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조기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와 관련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반대하는 입장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개헌 관련 다른 입장의 글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저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 주장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도 뽑고, 개헌 국민투표까지 동시에 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 논의는 윤석열 파면 사흘째에 나온 아주 갑작스러운 제안입니다. 저는 반대합니다. 단호하게 반대합니다.
반대하는 이유, 딱 네 가지만 들겠습니다.
첫째, 물리적으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1987년 개헌안 마련에 90일이 걸렸습니다. 여당과 야당,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았던 시기에 최소 석 달이 걸린 겁니다.
정치권과 국민적 분열이 극대화한 지금, 60일 동안 개헌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만약 기어코 마련한다면 지금보다 좋은 헌법이기는커녕 더 나쁜 졸속 개헌안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둘째, 정치적 선택과 집중에서 우원식 의장의 제안은 잘못됐습니다.
지금은 내란종식과 민주정부 수립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이처럼 중차대한 과제에 개헌 논의를 얹어 버리면, 내란종식과 민주정부 수립의 역량이 분산됩니다. 더욱 걱정인 것은, 개헌 내용에 대한 의견 차에 따라 우리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빛의 혁명 동력이 빛의 속도로 쪼개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개헌과 대선 동시 투표 제안은 잘못됐고, 저는 단호하게 반대합니다.
셋째, 지금 개헌논의를 시작하는 건 내란세력에게 도피처를 제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개헌안 마련은 모든 정당이 함께 모여 해야 합니다. 국민의힘이 현재 의석수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개헌논의에 참여하게 됩니다. 국민의힘이 그동한 저질러 온 온갖 반헌법적 행태에 대해 심판은커녕 온당한 시민권을 부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란당 해체는커녕 그들을 국가의 백년지대계에 정중히 참여시키는 꼴입니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습니다.
넷째, 헌법의 주인이 국민이듯, 개헌의 주인도 국민, 곧 주권자 시민입니다.
지금 개헌을 한다는 것은 정치권이 제 맘대로 개헌안을 마련하고, 주권자에게는 찬반투표만 맡기겠다는 겁니다. 정치인보다 더 똑똑하고 더 열정적인 대한민국 국민이 이런 방식을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거꾸로 가야 합니다. 주권자 시민들의 지혜와 열정에서 논의를 시작해 개헌안을 만들고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그것을 다듬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이 순서에 맞습니다. 그래야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개헌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다시 요약해 말씀드립니다. 우원식 의장의 대선과 개헌 동시 추진을 완전 반대합니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고, 내란종식의 동력을 약화시킵니다. 내란정당 국민의힘에게 면죄부를 주고, 도피처를 제공합니다. 개헌의 시작과 끝을 정치권이 아닌 국민에게 맡겨야 합니다. 그래서 대선과 개헌 동시 추진을 반대합니다.
대선기간 준비했다가 민주정부 수립 이후 차분히, 정밀하게 해야 합니다. 늦지 않습니다.
정청래 의원의 말을 인용하면서 제 주장을 마치겠습니다.
"우원식 의장님!
우선 먼저 역사청산하고 그때가서 개헌합시다. 지금 뭣이 중한디… "
민형배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68779?sid=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