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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평택' 밑으로는 인재 못 간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어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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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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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501090?sid=101

 

[반도체 특별과외] '남방한계선'을 넘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용인에 건설하기로 계획 중인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대신, 수도권 과밀화를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호남에 RE100 산단을 조성해서 거기에 반도체 팹을 짓자는 이야기를 줄곧 해왔습니다. 그러면 댓글에 반드시 따라붙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남방한계선'입니다. 원래 의미인 군사분계선 기준 남쪽 2km 선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인재들이 취업을 위해 내려갈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일컫는 말입니다. 행정구역으로 정해진 게 아니다 보니 직종에 따라 그 위치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사무직이나 연구개발직은 판교를, 기술직은 기흥 또는 동탄 정도를 마지노선으로 봅니다. 삼성전자가 평택에 대규모 반도체 팹 단지를 조성하면서 기술직의 남방한계선은 평택까지 조금 더 넓어졌습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이 단어의 차별적 특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사무직이나 연구직은 판교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고귀한 직군이고, 기술직은 그보다 낮은 직군이라 좀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은연중에 정의하고 있으니까요. 이처럼 실체가 불분명하고 차별적인 조어를 근거로 일부 언론들은 호남에 팹을 지어도 인재를 구하지 못해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편견을 경계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방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수도권에만 반도체 팹을 모아 놓은 나라는 한국뿐
 

  TSMC 홈페이지에 소개된 팹(FAB) 위치. 반도체 팹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 분산 배치가 원칙입니다
 TSMC


(중략)

TSMC는 도쿄에서도 한참 떨어진 일본 구마모토의 시골 마을에 팹을 지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사활을 걸고 지원하는 일본의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의 팹 역시 도쿄에서 먼 홋카이도에 있습니다. 마치 수도 도쿄를 일부러 피해 남단과 북단으로 흩어진 형상입니다.

인텔 또한 수십조 원을 들여 짓는 새 팹의 입지로 뉴욕이나 LA 근처가 아닌, 오하이오의 벌판과 애리조나의 사막을 택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팹을 짓는 텍사스주 테일러 역시 허허벌판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이런 입지를 고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전력이 풍부한 곳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첨단 EUV 노광 장비 한 대가 쓰는 전력량은 웬만한 마을 하나를 감당할 수준입니다. 용인 클러스터 가동을 위해 원전 16기에 달하는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가 있는 곳에 팹을 짓는 것은 상식입니다.

둘째는 리스크 분산입니다. 천재지변이나 테러 등 예상치 못한 사고로 국가 전략 산업이 한꺼번에 멈추지 않도록 분산 배치하는 것입니다. 대만, 일본, 미국은 클러스터라는 이름 아래 모든 위협을 한 곳에 몰아넣는 위험천만한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유럽의 팹들은 아예 팹을 각각 다른 나라에 배치합니다.

그렇게 팹을 분산 배치해도 인재들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반도체 팹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세계적으로 이름난 기업일 뿐 아니라, 직원들에 대한 대우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해 주기 때문입니다. 미국 텍사스의 이름도 낯선 지방 소도시에 짓고 있는 삼성전자의 팹에도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잘만 일하고 있습니다.

지방에 팹을 지으면 인재가 안 온다는 주장은 인과관계가 뒤바뀌었습니다. 국가가 모든 인프라와 기회를 수도권에만 몰아주니, 인재들이 수도권 밖으로 나가는 것을 추락으로 여기게 된 것입니다.

과거 포항 제철소, 울산 조선소, 여수 화학단지를 만들 때 남방한계선 때문에 인재가 가지 않을까 걱정했었나요? 국가가 전략적으로 결단하고 교육, 의료, 문화 환경을 함께 조성한다면 인재는 자연스럽게 모여듭니다.

반도체 팹은 연구소와 다릅니다. 웨이퍼를 생산하는 '제조 시설'입니다. 장비를 운용하는 오퍼레이터, 유지 관리를 담당하는 테크니션, 공정을 관리하는 엔지니어 등 다양한 숙련 인력이 필요하며, 이들은 반드시 수도권 연구소 옆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반도체는 생산 시설, 다른 산업과 다르지 않다
 

  반도체 팹에서 일하고 있는 오퍼레이터의 모습
ⓒ 삼성전자 홈페이지


그럼에도 반도체 산업은 최첨단 산업이고 석박사급의 최고 인재들이 필요한데, 그들이 지방에 가는 걸 꺼리면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것 아니냐고 묻는 이들이 많습니다.

반도체 팹은 반도체 웨이퍼 생산 시설입니다. 석박사급 연구 인력이 반도체 설계와 개발을 위해 일하는 곳이 아니라, 그들이 설계하고 개발한 대로 웨이퍼를 생산하는 곳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제조직 오퍼레이터가 장비를 운용하고(최첨단 팹에서는 자동화로 인해 인원은 크게 줄었습니다), 고등학교 또는 전문대학에서 기술을 익힌 테크니션들이 장비 유지 관리를 담당하고, 대학에서 반도체 또는 기초학문을 전공한 이들이 제조 공정을 관리합니다.

반도체 팹 운영을 위해 필요한 다른 부서들 역시 학사 출신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미국에서 설계하고, 대만에서 웨이퍼를 만들고, 말레이시아에서 패키징을 하는 세상에서 반도체 팹이 수도권에 있는 기존 연구소 근처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실정을 전혀 모르는 이들이나 하는 말입니다.

남방한계선이라는 조어는 지방에 좋은 회사가 있더라도 인재는 수도권에서 가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이미 그 남방한계선 밖에 사는 이들을 투명 인간 취급하는 고약한 단어죠. 제가 살고 있는 싱가포르에는 마이크론을 포함해 15개가 넘는 반도체 팹이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를 제외한) 시민권자가 300만 명 남짓한 이 작은 나라에서도 인력이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에 비하면 500만 인구의 호남권은 훨씬 더 풍부한 인재풀을 갖추고 있습니다.

누리호 발사대는 전남 고흥에 있고, 경남 사천에는 우주항공청이 들어섰습니다. 세계적 기술력의 조선소는 울산과 거제에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 시설 역시 울산, 전주, 광주 등에 분산되어 있습니다. 반도체 팹이 우주항공이나 첨단 선박, 자동차 제조보다 더 특별한 인재를 요구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합니다.

인재를 핑계 삼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수도권 중심 사고방식으로는 출산조차 꺼리는 무한경쟁시대를 끝낼 수 없습니다. 수도권의 살인적인 집값에 비해 저렴한 주거 비용, 양질의 일자리, 그리고 국가 차원의 의료·교육 시설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인재들은 줄을 서서 내려갈 것입니다.

남방한계선이라는 차별적 프레임을 깨부수어야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소멸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수도권만의 나라가 아닙니다.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제시되었습니다. 결단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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