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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전력 크로스오버) 희비교차 (겁페&하이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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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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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일 날씨입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이른 새벽부터 비가...」


싫은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더니. 저 멀리 거실에서부터 전해져오는 기상캐스터의 밝고 경쾌한 목소리와는 반대로 오이카와의 어깨는 푹 쳐졌다. 어쩐지 오늘은 묘하게 날씨도 흐린게 공기가 눅눅하다 싶었다. 수업 도중부터 밀려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귀가하자마자 TV를 켜고 식사를 시작한게 한 시간 전이었다. 그렇게 궁금하면 인터넷이라도 켜 보지 그랬어, 라고 평소 전자기기와는 연이 없는 사촌이 한마디 했지만 오이카와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 들리지 않는 척을 했다. 사실은 오이카와도 잘 알고 있었다. 굳이 집에 와서 TV를 켜고 일기예보가 나올 시간을 기다리지 않더라도 내일 날씨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많다는 것을. 수업이 마친 후 교무실 책상에 있는 컴퓨터로 검색해봐도 됐을 것이고 그 이전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켰더라면 훨씬 빨리 알 수 있었겠지.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하긴 토오루군은 옛날부터 울보에 겁쟁이였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그가 오이카와에게 머그잔을 건넸다. 예전부터 느끼던 바이지만, 이 사촌은 가끔씩 웃는 얼굴로 사람의 아픈 곳을 쿡쿡 찌른다. 오이카와상은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애써 그렇게 말하며 머그잔을 건네받았다. 평소라면 대환영이었을 카푸치노였지만 지금의 오이카와는 카푸치노의 맛도 제대로 음미할 수 없었다. 벌써부터 귓가에 빗소리가 쏴아쏴아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


「일기예보따윈 싹 다 무시하고 내일은 해가 쨍하게 떴으면 좋겠다」

「그건 내가 곤란한데...」


오이카와의 맞은 편에 앉아 코코아를 휘젓고 있던 그가 눈썹을 꾸물거렸다. 아 그렇지 참. 오이카와는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아무래도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생각보다도 치명타였던 모양이다. 평소라면 100% 발휘되었을 그의 감이 오늘은 영 제 상태가 아니었다. 머리도 아픈데 그냥 자자. 미묘해진 공기를 참지 못한 오이카와는 손에 쥐고 있던 머그잔을 내려놓고 욕실을 향했다. 내일은 구름만 잔뜩 낀 그런 날씨이기를. 자신과 사촌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오이카와는 속으로 빌었다.



2.


문득, 정말 아무 이유도 없이 눈이 떠졌다. 수면부족은 아닐텐데, 잠이 묻은 목소리로 중얼댄 오이카와의 귓가에 이윽고 소리가 들려왔다. 이 빌어먹을 기상청. 매번 틀리면서 꼭 이럴때만 여지없이 딱 들어맞는다. 신경질적으로 걷어낸 커튼 사이로 세차게 빗줄기가 쏟아내리고 있었다.


「배구는 이제 그만두는게 좋겠어요」


빗소리에 맞춰서 환청이 들려왔다. 10년 전, 미야기의 큰 병원에서 들었던 늙은 의사의 딱딱한 음성이었다. 한창 불타오르고 있던 시기였다. 카라스노에게 져서 결국 마지막까지 전국대회에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래서 더욱 더 그 다음을 기대하게 되었다. 특히 카라스노와 시라토리자와의 시합을 보고 난 후. 흥분한 나머지 이와이즈미의 충고도 무시한 채 몇 번이나 몰래몰래 체육관에서 자율연습을 하고는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원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느끼기 시작한 통증에 별 생각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간 병원에서 오이카와는 듣고야 말았다. 배구를 그만두세요. 그 당시의 오이카와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사망선고와도 같은 잔혹한 말이었다.


「이와짱 잘지내려나...」


비가 불러오는 최악의 패턴. 그것은 방금 들려온 환청과 더불어 머릿속에서 그의 오랜 소꿉친구를 떠올리는 것이었다. 제 손으로 다 버리고 온 주제에, 라며 자조적인 미소를 띄운 채 오이카와는 눈을 감았다 다시 떴다. 젠장 또 이 장면이야.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핑크색의 레이스가 달린, 소꿉친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우산. 그리고 그 속에 나란히 붙어서있는 두 남녀. 이 10년간, 비 오는 날마다 떠오르는 그 광경에 몇 번이나 잠을 설쳤던가.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꽉 잡고 있는 그의 두 손이 희미하게 떨려오고 있었다.


「제발 좀 멈춰라」


그러고보니 일기예보에서는 뭐라고 했더라. 일주일 내도록 비가 내릴 거라고 했던가. 아니면 곧 비가 그칠거라고 했던가. 매번 그렇지만 일기예보를 마지막까지 듣지 않았던 것을 오이카와는 그때야 후회했다. 앞으로 몇 시간 동안, 혹은 몇 일이나 자신은 이와이즈미와 이름도 모를 여자아이가 키스하는 순간을 목격하게 될 것인가. 하다못해 환청과 환각, 둘 중의 하나라도 피해보고자 귀를 틀어막고 눈을 감았다. 「날씨입니다」라고 방문 너머의 거실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미처 거기까지는 신경쓸 수가 없었다.



3.


「전국적으로 내리는 비는 내일 아침부터 서서히...」


토오루군 제대로 듣고 있으려나. 마나미는 졸린 눈을 애써 비비면서 리모컨을 한 번 꽉 잡았다. 아직 여름이 다 지나가지도 않았는데도 비때문에 날씨가 제법 선선했다. 역시 더운거보다는 시원한게 좋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나미는 좀처럼 마음이 편해지지를 못했다. 거실에서 한 눈에 보이는 하늘색 방문. 그 문 너머에 있을 자신의 사촌이 또 얼마나 끙끙 앓고 있을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일매일 흐린 날씨면 참 좋을텐데」


차마 맑았으면 좋겠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그 경우 방안에서 끙끙 앓는 것이 오이카와에서 자신으로 바뀔 뿐이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귀찮고 곤란한 사촌지간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에는 마나미가, 비가 내리는 날에는 오이카와가 망가졌다. 몸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식욕이 없어지고, 그리고 방 안에 쳐박힌 채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는 그 방안에서는 언제나 신음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어쩜 사촌지간에 똑같이 그러니. 오이카와의 엄마, 그러니까 자신의 이모인 그녀는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멀끔히 나타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더랬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점차 날이 개어...」


아 다음은 나인가. 마나미는 졸음으로 인해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부엌으로 향했다. 그래도 명색이 함께 사는 입장인데 죽이라도 만들어주지 뭐. 그런 생각도 있었지만 사실은 조금은 다른 생각도 있었다. 이 일기예보가 틀리지만 않는다면 적어도 오늘 이후의 일주일은 맑은 날이 주구장창 이어질 터였다. 그 말인 즉슨, 일주일 뒤에는 자신이 지금의 오이카와와 비슷한 처지가 되어있으리라는 것을 의미했다. 다음을 부탁해, 토오루군. 익숙한 손놀림으로 만들어낸 죽은 마나미 나름대로의 뇌물이었다.



+ 설정


오이카와 토오루

무릎부상으로 고3 겨울에 배구를 그만둠

어릴때부터 소꿉친구인 이와이즈미를 짝사랑

병원에서 무릎상태 들은 날 = 이와이즈미의 키스신 목격한 날 = 비오는 날 이어서

비오는 날을 무지 싫어하게 되고 그 날이 되면 몸상태도 정신도 너덜너덜해짐

그 날을 기점으로 세죠 졸업식까지 불참하고 그대로 잠수

대학은 아는 사람 하나도 없고 배구랑도 전혀 연관 없을 법한 곳을 고르고 골라 졸업. 현재는 고교 교사로 근무중


마나미 산가쿠

고교졸업기념으로 떠난 가족여행에서 사고가 발생, 부모를 잃음

사고현장에서의 마지막 기억이 뒤집힌 차 안에서 어렴풋이 본 해였기 때문에 해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됨

고로 햇빛 쨍쨍한 맑은 날이 되면 몸상태도 정신도 너덜너덜22222

병원 측의 실수로 부모님과 함께 죽은 것으로 기록. 장례식도 치뤄짐

후에 실수를 눈치챈 병원측에 의해 친척들에게는 살아있다는 사실이 겨우 전달. 그러나 여전히 하코네 멤버들을 비롯한 여러 지인들은 그가 죽은 줄 알고있음.

사고후유증으로 자전거도 못타게 되었고 지금은 방에 쳐박혀 소설이나 칼럼 등을 쓰면서 생계를 유지중


오이카와&마나미는 사촌지간으로 마나미가 부모를 잃은 뒤 유일한 혈육인 오이카와네로 오게 됨

(오이카와네 엄마랑 마나미네 엄마가 자매)

사고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마나미-이유는 모르지만 많이 아파보이는 오이카와를 많이 걱정한 오이카와네 엄마가 두 사람을 병원에 억지로 끌고 가봤지만

둘다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다만 의사로부터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만 넌지시 들음

이 원인모를 증상의 해결을 위해서 오이카와네 엄마가 두 사람에게 동거생활을 제안

가족들의 걱정과는 달리 서로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두 사람이 알아서 서로 돌봐가면서 잘 살아가고 있다는 그런 스토리...



인데 내 콩들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시작한 크로스오버인데 왜때무네 이렇게 어둡죠.....8ㅅ8

설정이 한없이 어둡다 어두워....허허허....

근데 이거 이와<-오이에서 다이오이, 쿠로마나로 커플링 설정하고 쓴거다? 뒤에 재회하는거 나와야한다?

내가 그거까지 쓸 기력이 없다는게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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