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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모델 에이전시 광고 통역 알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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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1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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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각나서 써 봄 ㅋㅋㅋ

비정기적으로 돈 벌고 영어 좀 쓸 수 있는 알바 없나 하고 찾아보다가 저거 발견해서 여기저기 컨택해서 두 업체에서 1년쯤 해 봄. 정기적으로 한 건 아니고 일 있을때




1. 영어 얼마나 잘 해야하나?

내 영어 실력은 프리토킹은 문제 없이 할 수 있지만 원어민 수준은 아니어서 처음엔 좀 쫄았었는데, 전문 통번역처럼 정확도를 요구하지 않아서 나중엔 레알 놀러가는 마음으로 했음.

오히려 영어 실력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건 모델+스태프들과 잘 어울리고 분위기 잘 맞출 수 있는 사교성, 친화성인 거 같았어.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어 안 들리고 못 말해도 된다는건 아님




2. 시급?

처음에 최저시급~만원이 업계 통용인거 보고 충격 받았음... 물론 4대보험 이런거 없구요... 말이 되나 싶어서 안 할까 했는데 비정기적으로 할 수 있고 영어를 쓸 수 있는 알바가 너무 없어서 걍 경험이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했었어. 위에 말했다시피 전문 통번역처럼 정확도를 요구하지 않고, 아래 서술할 것처럼 업무 강도가 쉬운 편이라 시급이 그리 높지 않은 건 이해가 되지만, 이 정도로 저평가 될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아직도 이해 안 감. 전반적으로 이 모델 에이전시 쪽 업계가 굉장히 박봉인거 같았어.




3. 일과

일단 업무가 굉장히 주먹구구식임. 스케줄이 미리 나오는게 아니라 전 날이나 며칠 전에 문자로 이 날 몇 시간 여기서 근무 가능하시냐고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와.

오케이 하면 모델 정보, 장소, 시간 보내주고 당일에 스튜디오 등 장소에서 모델을 만남. 간단하게 인사하고 촬영 장소 가서 스텝들이랑 인사하고 헤어/메이크업 하는 장소로 가서 기다림. 이때가 가장 일 없는 시간이야.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일 하는 동안 나는 걍 핸드폰 보고 놀고 있음.


다 되면 이제 촬영 시작함. 포즈나 표정 바리에이션이 많아서 알아서 잘 하고 능숙한 모델+덜 깐깐한 촬영 감독을 만나면 디렉팅이 적어지니까 내가 할 일은 정말 없어짐 ㅋㅋㅋ 가끔은 그냥 몇 시간 동안 모델 쳐다보고 멍 때리면서 너무 심심해서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현타 올 때도 많았음. 촬영 감독 입장에서는 이게 더 편하겠지만 사실 난 오히려 모델이 못하거나 감독이 깐깐해서 디렉팅 많을 떄가 좋더라...


중간중간 촬영 스텝 분들이 세팅하는 시간, 잠깐 짬내서 다같이 밥 먹는 시간, 대기 시간 등등 나머지 빈 시간은 내가 모델이랑 상대하며 대화하고, 스텝들과 모델을 이어주는 시간이야. 가끔 영어 소통이 가능한 스텝들도 있지만 전혀 못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다리 역할을 해 주는게 중요함. 그래서 친화성이 되게 필요한 알바라고 느꼈고, 누구랑 만나도 적당히 대화하고 분위기 좋게 만들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한 것 같아. 




4. 모델, 모델 에이전시, 광고 촬영 등에 대해 느낀 점

내 본업은 패션이나 뷰티하고는 일억광년 떨어진 필드라 모델 일이든 촬영이든 참 생소했었어. 


첫 날 감상은, 우선 남자 모델이 너무너무 잘생기고 키 커서 내 눈 앞에서 살아 숨쉰다는 거에 대해 충격을 받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그 모델이 너무 친절하고 소탈한 사람이라 하루 동안 계속 대화하고 인생 얘기 하면서 아 다 똑같은 사람이구나 싶다가도 잠깐 눈 정면으로 마주치면 너무 조각상 같고 막 눈 초록색이고 이래서 머릿속이 하얘지고 그러면서도 프로페셔널 해야 돼!!! 하면서 티 안 내려고 하고 그랬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친구한테 나중에 거울 보면 어떤 느낌이냐 했더니 막 웃으면서 불만족스럽진 않다고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수 십 명의 남녀 모델을 만나면서 느낀건 비주얼적으로 매 번 충격이긴 한데 생각보다 대부분 사람들이 다 소탈하고(물론 내가 일했던 에이전시 모델들은 탑 모델들이 아니고 대부분 시작하는 단계의 모델이라 그럴 수도 있음) 성격도 무던하다는 거였음. 항상 스텝들이랑 소통을 해야하니 좋고 무난한 성격이 그들한테 필요한 것도 같았고. 그리고 생각보다 걍 일반인처럼 잘 먹는 사람이 많았어 ㅋㅋㅋ 특히 남자 모델들은 더욱 그럤음. 대신 운동은 매일 2시간씩 한다더라. 대부분 10대 후반~20대 초중반이라 어려서 그럴 수도 있을거 같음


충격 받고 현타가 왔던 건,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모델들이 대부분 10대 중후반-20대 초반의 백인(러시아, 동유럽, 그리고 가끔 미국, 서유럽)이라는게 너무너무 적나라하다는 거였어. 20대 중반만 돼도 나이가 많아서 잘 안 쓰이고... 흑인 모델은 난 본 적이 없었음. 10대 중후반 여자 모델이 하는 속옷 광고를 두 번 간 적이 있었는데 이래도 되나 싶어서 촬영 내내 마음이 너무너무 불편하고 안 좋았어...


그래도 느낀건 내가 만약에 백인으로 태어나고 모델을 할만한 외형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젊을때 몇 년 모델 일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다 싶었어. 내가 봤던 모델들도 모델로서 야망이 큰 사람들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건 따로 있고 잠깐 경험으로 돈 벌려고 해보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럴만 하겠다 싶더라구. 내가 만났던 모델들이 말한 것처럼 업무 강도에 비해 페이가 매우 센 편이고, 몇 달마다 국가를 옮겨가며 일하는 식이라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은 경험이겠다 싶었음. 일반 일 해서 그 나이에 그만큼 돈을 벌 수가 없으니까.


그리고 촬영장마다 분위기가 다르긴 했지만 많은 세팅에서 보였던, 촬영 감독이 갑이고 그 아래 스텝들이 슈퍼 을인게 보이는 상황도 현타가 올 때가 있었어. 그리고 촬영장에선 모델이 주인공으로 대하면서도 한국말로는 자기들끼리 모델을 그냥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마네킹처럼 여기고 외모적으로 비하한다던가, 모델 에이전시도 모델들을 그렇게 대하는게 너무 씁쓸했어. 이런걸 빼놓고 통역할 때 현타가 왔음. 


내 본업이 일이 너무 많아짐+너무 할 일이 없고 생산성이 적은 느낌+모델, 패션, 광고 업계에서 주류를 이루는 가치관과 내 가치관과의 간극이 너무 큼+내가 일했던 모델 에이전시 한 군데가 모델한테 대하는 태도나 모델들과 얘기하며 알게 된 계약 불공정 문제에서 온 현타가 모두 합쳐져서 1년쯤 했을때 일을 더 이상 못한다고 말하게 됐음. 그래도 한 군데랑은 여지를 남겨둬서 코로나 풀리면 다시 잠깐 할지도 모르겠네. 워낙 이렇게 비정기적으로 쉽게 일당 벌 수 있는 알바가 많이 없어서...


그래도 여튼 평생 몇 명 볼 잘생기고 예쁜 사람 1년 동안 몰아서 다 본 거 같았다 ㅋㅋㅋㅋ 가끔 쇼핑몰에서 아는 모델들 사진 볼 때 신기하더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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