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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이 글을 쓰니까 후기 써달라는 덬들이 (아주 조금) 있어서 하루가 지난 지금 써봄.
최근 이주동안 평소보다 많이 먹었는데 이상하게 똥이 안나옴. 사실 이주보다 더 오래됐는데 그 기간 내에 염소똥 두세번 밖에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대장이 가득찬 상태였는데 그 와중에 식욕이 폭발한 나머지 꾸준히 많이도 꾸역꾸역 먹음. 원래 아랫배가 거의 없는 편인데도 불룩 튀어나와서 만져도 미동이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딱딱해져서 야매 진단으로도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느꼈음.
처음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는 마사지해주고 물 자주 마시면 되지 않을까 해서 수시로 배꼽 주변을 마사지해주고 노력을 했다? 근데 대장이랑 직장이 완전히 파업을 하는지아무런 기미가 안보이는채로 보름을 넘기니까 이러다 똥독으로 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침.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근처 약국 가서 그렇게 직빵이라는 변비약 (일톡글 사진) 을 머리털 나고 처음 사옴. 일본 살아서 약이 일본거일뿐 별 의미는 없음 한국이었으면 둘코락스였겠지만.
공복에 먹으라길래 오후 4시 반까지 공복으로 있다가 두 알을 먹었음. 설명서에는 처음에 한알을 먹고 경과를 지켜본 뒤 복용량을 조절하라고 했지만 똥이 너무 싸고 싶은 나머지 그딴거 생각안하고 일단 먹은거. 그리고는 세네시간이 지나서 밥을 먹고 노닥거리다가 새벽 1시가 되고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함. 후기를 검색해보니 남들은 보통 여섯시간 정도에 신호가 온다는데 나는 여덟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길래 불안해진 나머지 한 알을 더 먹는 우를 범하게 됨 (매우 중요)
그리고 조금 더 노닥거리다 2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는데 배가 아파서 네시에 강제 기상함. 지금껏 몇날 며칠을 미동도 않던 장이 꿈틀대는 진동이 척추를 타고 머리 끝까지 전해질 정도로 짜릿짜릿하더라. 그래서 급하게 화장실을 갔는데 나올 생각이 없네^^ 배는 죽을 거 같이 아프고 똥은 안 나오니 눈물이 찔끔찔끔 나고 한국에 있는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싶었음. 그리고는 계속 침대와 화장실을 왔다갔다 반복하기를 세시간.
드디어 살짝 물꼬가 트임! 원래 맨 밑에 있는 놈이 제일 딱딱하잖아? 그게 스리슬쩍 나온거. 아 드디어 광명을 찾겠구나, 하고 있기를 또 30분. 다시 지옥의 침대-화장실 쳇바퀴 루틴이 시작됨. 정말로 이러다가는 혈압 올라서 뇌혈관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힘을 내보기로 함. 변기 높이가 너무 낮아서 불편하길래 방에 굴러다니는 폼롤러를 밑에 받치고 조선시대 산모가 되었다는 생각으로 벽에 걸려있는 수건을 있는 힘껏 잡아 당기면서 비명을 질렀더니 그대로 와르르 무너져내림. 나는 진짜 누가 내 직장을 찍찍이로 떼내는 줄 알았다.
뭐지? 이게 끝인가? 겨우 이걸 위해서 내가 세시간반을 고통스럽게 지냈나? 하는 허탈감에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2교시 수업이 있었던 관계로 씻고 나갈 채비를 함. 그와중에 한동안 배도 안아프고 괜찮길래 헤헤 서브웨이 조지러가야징ㅎㅎ 이러면서 학교 가는 길에 로스트치킨 샌드위치 피클 양파 많이 할라피뇨 추가에다 콜라도 미디움 사이즈로 먹어치움.
학교에 도착하니 약의 부작용인지 머리가 띵하게 아프고 격한 메스꺼움이 올라옴. 그래서 30분 전에 먹은 샌드위치 세트를 그대로 게워냄. 이때부터 눈치 챘어야 했다. 비극이 닥칠거라는 걸.
2교시 강의는 필수 강의 + 소규모 + 주 4회로 그냥 너나 할 것 없이 얼굴을 다 아는 수준. 그리고 나는 이 강의의 유일한 안 일본인. 도착해서는 또 친구랑 열심히 떠듦. 그와중에 머리는 계속 아파서 어제 먹은 ((두통약))이 야바이하다고 집 가는 길에 쓰러질지도 몰라 쑻 이러면서 밑밥을 깔아둠. 그와중에 두시간도 못 자고 똥을 싼 나머지 졸음까지 밀려옴.
이 강의 특성상 말을 엄청나게 많이 해야함. 시도때도 없이 말을 해야하는데 열심히 이야기하는 도중에 새벽 한시에 먹은 마지막 한 알이 드디어 대장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함. 결국 배에서 아라시가 콘서트를 열고야 말았다. 장이 미친듯이 진동을 하기 시작하고 화면에 띄운 슬라이드 내용 따위는 이미 보이지 않음. 그래도 정신은 차려야 하니까 노트에다 코xx (약 이름) 개새끼... 등등의 내용을 쓰면서 겨우 정신줄을 잡고 있었다. 왜냐면 최소한 이 강의에서 만큼은 똥쟁이가 되기는 싫었거든. 지금껏 뼈빠지게 구축해온 내 이미지 - 라고 해봤자 그냥 조용한데 똑부러지는 아가씨..ㅎ - 도 있고, ★구썸남이 같이 듣는 수업★ 이기 때문에... 심지어 몇 달간 제대로 이야기도 안하다 어제 겨우 물꼬를 다시 튼 상황. 그래서 필사적으로 똥이 아니라 속이 메스꺼워서 토하고 싶은 척을 함. 시간을 보니 강의 종료 약 30분 전.
옆에서 친구는 다이죠부? 조퇴라도 해야하는 거 아니야? 이러면서 내 걱정을 하기 시작함. 하지만 나는 학점에 목이 말랐기 때문에 그와중에 끝까지 버텨보겠다고 하면서 책상에 머리를 박음. 똥은 급해서 뒤지기 일보 직전이고, 메스꺼운 척은 해야겠고 이미 내 정신은 반쯤 나가있었고. 계속 시간을 확인하면서 20분.. 15분.. 초조하게 강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음.
그렇게 연기를 하다가 진짜로 위아래로 다 쏟아부을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이 옴. 수업 종료 8분전. 그 자리에서 그대로 분출했다가는 트위터에서 xx대 똥쟁이 한국인 유학생으로 전국구 리트윗 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이 잠시 스침. 얘네 계정의 팔로워 수를 내가 아니까 잘못하면 정말로 ㅈ되겠는걸? 싶더라. 근데 사람이 급하면 용기가 샘솟는게 맞긴 한가봐. 그 소수 강의에서 갑자기 교수님께 달려가서 아까부터 너무 속이 안 좋아서 잠시 나갔다 와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함. 그게 오늘 학생으로서 지킬 수 있는 수업에 대한 마지막 예의였다. 교수님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도-조라고 하셨고 나는 나로호마냥 강의실 앞문을 박차고 나가서 괄약근에 힘이 빠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화장실로 달려감.
왜 얼마전에 똥기사 있었잖아. 똥싸다 기절한 사람. 오늘 딱 그 기분을 느껴봤어.
저 망할 핑크색 변비약이 내 대장과 직장에 단 1그램의 찌꺼기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다. 앉자마자 그대로 변기를 폭파시킬 기세의 사운드를 내면서 정신이 아찔할 정도의 속도로 빠져나가더라. 하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정리를 하고 계시는데... 정말정말 죄송합니다...ㅠㅠ 힘이 다 빠진 몸을 이끌고 겨우 정신을 붙잡고 강의실로 복귀하니까 출석을 부르고 계시는 중. 이때도 속 안좋은 연기를 하며 가쁜 숨을 쉬면서 입을 막고 들어감. 이제 종료 3분전. 이미 내 이름 차례는 지나갔지만 어차피 내 얼굴도 이름도 교수님이 아시기 때문에 걱정은 하지 않았음.
근데 자리에 착석하자마자 똥기운이 다시 밀려오기 시작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으로 염병할 변비약 시발것을 외치고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끝나고는 친구에게 인사도 못하고 3분만에 다시 화장실로 달려갔다. 근데 위에서 말했듯이 방금 똥싼다고 몸에 힘이 다 빠진 상황이라 계단에서 그대로 블랙아웃 되면서 철푸덕 주저앉음. 정신을 차리니 머리는 어지럽고 배는 아픈데 다리에는 힘이 안 들어가니까 걷지도 못하겠고. 하지만 결국 똥이 이겼어. 똥 싸겠다는 의지가 다리를 움직이게 함.
화장실에 도착해서는 다시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라인으로 다이죠부? 안 쓰러졌어? 연락이 옴. 근데 연락이 오는걸 보고도 답장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음. 손에 힘이 없는데 뭐 어떻게 답장을 하겠어. 결국은 그 화장실에서 다시 20분을 버티다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로 방에 돌아왔고 연락이 온지 약 1시간이 지나서야 무사히 도착했다고 답을 했음.
근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을 해보니까 내 상황이 너무 슬픈거야. 그 썸남이 뭐라고, 이미지가 뭐라고 하늘이 노래질만큼 배가 아픈 와중에도 메스꺼운 연기를 해야했다는게. 상황이 ㅄ같아서 그렇지 나한테는 정말 위급한 상황이었는데도 그깟 체면이 뭐라고 싶어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라ㅠ
그냥... 20년 살면서 이렇게 생명과 평판의 위협을 느낀게 처음이라 상황이 종료된 지금도 오늘 오전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모두모두 변비약 필요없는 쾌변 인생 살자 덬들아.
결론 : 변비약 남용하지 말것 / 먹을거라면 다음 날 일정을 비워둘것
참고로 이 약의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 생리통 느낌의 복통과 메스꺼움이라고 함. 보통은 한알 정도로도 충분하게 효과를 본다고 하니까 욕심내지 말고 먹어..

다신 만나지 말자 변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