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국어국문과라는 곳은 지루한 동네라서 별것 아닌 일로도 술렁거리거나 뒤숭숭해진다. 뉴스라 봐야 고작 선배 중의 누가 어디 자리를 잡았다더라, 아니, 된 줄 알았는데 막판에 물먹었다더라 정도이다. 수학과처럼 수십 년간 풀리지 않던 난제를 풀어냈다거나 하는 빅뉴스는 거의 없었다. 간혹 연변에 간 연구자가 월북한 시인의 시를 몇 편 얻어왔다거나 하는 정도가 '학문상의 대발견'이었다. 천재도 안 나오고("공부는 자료싸움이야"), 모두의 질투를 한몸에 받는 신화적 스타도 나타나지 않았다. 도서관에 틀어박혀 오래된 자료들을 뒤적이고 있거나 뜬금없이 저 바다 건너 말발 센 철학자들의 골치 아픈 이론들을 따라잡느라 골치를 썩고 있었다. 한문학을 하는 애늙은이들이 있는가 하면 사전을 편찬한다며 하루 종일 용례를 만들고 있는 어학 전공자들도 왔다갔다했다.
- 김영하 / 마코토 중
사실 국어국문학과는
크게 국어학과 국문학 두 축으로 나뉠 수 있는데 ㅋㅋ
나같은 경우에는 완벽히 후자에 충실한 커리큘럼을 밟았다는 걸 알리며 (저 글 굵은 글씨로 된 애가 나다)
국어학은 다시
음성.음운론(발음, 말소리에 관한 학문)
- 국문과에서 제일 전망이 밝은 쪽이야. 왜냐면 스마트기기 발달로 음성으로 무언갈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있거든.
잘 풀리는 사람들은 구글로도 빠지고 그러는데 워낙 신학문이라 왈가왈부도 많고, 사실 나덬은 표준어 화자도 아니고
어디서 발음 나는 지 잘 모르겠어서 학교 다닐때부터 지금까지 조음기관 걍 다 외웠거든 ㅋㅋㅋㅋㅋㅋ
문법론
- 나는 특히 통사론(문장구조)쪽 집중해서 배웠는데, 솔직히 우리나라 문법은 천재가 나타나서 아예 새방향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생각의 틀을 바꾸는 변혁이 필요해! 지금 학교문법의 근간은 내 이론으로 모든 언어를 다 분석할 수 있다던 굴지의 언어학자 촘스키에 기반한 건데
솔직히 한국어는 촘스키랑 정말 안 맞아. 설명이 안되는 게 너무 많아... 선생님 전 촘스키가 싫어요. 저 영어가 싫어서 국문과에 왔는데 제가 왜..ㅠㅠ
촘스키 원문을 보고 있는거져?
의미론
-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 배우는 거야. 사전에서 중심의미가 뭐고 주변의미가 무엇이며, 더 나아가서 그 단어에서 느끼는 사회구성원의 생각
담론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함. 소위 위에서 말하는 사전 만들기 담당하는 쪽이 이쪽임 ㅋㅋ 용례 싹싹 모아서 말풍선 만들고 그런 과정
학교에서 사전 만들 때 알바 참여 한 번 해봤는데, 음...... 개인적으로 문법 전공한 남자보단 의미론 전공한 남자랑 결혼하고 싶어
으로 크게 나뉠 수 있음.
그리고 이제 대망의 국문학인데
국문학은 행위의 측면에서 창작 / 비평, 시대적 측면에서 고전/(중세 - 조선시대)/(근)현대 문학, 문종적 측면에서 구비문학 / 기록문학 (산문 / 운문)
으로 나뉠 수 있을 거 같다. 물론 근현대문학 다룰 땐 시, 소설, 희곡, 비평으로 조각조각 내서 배움.
사실 문학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문예창작과를 가는 게 맞는 거 같고,
내가 느낀 국어국문학과에서 국문학은 문학을 매개로 어떻게 사유를 할 것인가? 를 배웠던 게 큰 거 같음.
그래서 현대문학쪽을 팔 수록 내가 문학을 배우는건지 철학을 파는건지 헷갈릴 때도 있어
문학이 감성적으로 사람들을 이해시킨다면, 철학은 보다 포괄적으로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사유론이기 때문에
문학을 '공부'하려면 결국 포괄적으로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철학을 팔 수 밖에 없었던 거 같아.
그래서 사실 나는 방황도 많이 했어... 옛날에 읽었던 감성이 아니라 그냥 연구할 텍스트로 읽게 되고 그런게 넘 싫었거든..
그래서 대중문화 쪽으로 눈을 많이 돌렸지(;;;)
(그리고 사실 문학비평 하는 사람들이 다들 똑똑하고 잘나서... 임화 최고 존엄에 이어령 읽고 있음 숨이 막힘
임화가 북한 안가고 오래오래 살아서 문학사 연구 했음 지금 문학전공하는 대학원생들 다들 밥 굶었을 거야
임화가 모든 연구 다 끝내서 ㅋㅋㅋ 가 나와 내 친구의 농담....)
무튼 대학생활은 정말 후회 안해. 국문과를 선택해서 대학시절에 남들보다 고민할 기회도 많고
넓게 볼 기회도 많았다고 생각하거든. 물론 그게 밥벌이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지는 않고, 난 여전히 백수긴하지만...
정신적으로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틀은 마련했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글 적어놓은 꼬라지를 보면 알겠지만ㅋㅋㅋ 사실 나는 굉장한 언어파괴자야...;
그래서 사람들이 너 국문과야? 그러면서 좀 놀라기도 해. 미디어전공인 줄 알았다며 ;;;;
근데 사실 우리과에서도 줄임말 다 쓰고, 반 안에서 유행어도 만들고,
기본적으로 말들을 빨리 받아들이는 편이야. 물론 규범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사소통에서의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에는 물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그게 규범 맞춤법의 존재 이유니까)
내 동기들이나 내 바로 윗선배들은 규범은 언제나 언어에 비해 늦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좀 더 강했던 듯
내가 그 시대의 언중이 되서 어떤 말을 쓰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도 국어를 사랑하는 한 방식이라고 생각해 나는 ㅋㅋㅋ
이렇듯 국문과는 스펙트럼도 엄청 넓고 사실 그래서 그 안의 사람들도 다 제각각, 캐바캐야.
(사실 국어학이랑 국문학으로 나뉘어도 무방... 하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허허, 안그래도 줄이는 시점에서 그럴 일은 없겠지)
엄청 댓글 많은 글이 있길래 이런 케이스도 있다는 걸 말해보고 싶어서 좀 두서없이 썼어.
덬들아 그래도 국문과는 매우 재밌다. 답이 없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집단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