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후기(리뷰) 은중과상연 이해와 수용
1,000 12
2025.10.06 03:52
1,000 12

"천상연을 빼놓고 내 인생을 논할 수 없다." 스물 하나 은중은 상연과의 재회 후 남자친구인 김상학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김상학이 답하듯 은중에게 상연은 유달리 친한 사람은 아니다. 은중에게는 나미가 있었고 이후 나이대가 변함에 따라서 은중의 주위에는 이름과 얼굴이 바뀐 친구들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은중의 생에 있어서 상연은 특별하다. 은중의 서사 속에 상연은 상연인 채로 색을 바꿔가며 은중의 곁에 존재한다. 처음에는 눈이 가는 동경의 대상으로, 아빠의 부재를 위로해준 윤현숙 선생님의 딸로, 첫사랑이자 사진을 알려준 천상학의 동생으로. 그렇기에 은중에게 상연은 친한 친구기도 하지만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은중은 좋은 사람이다. 나의 생애 속에서 상연은 은중을 아낌없이 주는 또 받을 줄도 아는 사람으로 평한다. 그리고 4회에서 그런 은중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상연의 재능에 부러움을 느끼고, 상연의 괴리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은중이 떨어트린 휴대폰을 줍고는 옷에 닦아서 돌려주는 상연의 다정함에 저금통을 깨고 자전거를 팔아서 동거할 집을 구한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좋은 이해자가 되지 않는다. 이해는 타인의 사정을 헤아려서 받아들이는 공명의 행위지만, 사람은 타인의 울림에 마음을 맞추기 보다는 자신의 주파수로 세상을 듣는다. 은중은 상연의 진심이 궁금하다고 했다. 상연을 이해하고 싶었지만 동시에 이해하지 못했다.

 

상연은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여겼으나 은중에겐 다정한 윤현숙 선생님이었음으로. 상연은 오빠가 자신때문에 죽었다 여겼으나 은중에겐 상학 오빠의 안타까운 죽음이었음으로. 넌 이세상 모든 엄마와 딸이 너희 엄마랑 너 같은 줄 아냐고 울먹이는 상연은 애처롭다. 은중의 행동은 상연과 선생님을 생각해서 한 말이나, 겪지 않지 않은 슬픔은 가볍게 이해하고 싶은 마음과 부딪힌다.

 

그들이 엮이는 일생 속에서 은중은 상연을 이해 하고 싶었고 상연은 은중에게 이해 받고 싶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푸는 은중과 필요할 때는 침묵을 택하는 상연은 공명되지 못한다. 상연의 이해받지 못한 마음은 산산이 부서지고 이해에 실패한 은중은 기다림을 택하며 다시 어긋난다.

 

마흔 셋, 죽음을 앞둔 상연이 은중에게 찾아온다. 상연은 '나의 생애'라는 정답 해설지를 건넨다. 은중은 그제야 상연의 마음을 알게 된다. 은중이 상연을 이해했는지 아닌지는 나는 모르겠다. 다만 은중은 상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누군가의 울림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같은 파동으로 진동하게 될 것이다. 이해의 시작은 이해하지 않음에서 시작된다.

 

- 우리 인사는 여기까지 하자. 고마웠어, 너무.

- 같이 가달라고 해. 반대로 말하지 말고. 내가 같이 갔으면 좋겠지?

- …응.

 

은중은 머뭇거리는 자리까지 끌어안는다. 상연이 드디어 이해받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로 들어가는 순간. 이해의 실패를 통과해 도달한 공명의 장면. 은중이 상연을 수용할 때 드디어 상연은 자기자신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은중은 이해의 갈증에서 벗어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은중과 상연>을 본 세상의 모든 은중과 상연이

서로를 이해하지 않아도, 그럼에도 함께 살아가는 삶을 사기를.

 

 

 

 

 

 

 

 

덤1: 원래 상연이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엄청난 장문으로 리뷰를 쓰고있었음 그런데 그건 수용이랑 안맞는거 같아서 과감하게 패스

덤2: 같이 가달라 했으면 좋겠지?-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데 정작 저 장면은 많이 드러낸 장면이라 원본도 궁금해...ㅜ

덤3: 드라마보고나서 각자시점으로또보고 아무한테도이입안하고 한달간 회차당5번은 본듯...이제 그만봐야지

목록 스크랩 (2)
댓글 1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패리티X더쿠🧳] 패리티와 서현진의 만남, 아르모 프레임 캐리어 체험단 이벤트🖤 862 12.01 96,794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210,112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0,826,49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266,50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178,391
공지 잡담 발가락으로 앓든 사소한 뭘로 앓든ㅋㅋ 앓으라고 있는 방인데 좀 놔둬 6 09.11 446,063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눈치 보지말고 달려 그걸로 눈치주거나 마플 생겨도 화제성 챙겨주는구나 하고 달려 7 05.17 1,105,568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나 오늘 뭐 먹었다 뭐했다 이런 글도 난 쓰는뎅... 11 05.17 1,156,952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12/4 ver.) 127 02.04 1,751,484
공지 알림/결과 ─────── ⋆⋅ 2025 드라마 라인업 ⋅⋆ ─────── 116 24.02.08 4,495,809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6 22.12.07 5,510,507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68 22.03.12 6,881,492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9 21.04.26 5,678,585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8 20.10.01 5,767,404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97 19.02.22 5,903,263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6,072,605
모든 공지 확인하기()
5142 후기(리뷰) 택배기사 사월이 원작에서 여캐였지...? 왜 드라마화하면서 성별 바꿨을까? 여캐인 게 훨씬 좋았을 거 같은데.... 12.04 136
5141 후기(리뷰) 태풍상사 태풍상사 ost 1화 지하철씬 팝 노래 왜 없을까 ㅠㅠ 3 12.01 311
5140 후기(리뷰) 태풍상사 지금 막방 보고 울었음 4 12.01 439
5139 후기(리뷰) 이강달 근데 세자 강이의 연시도 은근 깨알같은 면이 있더라 4 11.29 682
5138 후기(리뷰) 우주메리미 12회> 우주와 메리가 Me를 찾고 One가 되다. 5 11.27 241
5137 후기(리뷰) 우주메리미 11회> 우주와 메리가 만나 Me가 되어가다 7 11.27 368
5136 후기(리뷰) 국보 보고 옴(ㅅㅍ) 1 11.25 294
5135 후기(리뷰) 키괜 공지혁과 고다림의 감정에 관해서 6 11.24 693
5134 후기(리뷰) 태풍상사 맨날 짝수화 마지막 이상해 11.23 317
5133 후기(리뷰) 태풍상사 저런 멍청한 놈과 싸워야 해? 11.23 237
5132 후기(리뷰) 이강달 어제그제 개인적으로 사소한듯 인상적이던 장면 중 하나 4 11.23 798
5131 후기(리뷰) 태풍상사 밤새 몰아봤는데 너무 재밌음 ㅋㅋ 강태풍을 위한 강태풍에 의한 드라마다 16 11.23 719
5130 후기(리뷰) 이강달 강江의 달月이고 달月의 강江이고 서로가 최고의 배필이었을 수밖에 없다 싶네 4 11.22 581
5129 후기(리뷰) 오늘 나우유씨미3 보고왔는데 기대에 못미쳤어 11.22 192
5128 후기(리뷰) 악연 호후기 1 11.22 300
5127 후기(리뷰) 이광수 나혼자프린스 보고왔는데 11.21 580
5126 후기(리뷰) 친애하는x 장소가 계단이어야 했던 건 (1-8화 스포있음) 2 11.21 907
5125 후기(리뷰) 더러닝맨 시사회 봄 (쿠키 없음) 2 11.20 205
5124 후기(리뷰) 위키드:포굿 후기 / 쿠키없음 1 11.19 552
5123 후기(리뷰) 얄미운사랑 5화 좋았던 대사들 정리 1 11.18 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