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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보러 독일 갔다가 스코틀랜드까지 갔던 후기 (짱짱 김)

무명의 더쿠 | 10-30 | 조회 수 1576



http://theqoo.net/170382382



뭔 깡이었는지 우리는 스코틀랜드 가기 전날에 덬질 하느라 밤을 샜어 비행기로 한 네다섯 시간 갔나? 내리는데 우와 정말 죽겠는 거야 하지만 버스를 타고 에딘버러에 도착했지 나는 이 때 뭔가 친구에게 진 신세를 갚아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타있었지 칭구야 그 동안 독일어 한답시고 나 끌고 다니느라 힘들었지? 이제는 영어 전공인 내가 너를 끌고 다녀주마!

 

라는 건 정말이지 큰 착각이었지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내 영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 했…. 물론 나 역시 그들의 영어를 전혀 요만큼도 조금도 알아듣지 못 했…. 아니 어쩜 그렇게 못 알아들을 수가 있는지 자괴감이 존나 들었어ㅠ

 

언젠가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 먹는데 접시가 없어서 접시 달라고 카운터에 막 또 존나 떨리는 마음으로 이번에도 못 알아듣겠지ㅠㅠ 하면서 자포자기로 갔는데, 직원이 눈 마주치자마자 what do you want? 한 거야 그래서 내가 존나 반가워서!! 먼저 물어봐준 게 넘 감사해서 그래 씨발 이번에는 단어만 말하면 되니까 알아듣겠지 하고 존나 자신있게 plate!!!!!!! 를 외쳤어…. 한 번두 번…. 세 번…. 안 되길래 dish!!!! 도 외쳤어…. 한 번두 번…. 그리고 나는 빈손으로 돌아왔지

 

그 정도였어 


에딘버러는 많이들 알겠지만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를 쓴 곳이야 롤링이 매일 앉아서 글을 썼다던 카페도 있고 (가면 해리포터 성지라고 이것저것 붙어있고 호그와트 묘사에 영감을 주었다는 에딘버러 성도 창문으로 보여) 에딘버러 성이랑 스코틀랜드에서 유명한 위스키, 킬트, 캐시미어 파는 거리가 있고,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도 있어 에딘버러 대학도 유명하고

 

백 번째 말하지만 우리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입장료 내야 하는 에딘버러 성은 바깥만 봤고 해리포터 카페에선 제일 싼 파니니를 시켜서 둘이 나눠 먹었고 입장료 없는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만 봤는데 여기 정말 관리 안 되더라보통 박물관이 전구가 안 들어오고 시설물이 누가 발로 차서 찌그러져 있지는 않잖아? 그런데 여긴 좀 그렇더라 관람객이 많은 것도 아니면서 정말 시끄럽고;

 

에딘버러에서 제일 좋았던 건 그지금 이름 기억 안 나는데 아무튼 언덕!

 

에딘버러 시내가 작아서 웬만한 데는 다 걸어다닐 수 있거든 그 언덕까지도 걸어갈 수 있어 도심 서쪽에 있는 언덕인데, 거기 올라갔더니 시내가 다 내려다보이는데 와 진짜 넘 빡! 유럽이라서 감탄했지 그리고 그 스코틀랜드 특유의 흐리고 칙칙한 날씨에, 비 흩뿌리고 바람 부는 언덕에 서 있으니까 내가 무슨 폭풍의 언덕의 캐서린이 된 듯한금방이라도 히스클리프가 달려올 듯….

 

하기만 했어 사실은 그런 거 없고 둘이 돈 걱정 했어 아까 카페에서 본 한국인 유학생들 완전 부럽지 않냐? 에딘버러 대학 등록금 장난 아니라던데 쟤네 다 부자겠지? 이러면서 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까 진짜 구질구질 했네ㅠㅠ

 

우리 계획은 버스 3일권인가 (5일권인가?) 를 끊어서 스코틀랜드를 한 바퀴 일주하는 거였어 스코틀랜드 면적이 한국보다 약간 작은 정도? 그래서 끝에서 끝까지 버스 타고 7-8시간이면 갈 수가 있었어 1박은 어디서 했더라와 진짜 오래 되어서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지금 지도 검색해보니까 에버딘에서 잤던 것 같아 사실 게스트하우스는 다 비슷비슷해서 뭐그냥 호스텔월드에서 젤 싼 데 막 예약해서 잤지

 

스코틀랜드에 막 우와!! 하게 볼 것은 없어 그냥 바다 있고 산 있고 호수 있고 그래 근데 그게 다 뭔가 스코틀랜드야그냥 다 뭔가 폭풍의 언덕이고 그래 그냥 그 분위기가 좋았어 우린 어차피 뭘 보려고 다니는 관광객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버스타고 하염없이 가고, 잠깐 내리면 사진 찍고 햇빛 쬐고 앉아 있고, 다시 버스 타고 다음 도시 가고, 가면서 풍경 보고 그냥 그랬어

 

아 맞다 캠핑카가 되게 많더라 생각도 못 했는데캠핑장도 잘 되어 있었어 이 때 뭔가 나중에 신혼여행을 가게 된다면 스코틀랜드에서 캠핑카 여행 하고 싶다는 환상이 생겼지 물론 난 5년 지난 지금까지 파워 솔로야 ^^ 유세이 캔유스픽! 아세이 놉! ! ! ! !

 

이놈의 철벽은 나이 불문하고 남자(인지 영어쓰는 사람인지) 앞에서는 어김없이 발현이 되는지, 인버네스였나 어느 소도시에서 우리가 무슨 영상을 찍고 있었거든 내 친구가 영상 전공이라캠코더 가져가서 이것저것 찍었는데, 이 때 내가 모델이라 아무 말이나 주절주절 한국어로 하고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오 아유코리안? 하면서 말을 걸었어 봤더니 글쎄 한국전쟁에 참전하셨다더라고

 

그 때 서울 가보고 그 담에 한 번도 못 갔다면서 서울은 지금 어떠니? 하는데 음뭐라 할 말이ㅠ 사실 이 때 우리가 좀 싹싹하게 굴었으면 분명히 그 할아버지 우리를 집에 초대했을 거야 그런데 우리가 너무 낯가리고 영상 찍다 말아서 허둥지둥 하고 숨고 이러니까 막 애틋하게 보다가 아쉽게 가시더라고….

 

우리의 중간 목적지는 스카이 섬이었어 여긴 스코틀랜드에서도 제일 북쪽에 있는 섬인데, 배타고 가진 않고 버스로 다리 건너면 돼 스카이 섬 가는 길에 바다괴물 네스가 나온다는 그 유명한 네스 호도 있어 사실 우리는 가면서 여기가 네스 호인 줄도 몰랐는데 우리 옆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여기가 거기라고, 창가 쪽 자리 양보해줄 테니까 잘 보라고 하셔서 감동

 

스코틀랜드 위쪽 지역을 하이랜드라고 하는데, 여긴 정말로 척박한 곳이야 스코틀랜드 자체가 별로 비옥한 땅이 아닌데, 하이랜드는 특히 척박해 그야말로 블러드 메리가 언제 머리 풀고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그 음산한, 뭔가 핏빛의 분위기가 있어우리가 갈 때 날씨도 딱 안 좋았고

 

하지만 보통 날씨는 언제나 안 좋다고 하더라

 

하이랜드에서 제일 멋있었던 건 황야! 그 말로만 듣던 황야를 여기서 제대로 봤지 사실 황야 하면 그게 뭐야? 싶잖아 딱히 우리 나라에선 볼 기회도 없고근데 황야는 그냥 보면 황야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그리고 두려워져도저히 저기서 살아남는 생명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그나마 위태롭게 서 있는 풀떼기들이 넘 외로워 보여서 나까지 외로워 지는 느낌

 

하이랜드의 강은 위스키 색이야 이건 비유가 아니라 그냥 그대로, 위스키 색이라는 표현 말고는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위스키 색이야 와 어떻게 강이 그렇게 진한 위스키 색일 수가 있지? 진심으로 누가 저거 진짜 물 아니고 위스키 공장에서 쏟아내는 위스키 맞아 했으면 난 믿었을 거야

 

그리고 여기서 북해도 처음 봤어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북해가 없잖아 북해는 뭐가 다르냐면, 해가 지는 모습이 달라 나는 서해안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에 해가 뜨는 광경보다는 지는 광경에 익숙한데, 10시쯤 되어서 해질 때 보니까 알겠더라고 아 북해는 석양이 이런 느낌이구나

 

그래 여기는 북쪽이라 글쎄 밤 10시에 해가 지더라

 

그런 황야에서도 집 짓고 사는 사람이 있더라 정류장은 없는데 사람이 우두커니 서 있으면 버스가 알아서 서서 사람을 안 태우고 짐을 태워…. 버스가 황야와 마을을 연결하는 택배 서비스 역할도 하는 건가 싶었어

 

나 전에 살던 시골에서도 버스 아저씨들이 갑자기 김씨 아저씨 전화 받고 근처 포도밭 들러서 포도 싣고 가다가 중간에 박씨 아저씨 기다리는 데서 포도박스 내려주고 이랬었는데, 아 어딜 가나 시골은 이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저녁 쯤에 스카이 섬에 도착했는데, 여기 호스텔은 사전예약을 안 하고 갔어 마을에 호스텔이 딱 두 개 있는데, 나는 설마 그 조그만 섬에 평일에 가는데 사람이 꽉 차겠나 싶었지 그런데 꽉 찼더라고 ㅡㅡ

 

여기서 이틀 묵을 계획이었는데 다행히 내일은 빈다고 해서 내일 예약은 걸어놓고 나왔는데 막막…. 노숙을 할 수도 없고 어떡하지 하다가 경찰이 있길래 물어봤지 한 명은 여자고 한 명은 남자였는데 둘이 여기서 태어나서 초중고 다 똑같이 나와서 (그럴 수밖에 마을이 그렇게 작은데) 나란히 경찰이 되었대 와 그런 남녀 친구 사이라니…. 그런데 진짜 둘이 친구가 아니라 남매 같아 말하는 투도 행동도 느낌도 되게 닮았던 게 기억에 남아 연인이나 부부가 아니라도 그 정도로 평생을 붙어 있는 친구면 닮을 수밖에 없나봐

 

둘이 조언하길, 마을 외곽으로 좀 걸어나가면 b&b 가 있으니 가서 찾아보라고 했어 우리는 캐리어를 끌고 걷기 시작했는데, 어째 보이는 b&b 들이 다 no vacancy인 거야ㅠㅠㅠ 와 진짜 우리 이러다 진짜 노숙하는 거 아니냐며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 밖에서 자다가 입 돌아가는 거 아니냐며 막 걱정하면서 길 따라 걷다가 드디어 한 곳 no vacancyb&b를 발견하고 문을 엄청 두드렸어

 

근데 아무도 안 나와서ㅠㅠㅠ 아 어떡하지 진짜 절망적이다 하고 둘이 퍼질렀는데 아주 늦게 주인 할머니가 빼꼼 하시더라고 그래서 방 있어여? @_@ 하니까 넘 쿨하게 예스~ 해가지고 들어갔지ㅠ 그 동안에는 비싸봤자 1인당 10유로 짜리 게스트하우스에서만 자다가 첨으로 여기서 50유로를 냈지

 

그런데 너어어어어어무 좋은 거야ㅠ 깨끗한 침대도 너무 좋고 우리 둘만 쓰는 방인 것도 너무 좋고 제일 좋았던 건 아침! 나는 그 아침식사를 평생 못 잊어따져보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그냥 전형적인 컨티넨셜 브렉퍼스트였어 시리얼, 주스, 우유, 달걀, 베이컨, , 버터, 토스트, 과일, , 그 정도였는데도 너어어어어어어무 맛있었어ㅠ 진짜 너어어어어무 맛있었고 할머니가 느릿느릿 서빙해주는데 것도 넘 좋았어 할머니 진짜 존나 쿨했거든 우리 올 때나 갈 때나 딱히 웃지도 않고 별 말도 없고 심지어는 아주 일상적인 굿모닝조차 못 들은 것 같은데, 그게 되게 그냥 다 좋았어 이유도 없이

 

우리는 또 생각을 했지 와 진짜 돈이란 건 좋은 거구나… 1박에 20유로와 50유로의 차이는 이렇게나 큰 것이었구나…. ㅜㅜ

 

스카이 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딱 두 가지야 차를 타고 섬 한 바퀴를 드라이브 하면서 절경을 보거나, 차가 없으면 마을 뒷산 트래킹을 하는 것아마 배를 타고 나가는 옵션도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는 이건 꿈도 못 꾸었고, 렌터카도 못 빌리니까 당연한 수순으로 트래킹을

 

어느 정도 가니까 같이 가던 사람들이 전부 빠져나가서 우리 밖에 없더라고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어 스카이 섬은 그야말로 세계의 끝같은 곳인데, 세계의 끝에 우리 뿐이라니

 

절벽 위에 걸터앉아서 얘기하고, 들꽃 꺾으면서 놀고, 천천히 걷다가 쉬다가 하면서 트래킹을 마치고, 아기자기한 마을도 한 바퀴 돌고, 그 소꿉친구 경찰들도 지나가다 만나서 방은 구했냐 물어봐서 구했다 고맙다 인사도 하고, 우리는 또 그들을 보면서 생각을 했지 내 친구는 타지에서 유학 중이고 나도 외국까진 아니지만 꽤나 돌아다니면서 살았고 이렇게 또 먼 곳까지 여행을 오는데, 저렇게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산다는 건 어떤 걸까

 

이후 나는 친구와 바통터치를 해서 친구가 귀국한 해에 출국해버렸으니 그 감정은 영영 알 수 없게 되었지ㅜ

 

b&b에서의 사치를 끝내고 다음 날 저녁 우리는 다시 20유로 인생이 되었어위에서 말했듯이 전날 퇴짜 맞았던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서 저녁으로 닭죽을 해먹기로 했어 암 생각없이 마늘, 양파, 닭을 냄비에 때려넣고 계속 끓였지 와 근데 정말…. 우리끼리 있을 때는 몰랐던 그 미친 마늘 냄새가…. 그렇다고 마늘을 많이 넣은 것도 아니었는데…. 너무너무 심한 마늘 냄새가 온 게스트하우스를 진동하는 거야;;; 지나가던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눈을 찌푸리면서 피해가는데 민망해 죽는 줄 ㅡㅡ;;

 

친구가 그러는데 전에 친구 아는 언니가 마늘 넣고 푹 끓인 음식을 뭘 해먹었는데 이틀 후에 독일 친구가 너 혹시 마늘 먹었냐고 그랬대 살에서 냄새 난다면서 ㅡㅡ;;

 

다음 날 스카이 섬을 떠나서 글래스고로 가는 버스를 탔어 중간에 어디 내려서 잉글랜드랑 전쟁하던 시절의 유적도 보았어 시간만 많았으면 안까지 들어가보는 건데, 버스 시간이 안 맞아서 밖에만 봤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 어떤 협곡이었어 그 곳에서 엄청난 수의 스코틀랜드 병사가 죽었대…. 근데 그 말을 듣기 전에도 그 곳은 뭔가 으스스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어서 어 여기 뭐지? 했는데 군대가 몰살당한 곳이라니까 뭔가 납득하게 되더라

 

이 때 좀 억울했던 게, 다음 버스 놓칠까봐 다 못 보고 얼른 정류장으로 돌아왔는데, 다음 버스가 세 시간인가 연착을 한 거야! 그런데 누가 유럽 아니랄까봐 아무도 재촉 안 하고 아무도 고지 안 해주고 다들 그냥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고직원한테 물어보니까 뭘 이런 걸 다 물어보냐는 식으로 언제 올 지 자기도 모른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는 일단 점심을 먹기로 하고 정류장에 딸려있는 식당에 들어갔는데, 역시 돈이 없었던 우리는 (아 이거 지겹지만…) 그냥 아무거나 젤 싼 메뉴를 시켰어 그런데 옆 사람이 피시앤칩스를 시켜서 먹는 걸 보니 완전 크고 완전 실한 거야 그래서 둘이 막 어휴어휴 저거 그래봤자 13유로인데 저걸 시켰어야 했어ㅠㅠㅠ 하면서 완전 후회했어….

 

그래서 글래스고 와서는 에라 기분이다 하고 bar에 들어가서 피시앤칩스를 시켰어 그런데 저기서 본 것보다 작은 게 나와서 실망했지만 그래도 되게 맛있었다! 글래스고에서 하룻밤 자고 바로 에딘버러 이동해서 새벽 비행기 타고 브레멘으로 돌아가는 일정이라서, 여행의 끝무렵이 되니까 할 얘기가 많더라 ㅋㅋㅋ

 

여기서 잘 곳을 예약 안 했던 우리는 그냥 호스텔월드에 나온 가까운 게스트하우스로 무작정 갔어 그런데 사이트에 나온 가격보다 더 높게 부르는 거야ㅠ 40유로였나그래서 내가 cheaper room 없냐고 물어봤는데 절대 못 알아들어 ㅡㅡ; 치퍼치퍼치퍼치퍼!!!! 낫 익스펜시브!!!! 진짜 엄청나게 말했는데 못 알아들었어…. 못 알아들은 척 했던 건지도 모르지만…. 뭐 아무튼 결국엔 그게 젤 싼 방이라길래 그냥 들어가서 잤어 그래도 둘만 쓰는 방이라 좋았지

 

그래도 40유로랍시고 여기도 나름 격식있게 조식을 차려줬는데 뭔가 똑 같은 메뉴인데도 스카이섬 할머니네 맛이 안 나는 거야ㅠㅠㅠ 대체 왜? 그래서 친구랑 할머니 아침 진짜 맛있었는데ㅠㅠ 하면서 아쉬워했어

 

글래스고는 에딘버러보다는 조금 덜 고풍스러운데, 여기도 딱히 볼 건 없어 여긴 미술/디자인/건축 대학이 엄청 유명한 곳이라 갤러리도 많고 글래스고 미대/건축대도 건물 자체가 예술품이라는데, 우리는 딱히 신경써서 둘러보진 않았어나는 미술 좋아하긴 하는데 유럽 쪽은 취향이 아니고, 내 친구 같은 경우에는 여기서 사는 사람이니까 딱히 감흥 없는 그런 거? 유럽 어디 가나 다 똑같다면서

 

취향 맞고 뭔가 알면 대단한 곳이라는데 우린 그냥 뭐

 

마지막날에는 숙박비도 아낄 겸 노숙을 하기로 했지 새벽 6시 비행기인가 그랬거든 근데 완전 개미친 짓이었지 아무리 돈이 없어도 그렇지ㅠ 밤 11시 버스 타고 에딘버러 갔는데, 우리는 맥도날드나 버스터미널 이런 데 들어가서 밤새울 생각 했었는데, 둘 다 문을 닫은 거야ㅠㅠ 거리가 다 깜깜하고 문 연 곳이 하나도 없었어 근데 너무너무 춥고 졸립고 배고프고…. 길에서 어쩔 줄 모르던 우리는 어느 호텔 로비 앞에서 주저 앉았지 한 5분 쉬고 있는데, 직원이 나와서 뭐하냐길래 새벽 버스 기다린다고 하니까 그럴 거면 안으로 들어와서 기다리래 야호ㅠㅠㅠㅠ 그 동안에는 그렇게나 안 통하던 영어가 처음으로 한 번에 통해서 더 기뻤어ㅠㅠㅠ

 

직원 분 배려로 우리는 카운터 앞 소파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았어 그러다 버스 시간이 다 되어서 인사하고 나와서 터미널 갔더니 배낭여행자들이 화장실에서 잘 찌그러져 자고 있더라 아 시발 우리도 문 닫기 전에 미리 와서 여기 숨었어야ㅠㅠㅠ 하면서 비몽사몽 버스 타고 비행기 타고 Non-EU 라인의 긴 줄에서 졸음과 사투를 벌인 끝에 브레멘으로 돌아와 바로 뻗었지

 

이렇게 쓰고 나니 스코틀랜드에 딱히 엄청나게 좋은 기억이랄 것도 없는데, 왠지 거기 있는 동안 나는 언젠가 여기 다시 올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고, 지금도 스코틀랜드는 다시 가고 싶어 그리고 다시 가면 50유로 짜리 b&b에서 묵을 거야….

 


하지만 나덬 이후 시카고에서도, 워싱턴 DC에서도, 뉴올리언즈에서도 게스트하우스에 가고야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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