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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25 06:50
[이봉렬 in 싱가포르] 만에 하나라도 윤석열 탄핵 기각이 된다면... 우리에게 펼쳐질 미래
이 글은 미얀마와 싱가포르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을 두고, 싱가포르에 사는 가상의 인물의 입을 빌어 쓴 내용입니다. 미얀마의 다양한 정보를 담기 위해 화자를 가상의 인물로 설정하긴 했지만 '징집 대상인 두 아이를 가진 싱가포르 거주 사업가'는 실제 인물이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전 미얀마 사람 우누입니다. 태어난 건 미얀마인데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국 분들은 미얀마 사람이라고 하니까 난민을 먼저 떠올릴 수 있겠지만 전 사업가입니다. 수도인 양곤에 집도 두 채가 있고 모아 놓은 재산도 상당합니다. 아마 미얀마 상위 1% 안에는 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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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4분의 1을 징집하겠다는 발표
그런데 요즘 한가지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지난해 2월 군부가 18~35세의 남성과 18~27세의 여성에게 최소 2년간의 군 복무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얀마는 2010년에 징병법이 처음 도입되었지만, 이제껏 실행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내전으로 군인이 더 필요하게 되니까 징집하겠다는 겁니다. 문제는 징집 대상으로 정한 나이 범위가 너무 넓어 이대로라면 전 국민의 4분의 1이 군 복무 대상이 된다는 겁니다. 내전 중인 나라에서 군 복무를 한다는 건 전장에 끌려간다는 거죠.
저의 걱정은 제 아이들 여권의 유효기간이 곧 만료가 된다는 겁니다. 이걸 갱신해야 하는데, 싱가포르에 있는 미얀마 대사관에 가서 해달라고 하면 군복무 대상이라며 안 해줄 것 같습니다. 지난해 9월 미얀마 군부는 태국에서 유학 중인 미얀마 학생들이 여권을 갱신하려면 태국에 있는 대사관이 아니라 미얀마로 돌아와서 하라고 발표했습니다. 여권 갱신을 위해 미얀마로 돌아가면 출국을 막고 징집할 거로 생각한 많은 유학생이 여권 갱신을 계속 미루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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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때도 전 상관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사업에 방해되는 게 많이 사라졌으니까요. 내전이 일어나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수도 양곤은 군부가 확실히 통제하고 있었고, 저는 그 안에서도 가장 안전한 동네에 집이 있으니까요. 게다가 여차하면 미얀마를 떠나서 부유하고 안전한 싱가포르에서 평안한 생활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찬성한 쿠데타가 제가 사랑하는 아이 둘에게 군복을 입히고 내전의 전장으로 내몰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라가 설령 망해도 내 가족만큼은 안전할 거라고 굳게 믿고 살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제 나라 미얀마를 쿠데타 이전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요? 세계 시민들이 어떻게 좀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
추신 : 한국도 지금 대통령의 계엄 발표로 발생한 내전 상황을 종식하느냐 다시 그를 대통령으로 복귀시키느냐로 대립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탄핵을 반대하고 그가 다시 힘 있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하는 비율이 전체의 30% 정도 된다고 하죠? 저도 미얀마에서는 그 30% 안에 있던 사람입니다. 그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다들 한 번 더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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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은 성명을 내고 "'선거 사기'(election fraud)에 대응하여 (아웅 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인사들을 구금을 했다"며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최고사령관인 민 아웅 흘라잉에게 권력을 이양한다"고 발표했다. 비상사태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EPA
@헌재 @2찍들이 좀 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