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차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메모리사업부 엔지니어 A씨는 지난해 9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에 가입했다. 누적된 성과급 불만이 결정적 계기였다. 반도체부문의 2025년도분 초과이익성과급(OPI)은 연봉의 43~48%로 책정됐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4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알려진 경쟁사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체감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A씨는 “2023년 반도체부문 성과급 제로(0%) 선언 때는 업황이 워낙 나빠 이해했다”며 “하지만 어닝 서프라이즈가 예고된 상황에서도 보상 확대에 소극적인 회사의 태도를 보고 노조 가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첫 단일 과반 노조 탄생이 가시권에 들어섰다.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조합원 수는 5만5200명으로, 지난해 6월 말 삼성전자 전체 직원 수(12만9524명)의 약 42.6%에 해당한다. 지난해 9월 1일 6300명에 불과했던 조합원이 134일 만에 9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위원장은 “이르면 2월 초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가입자 수 급증의 중심에는 반도체부문이 있다. 지난해 9월 말 4415명이었던 반도체부문 초기업노조원은 한 달 뒤 1만9618명으로 늘었고, 다시 한 달 만에 3만4478명까지 급증했다. 지난 8일 기준 전체 직원 7만5253명 가운데 4만2096명(55.9%)이 초기업노조에 가입한 상태다. 반면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초기업노조 가입률은 23.8%에 그쳐 부문별 온도차도 뚜렷했다. DX부문 한 사업부 소속 직원 B씨는 “노조가 부당 전보 등 소속 부서의 현안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 같아 가입하지 않았다”며 “사업부별 가입자 수까지 공개하면서 내부 반감만 키우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노조 가입이 본격화된 계기로는 지난해 9월 초기업노조의 SK하이닉스 방문과 이직자 인터뷰가 거론된다. 당시 초기업노조는 “단순 교류를 넘어 경쟁사의 보상과 근무 환경을 직접 체감하는 자리였다”며 “삼성전자의 임금 체계나 복지 가운데 하이닉스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5차 임금교섭에 돌입했다. 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삼성전자동행노조 등 3개 노조가 구성한 공동교섭단의 핵심 요구안은 OPI 산정 방식의 투명화와 상한 해제다.
OPI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 목표를 넘겼을 때 지급되는 성과급으로, 초과이익의 20% 범위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OPI 산정 기준으로 EVA(Economic Value Added)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노조는 EVA 방식이 법인세와 투자금 등 자본비용을 영업이익에서 차감해 계산하는 구조여서 실적 개선이 성과급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 측은 EVA가 주주 가치와 장기 투자를 함께 고려한 합리적인 기준이라는 입장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496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