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운동하고, 죽지 않을 만큼 먹었던 시간들.
60kg 넘게 감량하며 나 자신을 증명하려던 지난날을 떠올려요.
그때의 나는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나를 향하던 모진 상처들은 나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마침내 나는 누가 보더라도 날씬한 사람이 되었죠.
더 이상 옷가게에서 눈치를 볼 필요도, 모르는 사람이 나를 보고 욕하는 일도 없어졌어요.
하지만 다이어트는 체중계 위의 숫자만 줄이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얼마나 옥죄었는지, 그때는 몰랐어요.
남들이 정해준 규칙이 아닌, 내가 만든 수많은 ‘안 돼’들.
“이건 먹으면 안 돼.”
“운동은 하루도 빠지면 안 돼.”
“배부르면 안 돼.”
이 모든 게 마치 나를 보호하는 울타리인 줄 알았지만, 결국 나를 가두는 벽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 벽이 산산이 부서졌어요.
정신이 뻥 뚫린 것 같았고, 동시에 무너져 내린 내 마음은 다잡을 수 없었어요.
그리고 온몸으로 식이장애를 앓기 시작했어요.
조금이라도 나의 ‘안 돼’를 벗어나면 미칠 것 같고, 내가 루저가 된 것 같았어요.
스스로 이 정도도 이겨내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인가 하는 죄책감은 나를 망가뜨렸어요.
어떤 날은 손바닥만 한 작은 옷이 안 맞기라도 하면 무너져 내려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울기만 하는 일도 있었죠.
사과 한 알을 게눈 감추듯 먹고 미친 듯이 울며 달리기를 한 적도 있었죠.
지금은 몸무게 체크를 안 하려고 노력합니다.
44사이즈가 안 맞는 나를 용서했습니다. 그냥 맞는 사이즈의 옷을 구입했어요. 배부르게 먹고 운동 안 하는 나를 용서했습니다.
그러나 두렵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내 안에서는 나와 내가 싸우고 있어요.
음식 앞에서, 거울 앞에서, 무너질 듯 위태로운 감정들과 매일 대치 중이에요.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점은, 이제는 스스로를 벌주지 않기로 했다는 거예요. 더 이상 나를 채찍질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스스로에게 손을 내밀어주기로 했어요.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충분히 소중해.”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모든 게 나아진 건 아니에요.
회복은 길고, 느리고, 가끔은 다시 되돌아가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그 길 위에서 나를 더 아껴주고 싶어요.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고, 나만 이런 게 아니라고,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나도 여전히 힘들지만, 우리 같이 건강해지자고.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미워하기보다는, 나를 다시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가 보자고.
다이어트는 끝이 아니라 과정이에요.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도록, 나의 마음과 몸을 돌보는 그 과정을 나누고 싶어요.
혹시 지금 같은 벽 앞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누군가 있다면, 이 작은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요.
우리 모두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건강해질 수 있기를.
스스로를 사랑하는 길로 함께 찾아요.
사진은 댓글에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