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시간쯤 되면 다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질문이야.

물론 탄수 부족으로 인한 탈모나 수면장애를 걱정하는 덬들의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가고

또는 저녁에 과자 한입을 먹기 위해 하루종일 탄수를 아껴온 덬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

오늘 하루정도야, 그렇게 먹어도 되지. 아무렴.

하지만 이런일이 비일비재 하다면 그건 좀 우려스러워.

댓글로 쓰자니 이런 질문이 자주 올라오고, 설명이 길어져 오늘은 아예 작정하고 글로 파보겠다!

다른 차원에 사는 우리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여기서는 근손실 없이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려면 하루에 두부 1모를 먹는게 권장량이야. 뜬금없지만, 그러려니 해봐.

보통은 두부를 찌개에 넣어먹든 간장찍어먹든 퍼먹든 신경안썼는데,

아니 글쎄 엄마가 다이어트 하라고 두부를 이렇게 줬지 뭐야!!!

물론 쑥갓은 몸에 좋지..

하지만 우리는 초식동물이 아니라구 ㅠㅠ

육식동물도 아니라 쑥갓에서도 영양소를 뽑아낼 수 있긴 하지만, 한계가 너무 명백해. 소처럼 위가 4개나 있는것도 아니란 말이야.

어쩔 수 없이 젓가락으로 박살난 두부를 한점한점 골라먹다보니 이걸 대체 몇시간째 먹고 있는거야???

그런데 어느날은 왠일로 아침부터 그냥 두부를 주셨어 ^0^

씐나게 숟가락으로 퍼먹퍼먹. 하, 10분이면 순삭이네! 오늘 두부할당량 끝!!

두부 안먹은지 3시간... 4시간... 아...  뭐 남는 두부 없나..... 오늘 지나려면 몇시간 더 남았는데...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찬장을 열었다 닫았다... 엄마 두부좀.. ㅠㅠㅠㅠㅠㅠ 배고파 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세계에서 다이어트 하고 있는거지.

어느날은 어쩌다보니 하루종일 먹은 두부 양이 좀 모자랐어.

온갖것에 버무려진 두부를 젓가락으로 골라먹다 지쳐서 그럴수도 있고,

그냥 하루 바쁘게 살다보니 두부양 조절에 실패했을수도 있고..

그래서 저녁에 다방에 와서 물어봐.

"오늘 두부가 좀 부족한데, 두부과자 먹어도 돼? 요거 몇개에 두부 1/4모가 압축되어있대"

하루종일을 통틀어 두부를 먹은 양은 똑같지만

그걸 얼마나 긴 시간에 나누어 혹은 순식간에 먹는가에는 이런 차이가 있어.

배고픔의 번뇌를 몇시간정도 겪는가? 그 정도가 가벼운가 심한가? 먹기위한 에너지소모는 얼마나 하나?

이런것에 따라 다이어트가 할만한게 되기도 하고 인내심을 갉아먹는게 되기도 해.

일주일 내내 쑥갓두부무침에서 두부를 골라먹은 사람과

일주일 내내 모두부를 퍼먹은 사람의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번뇌한 시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루종일 먹은 두부가 모자라 저녁에 두부과자를 찾는 사람은 그 중간쯤에 있지 않을까?

어쩌다 하루정도야 상관없지만, 매일 두부가 모자라 매일 두부과자를 찾는건 문제가 없을까?

이쯤에서 짐작했겠듯이

다른 세계 : 우리의 신체

두부 : 탄수화물 중 당질

쑥갓 : 탄수화물 중 식이섬유

두부 골라내기 : 소화를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 소모

냉장고 문 열어보기 : 배고프다는 신호 보내기

여기까지 보면 '내가 먹은 과자는 식이섬유가 많아'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

그래서 이번에는 버무리다 만 쑥갓두부를 가져왔다!!

실제로는 버무리다 만거지만, 마인드 컨트롤좀 해줘;;;;

엄마가 다 완성한 쑥갓두부무침이었는데 동생한테 알바비 줘서 미리 옆으로 골라내게 한거라고.. =ㅂ=

이런상태로 주면 두부만 퍼먹기가 훨씬 간편하겠지?

쑥갓이랑 엉켜있는 부분은 얼마 안되어서 골라먹는 시간도 얼마 안될거야.

물론 버무려놨든 분리해놨든 영양성분은 여전히 두부 1모 + 쑥갓 1줌 이야.

하지만 두부를 다 먹는데 드는 시간은 훨씬 빠르지.

밀은 원래 버무려진 쑥갓두부무침처럼 당질과 식이섬유가 얼기설기 얽혀있었어.

하지만 분쇄하고 반죽하고 숙성시키고 구워내는 과정에서 우리 몸이 했어야 할 두부 골라내기 작업을 미리 해줘.

질긴 식이섬유 조직을 잘게 끊어내는건 당연하고.

먹기위한 에너지 소모를 대신 해줘서, 더 쉽고 빠르게 소화시킬 수있지.

쌀을 충분히 불리고 끓여 조직을 연하게 한 죽이 왜 소화 잘 되는 환자식인가 생각해봐.

내 몸이 했어야 할 소화 노동 일부를 조리기구와 시간을 들여 대신한거야.

통밀과자에 통밀만 있어? 별도의 식이섬유가 첨가되어 있지는 않아?

별도의 식이섬유를 추가해서 반죽한 밀반죽은 반쯤 버무린 쑥갓두부무침 같아.

모두부 보다는 낫고, 완성된 쑥갓두부무침만큼은 아니지.

밀과자에 식이섬유는 적지만 당도 얼마 안돼?

그럼 식이섬유도 아니고 당도 아닌 나머지에 해당하는 전분질을 몸에서 골라내는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이왕이면 그날 먹을 음식을 오후쯤에는 가늠해서 미리미리 조절하는게 베스트고

사실 이런걸 고민하는게 이미 늦은 저녁시간대라

모두부같은 탄수과자를 먹은들 어차피 자고 일어나면 아침식사 하니까 절대 먹지 말라는건 아니야.

하지만 이런 빈도가 일주일에 두세번씩 꾸준히 일어난다면

마냥 안전한 습관은 아니라는걸 알려주고 싶었어.

그래도 사람이 어떻게 항상 계획대로 살 수 있겠어.

알면서도 아차 오늘 탄수! 하는게 인생이지.

혹시 군고구마 좋아하니? 단호박찜은?

여기에 잘 익은 김치 살짝 얹어서 먹는건 어때?

물론 고구마 역시 익는 과정에서 전분질의 당화가 진행되지만,

고구마의 식이섬유는 갈기갈기 찢어지지 않고 무사하다구!  '_^

문제시 원덬의 오늘저녁 두부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