에서 학회장 오빠가 옆자리 친구랑 처음 보지? 하고 물어보고 동기인데 인사라도 나누면서 친해지라고 그랬음.
그래서 필사적으로 최대한의 사교성을(ㅠㅠㅠㅋㅋㅋ) 끌어내서 웃으면서 안녕..? 했는데 이 여자애가 나를 힐끔 보더니 웃으면서 고개를 돌림...
옆 분단에서는 안녕 안녕 하고 인사 나누는 대화소리 들려오는데 순간 표정이 확 굳어버렸음ㅠㅠ 부끄러워서 얼굴에 열 오르고..
이때 살짝 기분 상했지만 얘가 낯가림 많은 성격이겠지 하고 생각하고 넘김.
이제 교수님들 소개하면서 뭐라도 마시고 싶어할까봐 음료수 나눠준다고 하더라고. 앞에서 종이컵 나눠주고 뒤에서 음료수 병 전달해서 받는데 포도주스인거야
원래 포도주스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고 목이 마르지도 않아서 여자애한테 이거 마실래? 하고 물어봤음. 여자애가 역시 힐끔 보더니 고개 절레절레 저음.
안 먹을 건가보다 하고 음료수 병을 앞에 앉은 남자애들한테 넘겼는데 남자애들이 음료수 따르고 있으니까 여자애가 앞으로 두 손 내밀면서 "나도 먹을래 나도 줘." 이러는 거임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핸드폰으로 시선 돌렸지만 난 이미 얼탱이가 나간 상태였음...ㅠㅠ 왜 내가 주는 건 안받고 쟤들이 주는 건 받아? 하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ㅠ
뭐 그 사이에 포도주스가 마시고 싶어졌을 수도 있고...(어떻게든 납득하려 노력ㅠㅠ
그날 입학식 행사랑 교수님들 소개도 하고 별 거 다 하고 오후 6시쯤 끝났는데 걔네에다가 몇 명 더해서 한 30명이 모여서 술 마시고 놀았다고 하더라.
나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하루종일 굶어서 배가 고프기도 했고 기가 쏙 빨리기도 했고, 오랜만에 화장해서 얼굴도 갑갑했고 그 여자애처럼 다른 애들도 나한테 무관심하면 어쩌지...하고 생각하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난 이 지역 지리를 잘 몰랐거든. 집에 가는 버스 학교 오는 버스밖에 모르고, 걔네가 ㅇㅇ동 가서 놀래? 아니 ㅁㅁ동 가자 아니면 ㅂㅂ동 가고... 이러는데 난 언니랑 나 사는 자취방 있는 동밖에 모르고ㅠㅠ 취하기라도 하면 집에 어떻게 돌아갈 수가 없잖아. 언니도 여기서 산 지 3개월밖에 안돼서 지리 잘 모르는데 데리러 오라고 하기도 그렇고...
내일부터 금요일까지 신입생 오티 한다는데 진짜 가기 싫어... 다른 애들 다 재밌게 얘기하고 노는데 나만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기분 들고...
그냥 빨리 다음주 월요일이나 돼서 강의 듣고 싶다ㅠㅠ 맘같아서는 타지역에서 온 애들이랑 친해지고 싶어. 이미 이 지역 사는 애들은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있는 것 같거든...
언니한테 얘기했더니 너무 신경쓰지 말고 오티 안가도 상관 없으니까 가기 싫으면 가지 말라고... 하는데 다른 날도 아니고 3월이잖아... 출석에 영향 있을까봐 안 가기도 뭐하고ㅠㅠ
마음 맞는 친구 만나고 싶은 이유도 있어서 대학 온 건데... 벌써부터 아싸와 솔플의 기운이 느껴진다...ㅎㅎ
넘 횡설수설했지 미안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