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안산에서 난 너무 슬펐다
곡도 다 왜 그렇게 그날은 슬프게 들렸는지
방랑자부터 이게 이렇게 슬픈 곡이었던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슬프기 시작해서
환폴은 혼자 들었으면 오열각이었어
따뜻한 부분까지 매서운 추위 한 가운데서 환상이라는 걸 알고 떠올려지는 하릴없는 희망이라서 너무 슬펐어
인터미션에 숨쉬려고 나왔는데도 눈물이 막 나더라
전람회는 연주 시작하자마자 와 차콩 때랑 완전 다른 곡이네! 내적 흥분한 상태로 보다가
에라이 카타콤부터 또 슬프더니 키예프의 대문에서 슬픔 정점 찍음
조성진 주먹타건할 때 내 주먹 입에 넣을 뻔
이거 쓰는데 또 눈물 나려고 한다
미쳤
앵콜로 판타지슈티케 되게 원했거든
3 와럼치는 걸 알아채고 내적 환호했는데 내가 이어지는 4 변덕을 제일 좋아하거든
그래서 혹시 4를 이어서 해주지는 않을까 기대했는데 얄짤없는 연주자 덕에 더 슬픔
근데 내가 슬픈 날이어서 그런가
영폴도 난 왠지 슬프게 들리더라
조성진은 집 갈 생각에 신나게 연주했는데 삽질하나 싶어 또 은근 슬픔
그리고 이 날 관크 & 공연장음향 말이 많았어
사실 나도 관크, 공연장 음향 엄청 신경쓰였던 때가 있거든
막 째리고 인터미션 때 어셔 찾아가서 요청도 하고
근데 그렇게 신경쓰고 정작 공연 집중 못해서 손해보는 건 결국 나더라고
그래서 그냥 내가 최대한 빨리 공연장에 익숙해지고 관크는 떨쳐내고 집중하려고 노력해
연주자도 똑같겠지 싶어서
지금 어떤 소리를 들려주고 싶은 건지 캐치하려고 하면 좀 빨리 잊혀지더라
조성진은 그게 너무 잘 보여
몸짓에서 손가락에서 좀 가까이서는 표정에서 페달링에서 또 본인이 가끔 입으로 소리도 내주곸ㅋㅋㅋㅋ
멀어서 이도저도 안보인다 하면 그냥 내가 상상해 이런 소리 이런 감정을 전달하고 싶은가보다라고
너무나도 소중한 한음한음 한곡한곡인데 관크때문에 음향때문에 누군가에게 안좋은 기억으로 남겨지는 게 너무 슬퍼서 잡소리 해봤어
하지만 진짜 참을 수 없는 관크러와 발음향의 주역들은 내 노력따우 상관없이 발뻗고 자겠지 싶어서 슬프네
그리고 어제 듀오에서 정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인데
'동물 애호가'는
험하게 살던 길냥이가 좋은 집사 만나서 행복하게 살게 되는 것만 봐도 감동이고
주인 멀리 떠나보낸 댕댕이가 망부석이 돼서 그 자리에 붙박혀 있는 것만 봐도 눈물 줄줄 슬퍼하잖아
그런 것도 감동이고 눈물나는 법인데
평생을 바이올린에 바친 한 예술가가 온 힘을 다해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를 전하려고 애쓰는데
'클래식 애호가'라고 자부심 가지고 다니는 인간들은 왜 온통 한숨이지
그들이 들은 건 그의 한평생인데
또 또 감정적이라며 예술을 모른다며 무시하려나
작품을 작품으로 들어야지 작품을 훼손시키는 예술가는 더 이상 예술가가 아니라며
공연 내내 나도 들었어 힘들어하는 그의 바이올린
한 음 긋는데 연달아 나오던 다른 음까지
그런데 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간 거야
그가 하는 이야기
그가 평생동안 바이올린을 껴안고 쌓아온 이야기
난 그 이야기를 너무나 잘 들었고 힘들게 내뱉는 말들에는 눈물도 맺혔어
그럼 안되나
감동을 받아서도 안되고 박수도 쳐서는 안되고 눈물도 흘리지 말아야 하나
작품이란 이름 앞에서는 그 어떤 누구의 이야기도 의미가 없는 건가
근데 인간이잖아
인간이라서 그렇다고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고 이성만 가지고 태어나지 않은 게 인간이라고
당신들도 인간이라고
인간을 위한 예술을 인간을 무시하기 위해 들이미는 인간들이
난 너무 슬프다
한 줄 요약 :
나 양일간 마이 슬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