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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전력 1차) 사계절의 이야기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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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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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http://theqoo.net/ani/317217376




"개추워!"

"방금 재채기냐?"

"맞아"

"병신"

"요새 왜이렇게 까칠해 우리 진하~"

"잘거야 건드리지 마..."

고작 일주일 못 봤을 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 모양 그 꼴이었다. 나도 내가 추한걸 잘 알았기에 한숨이 나왔다. 앞으로 한참을 못 보고 지낼텐데 어떻게 버티려고

주말까지는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겠습니다

내일부터는 조금 날씨가 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낮기온은 4도로

4.1도

4.2도

3.9도

3.8도

매일 매일 비슷한 내용의 일기예보는 어지간히도 추운 날씨를 알릴 뿐이었다. 시간이 약이었는지, 나는 다시 내가 해오던 일을 계속 해나갔다.

연락을 하지 못한게 아니라, 안 한 것이다. 그냥 왜인지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때때로는 미친듯이 전화를 걸고 싶었다.

'나 저번에 대회에서 1등했어, 이번에 학교 축제에서 공연 했고, 곧 마을 축제 무대에도 설거야, 궁금하지 않아? 너 한 번도 내가 노래하는거 들어본 적 없잖아. 아, 그러고보니 나도 니가 기타치는거 한 번도 본 적 없네, 그리고 또...'

전하고싶은 말은 산더미 같은데 전할 용기도 없고, 말을 건넸을 때 혹시나 반응이 미적지근할까, 피하지는 않을까 겁도 나서 아무 것도 말하지 못했다. 그냥 소심하고도 한심하게 오영현의 페이스북에 간간히 올라오는 소식에 좋아요를 누를 뿐이었다.

"오, 야 이것 봐"

"뭔데?"

"영현이, 피어싱 뚫었대"

"........."

"양아치야 양아치 아주"

짝이 갓 올라온 오영현의 게시글을 보여주며 농을 던졌지만 전혀 웃고싶지 않았다.

「멤버들이랑 다같이 맞춤」

하나같이 같잖은 피어싱을 달고 다정하게 모여있는 광경이 너무 보기 싫었다. 스스로도 삐뚤어져있다는건 알았지만 열 받는건 어쩔 수가 없었다.

"확 나도 뚫어버려?"

"엥? 너 그거 다이렉트로 학생부 끌려가서 징계먹는다"

"........."

묻고싶었다. 우리 할아버지랑 꼭 닮은 한국인의 입맛을 가진 녀석이었는데, 서양 음식은 입에 맞을지. 잠자리가 불편하지는 않는지, 음악은 즐거운지. 혹시나, 정말로 만에 하나, 내가 생각나 외롭지는 않은지.

따위의 질문들을 곱씹어봐야 결국 그 날 일기장에나 적게 될 것들이었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은 날이었다. 잘만 지내다가 그런 사소한 것 하나에 의기소침해지는 내가 싫어 쥐어뜯은 머리칼만 수천가닥이었을 것이다.

"다녀왔습니다..."

"왔니? 씻고 저녁 먹어~"

"씻고 잘래... 피곤하다"

"배 안 고프겠어?"

"응 괜찮아"

씻고 나오니 정말 물에 젖은 종잇장처럼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머리가 마르지도 않았는데 침대에 쓰러지듯 누워 페이스북을 켰다.

「오늘 아침부터 스트릿공연을 했다. 지금은 쉬는중」

숙소로 보이는 곳에서 밴드 보컬이라는 사람이랑 꼭 붙어 찍은 사진. 그것 만으로도 혈압이 올랐지만, 언제부터인가 생긴 팬들이 그에 보기 좋다거나 잘 어울린다거나 하는 댓글을 다는 것에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그 사실이 자존심 상해서 괜히 게시글과 댓글들에 좋아요를 누르고는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던져두었다. 배게에 얼굴을 묻어보았지만 잠이 올 리 없었다.

지잉-

짧게 한 번 울린 진동, 페이스북 메신저 알림일 터였다. 누가 보냈든 무슨 말을 하든 그냥 붙잡고 하소연이나 하자는 심정으로 다시 화면을 켜 메신저를 확인했다.

「뭐해?」

'야 내말좀들어ㅂ' 까지 입력하고는 얼어붙었다. 다름 아닌 발신자 이름 때문이었다. 오영현이 보낸 메신저, 답을 생각할 새도 없이 확인해버렸다.

마음이 급해져 빠르게 '지금 씻고 나왔어' 라고 답을 보냈다. 나도 모르는 새 몸은 일으켜져 있었다. '너는 뭐해?' 라고 쓴 것을 망설이다 지우고, 다시 '왜?' 라고 보냈다.

「대회 우승했다며」
「축하한다고」

「너도 다음주 결승이라며?」

「응」
「너희는 수능이잖아」

「나랑은 상관 없지만ㅋ」
「넌 수능 안봐도 되냐?」

「나랑도 상관 없거든」
「필요하면 내년에 보지 뭐ㅋㅋ」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대화할거라면 진작 연락할걸.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래도, 그제서야라도, 얘기할 수 있었던게 어디야.

얘기하다보니 목소리가 듣고싶었다. '전화해도 돼?' 라고 입력해두고는 망설였다. 목소리를 들으면 얼굴이 보고싶을테고, 얼굴을 보면 만지고 싶을테고... 욕심은 끝이 없을테니까. 그래서 그냥 지워버렸다.

밤새도록 대화를 나누었다. 뭐, 영국은 낮이었겠지만. 몇 시간이고 몇 시간이고 대화하다 나도 모르게 스르륵 눈이 감겨 잠들었다.

「준민이는 잘 지내?」
「잠들었나보네」
「잘 자」

다음날에서야 확인한 것이었다.

「미안ㅜㅜ 너무 졸려서」
「아 넌 지금 자려나」

한참이 지난 뒤에 읽었을 뿐, 답은 없었다. 한심한 나는 다시 연락할 용기가 사라져 그 뒤로 단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오영현쪽도 마찬가지였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더니, 영영 못 잊고 괴로워하면서 살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듯 했다. 그냥 가끔, 아주 아주 가끔씩 문득 떠오르는 정도였다.

엄마한테 등을 떠밀려 '괜히 돈만 낭비했다'는 기분으로 수능을 마치고 나왔을 때라든가, 수능이 끝난 후 반 친구들과 선생님과 다같이 모였을 때라든가, 겨울방학이 시작되었을 때라든가 말이다.

겨울방학은 끝났지만 딱히 학교에 갈 필요가 없었던 나는 그냥 혼자 길거리를 배회했다. 학생들은 학교에 가고, 직장인들은 출근을 했을 시각. 거리는 한산하기만 했다. 그리고 꼭 홀로 이렇게 청승을 떨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또 생각이 났다.

"저거 보여?"

"뭐? 저 기타?"

"어, 나 돈 모아서 꼭 저거 살거야. 깁슨 새 모델이거든"

"기타를 또 사? 그렇게 많은데?"

"세상에 똑같은 소리가 나는 기타는 없어"

악기점을 보고있자니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며 즐겁게 웃어보이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결국 샀던가? 그건 알 턱이 없었다. 얼마 안 가 말도 안 섞게 되었으니.

"대상, 박 진 하"

오늘은 또 상을 탔다. 2월 14일, 내 생일이다.

"최고의 생일선물이네"

"응"

사람들의 인정, 박수, 함성. 그게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다. 음악 자체를 좋아하지만, 무대에서 온 몸으로 그 소리를 듣는 순간이 '아, 내가 제대로 하고있구나' 라는 기분이 들어 가장 행복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나는 조수석에 앉아 멍하니 저녁놀을 바라보았다. 뒷자석에는 우승을 기념하는 꽃다발과, 팬이라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초콜릿이 잔뜩 쌓여있었다.

"오늘은 일찍 자, 내일 학교도 가고 해야하잖아"

"응, 안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내일부터는 아주 바빠질 예정이다. 당장 내일도 졸업식이 끝나자 마자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각 분야에서 전국 우승 경력이 있는 사람들. 기타리스트 한 명, 베이시스트 한 명, 드러머 한 명.

"그런데 진하야, 기타리스트가 한 사람으로 되겠어?"

"두 명이야"

"응? 호영학생 말고 또 누가 있어?"

"응, 두 명이야"

"그래...?"

두 명이라고 단언하긴 했지만, 가능할지는 미지수이다. 내일 그 녀석이 졸업식에 올지 안 올지도 모른다. 온다 해도 내 제안을 받아줄지 안 받아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왜인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근거없이 단정을 지었다.

씻은 뒤에 아까 받았던 꽃다발들을 방에 늘어놓았다. 누군지 모를 사람들이 대기실에 놓고 간 것들이었지만, 그건 상당한 힘이 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꽃다발을 집어들어 향을 맡아보았다.

선물한 사람의 취향인지, 대부분 붉은 와인색의 꽃들이었다. 언제부터인지도, 왜인지도 모르게 나는 와인색을 참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꽃다발에 이끌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자태만큼이나 아찔하게 향기로운 향에 나른함이 밀려왔다.

꽃다발을 내려두고 불을 끈 뒤 오늘 하루 피곤했던 만큼 숙면을 취하고, 개운하게 아침을 맞았다. 백만년만에 교복을 걸치는 것 같았다. 벌써 가슴 한 켠이 시큰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교복좀 잘 입고 다닐걸.

"오랜만이다 병신들아!"

"오오오! 어제 성인이 되신 분 아닌가!"

"늙었네 늙었어"

"좋겠다 술도 마실 수 있고"

이 떠들썩함이 그리웠다. 반가운 한 편 이제 끝이라 생각하니 벌써 울 것 같았다. 혹여나 그런 마음이 들킬까 괜히 실없이 웃어보았다.

점점 강당이 붐비기 시작했다. 반 별로 의자에 쭉 앉아 지루한 축사를 듣고, 식상한 식순을 밟았다. 계속 앞뒷자리 친구들과 장난을 치던 나도 지쳐 어느새 하품을 하고 있었다.

졸업식 축가를 들으면서는 '내가 더 잘 부르겠다' 같은 생각이나 하고있었다.

"야, 니가 더 잘 부르겠다"

"나도 그 생각 하고있었는데 소오름"

"재수없는놈"

졸업식이 끝나고, 이제부터는 각 반에 모여 마무리를 할 때였다. 꽤 지쳐서 시체마냥 계단을 올라아무 자리에나 털썩 앉았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모이고 선생님, 학부모님들까지 들어오셔 시끌벅적함이 조금 가라앉을때 쯤 누군가의 탄성을 선두로 모두가 환호를 보냈다.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오영현이 부끄러운 표정으로 들어왔다.

"졸업식에 지각이냐 영현아?"

"죄송합니다 시차 적응이 안돼서..."

"영국 다녀왔다고 티내는거 봐 저거"

나오려던 눈물이 쏙 들어가는 것 같았다. 이제 졸업인데, 오늘로 마지막인데,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온 신경을 오영혁에 기울이고있었다.

저 웃는 얼굴, 습관적으로 턱을 괴고 새끼손가락을 깨무는 버릇, 또르르 굴러가는 큰 눈동자, 전부 다 그리웠다. 기분이 이상했다. 낯설어서인지, 분명 가까이 있는데도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차렷!"

대체 나는 얼마나 멍하니 있었던건지, 반장의 구호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마지막 인사니까 제대로좀 하자 이 웬수야!"

허둥지둥 자세를 바로잡다 선생님과 눈이 마주쳐 욕을 먹었다. 한번 웃고는 제대로 차렷을 했다.

"공수!"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인사!"

"안녕히계세요!!"

교실이 떠나갈 듯 큰 소리가 울렸다. 덩치에 안 어울리게 우는 놈들도 보였다. 나도 조금씩 다시 현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진 찍기 바쁜 무리, 끌어안고 울기 바쁜 놈들. 그리고 그 사이의 비현실적인 존재와 눈이 마주쳤다.

"안녕"

그 목소리와 미소짓는 얼굴조차 비현실적이었다. 아니, 초현실적이었다. 저토록 아름다우면 눈물이 나기도 하는구나.

"어어, 왜..왜 울어?"

팔에 손이 닿았다. 이건 현실의 감각이었다.

"...졸업인데 안 슬프냐? 메마른 자식"

장난스레 얘기하며 억지로 웃었지만, 오영현의 웃는 얼굴을 보니 정말로 웃음이 나왔다.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학교를 나서는 길, 일이 있어 먼저 간다며 차를 타고 가는 엄마에게 손을 흔들었다.

"뭘 그렇게 많이 받았어?"

"후배들이 주던데, 오빠 보고싶을거라고"

"아, 그러세요"

옆에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다. 바람이 차다는 핑계로 손을 잡고싶었지만 꽃다발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저지당했겠지만.

"너... 밴드는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됐냐니?"

"계속 같이 하는거야?"

"잘 모르겠어. 사실 단기성으로 모인거긴 한데 의외로 잘 맞아서... 다들 괜찮다 하면 나도 남아야지"

"아쉽네"

"뭐? 왜?"

"그 사람들이랑 같이 못 하게돼서"

"무슨 소리야, 난청 있냐?"

"나랑 하자, 밴드"

큰 눈을 더 커다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보고싶었다고 말하면 역겹다며 얻어맞을까?

"진심이야?"

"응. 프로로서 음악 해보려고, 이따가 밴드 멤버들 만날거거든. 이미 레이블도 알아봤고. 기타는 한 사람밖에 없어. 그니까 니가 안 된다고 하면 엄청 곤란해질걸?"

여전히 멍한 표정. 그러다 언제 당황했냐는 듯 다시 씩 웃었다.

"난 내 취향 아닌 보컬이랑 작업 안 하는데?"

"뭐? 니가 내 노래 들어봤어?"

"어제 들어봤어. 잠도 못 자고 대회 구경 갔거든"

이번에는 내가 놀랄 차례였다.

"넌 합격시켜줄게"

잠시 벙쪄있다 웃음이 터졌다. 둘이서 즐겁다는듯, 늘 함께 즐거웠다는 듯 웃었다. 즐겁게 걷다 잠시 쉴 겸 얘기도 나눌 겸 벤치에 앉았다.

"너도 같이 가자, 미팅자리"

"그래, 어떤 잘나신 분들인지 좀 보자"

"너 잘났다는거야?"

"응. 잘났지"

"그래, 좋으시겠다"

"내가 두고간 꽃다발은 봤어?"

"어? 언제?"

"어제 대기실에 두고갔어. 빨간색 꽃다발이었는데, 하얀 종이에 연분홍색 리본 달린"

"...너였구나, 어쩐지"

"뭘 어쩐지야, 그걸 어떻게 알아 바보야"

"니 머리랑 똑같은 색이잖아"

왜, 언제부터, 와인색을 좋아하게 됐는지 떠올랐다. 오영현이 머리를 붉게 물들였을 그 무렵부터였다. 만약 노란색이었다면 난 노란색을 좋아하게 됐을거고, 푸른색이었다면 난 파란색을 좋아하게 되었겠지.

"끝나면 와인 마시러 갈까?"

"개소리야"

"나 성인인데?"

"아, 맞아"

갑자기 오영현이 가방을 급히 찾더니 무언가를 꺼내 내 손에 턱 쥐어주었다.

"상자?"

"생일선물"

"지금 열어봐도 돼?"

"그러든가"

상자를 열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손목시계였다. 한 눈에 봐도 꽤 비싸보이는 시계였다.

"시계야?"

"딱 봐도 시계잖아"

"이거... 비싸보이는데..."

"당연하지, 토마스언쇼 시계인데. 두 개 합해서 150만원대였어"

"어어어!? 니가 산거야?"

"내가 예전에 갖고싶다고 했던 레스폴 기억나?"

"깁슨 기타? 어어, 기억나..."

"그거 포기하고 네 생일선물 사려고 모았어"

"아아...."

어안이 벙벙했다. 왜 그렇게 갖고싶어하던 것 까지 포기하면서 내 생일선물을 산건지, 눈물 날 정도로 기뻤지만 묻고싶었다. 어제 잠을 포기하면서까지 내 무대를 보러 온 이유는 뭔지, 나는 너한테 뭔지. 묻고싶은 것이 산더미였지만 가장 묻고싶은건...

"그런데 왜 두 개를 사?"

오영현은 말없이 내 두 눈을 응시했다. 그러다 갑자기 시계를 들고있는 내 손목을 잡더니 내 눈 앞에 들어올려 보였다.

"이건 뭐라고 생각해?"

내 시선이 손에 들린 시계에서 오영현의 손으로 옮겨갔다. 그 손목에는, 내가 들고있는 것과 똑같은 시계가 채워져있었다.

"이거...!"

곧 내 손목을 쥐고있던 손이 풀렸다. 마주본 눈동자는 답지 않게 흔들리고있었다.

"예전에, 미안했다고"

억지로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하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이건 무슨 뜻일까

"나 멍청한거 알잖아, 무슨 뜻인지 말해줘"

"우리 다시...."

뒷말을 잇지 못했다. 오영현은 역시, 이런 면에서는 서툴기만 했다.

"사귈까?"

"사귀자"

동시에 말했다. 나는 질문을 했고, 오영현은 제안을 했다는 점만이 달랐다.

"응 사귀자, 같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놀러도 가고... 손도 잡고 키스도 하고 하고싶은거 다 하자"

서툴다는 말은 취소해야겠다. 내가 당황할 만큼이나 직설적이었다. 너도 마음에 담아두고 살았구나, 너도 힘들었구나, 나만 괴로워한게 아니었구나.

"어떻게 그걸 다 담아두고 아무렇지 않게 지냈어? 나는 잘 못 지냈는데"

아까 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흘렀다. 올해는 울 일이 많네, 언젠가부터는 슬픈 영화를 봐도 눈물 한 방울 안 나길래, 내가 우는 법을 잊은 줄 알았는데 잘만 우네.

"나도 너만큼 잘 못 지냈어, 멍청아"

눈 앞의 사람은 변한 것 하나 없는 오영현이었다. 손에 닿은 그 따스한 뺨이, 내 볼을 타고 흐른 더운 눈물이, 얼음장같던 겨울의 끝을 알렸다.

매번 보아왔던 석양 지는 거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따듯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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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으로 써본 1차라 많이많이엄청나게 부족한거 잘 알지만 봐준 덬들 고마워ㅠㅠ 다음에 전혀 쓸데없는 번외편(이라기보다 그냥 시점체인지+뒷이야기정도..?) 들고올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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