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n년간 살면서 입원/수술을 해본 적도 없고, 평소에 병원 잘 안 가도 될 정도로 꽤 건강한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게 갑자기 생긴 질병이라 굉장히 당황스러웠고, 인터넷 여기저기 찾아봤을 때 이 질병과 관련된 후기가 생각보다 많이 없어서 그와 관련된 정보를 많이 얻기도 힘들었어. 그래서 후기를 쓸까말까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용기내서 후기에 올려봐!
1. 발견 과정은?
내가 몇 달 전에 회사에서 거울을 보다가 목을 봤을 때 한쪽이 뭔가 티나게 바깥쪽으로 부어 올라있어서 비대칭으로 보였어. 그래서 해당 부위를 만져봤더니 턱 아래~목쪽에 덩어리가 있고, 통증은 없었어. 근데 크기가 작지는 않아서 걍 잘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했는데 전혀 괜찮아지지 않았어.
1-1. 그게 생기는 과정에서 징조는 없었나?
나는 그냥 평범하게 일상생활 하고 있었고, 그 부위가 빠르게 갑자기 커진거라 어느 날 거울보고 뭐가 튀어나와있어서 알게됐어. 한쪽은 멀쩡했고, 다른 한쪽만 부어올라서 거울보면 바로 티가 났어.
2. 동네 병원 방문
처음으로 경부 초음파를 보게 됐는데, 목 왼쪽/오른쪽/갑상선 부위 모든 부위를 봤어. 근데 희안하게도 덩어리가 만져지는 부위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위는 아주 깨끗해. 그리고 그 덩어리를 보니 안에 물이 많이 찼다고 하는데 그게 뭔지는 물을 한번 뽑아봐야 안대. 그래서 두꺼운 바늘....(인생에서 목에 이런걸 찌를 날이 올 줄은..ㅠㅠ) 주사기로 뽑아서 보여주는데 염증이나 피는 아니고 상아색 액체였어. 근데 그 큰 주사기로 3개나 뽑았으면 많이 뽑은거지.......와 이 과정에서 난 공포를 느꼈어. 병원이 이렇게 무서운 곳이라니ㅠㅠ
그렇게 세포검사랑 피검사를 보냈는데 결과를 보니까 정상이고 암도 아니고 그냥 림프절에 물이 찬 것 뿐이래. 다만 해당 부위에 물이 다시 차오를 가능성은 있으니까 또 덩어리가 생기면 내원하라고만 했어.
3. 재발 그리고 대학병원 방문
두 달 반이 지난 시점에서 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었고....결국 다시 생겼어요! 근데 이번에도 너무 갑자기 커진다고 느꼈던게 기도를 압박해가면서 커졌나봐. 왜냐면 내가 새벽에 자다가 숨쉬기가 힘들어서 잠을 못잔 날이 있어서 아 이거 또 커졌구나 하고 느꼈어. 역시나 만져보니 또 덩어리가 만져지고....그래서 바로 다음날 저번에 갔던 병원에 갔더니 재발이 너무 빨리 됐다고 큰 병원 가서 CT나 MRI를 찍어보래.
어찌저찌 운좋게 다음날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대학병원에 진료 예약을 하고 인생 처음으로 대학병원에 진료를 보게 됐어. 그렇게 내 차례가 오고....교수님은 내 목을 만져보더니 "여기에 숨어있네^^" 라고 하시며 갑자기 바늘 두꺼운 주사기를 꺼내서 찌르더니 물을 쭉~ 뽑아보고 "그래 양성 낭종인가?" 라고 말씀을 하셨고.......이건 수술로 절제하는게 제일 확실한 질병이라고 수술하자~ 하셨어. 이 교수님....굉장히 노련하신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수술 경력이 많으신 분이더라고. 진료 후 2주 후에 수술일정을 잡았어. 그리고 인생에서 처음으로 수술 전 검사와 MRI를 찍게 됐고.....팔에 주사바늘만 몇 갠지ㅠㅠ 내 인생에서 수술 받을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어요😭
4. 입원과 수술
내가 수술 전날에 입원을 했는데, 그전에 MRI 결과나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러 진료를 봤어. 근데 MRI 사진을 보니까 내 한쪽 목에 엄청 큰 흰색 덩어리가 있더라고. 와...내가 이런 걸 달고 다녔구나...? 대충 5센치 이상이라고 했는데 이게 맞나요? 사진 상으로 봤을땐 귀 밑~목 3분의 2 정도로 커져있었어....그리고 내가 첨에 숨쉬기 불편했던 이유를 이 사진을 보니까 알겠더라구. 이게 다른 장기를 밀면서 커져서 그런거였어.
그리고 이런 목에 생긴 낭종을 제거하려면 1) 목 절개, 2) 귀 뒷부분 절개 이렇게 두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난 크기가 꽤 커서 목 옆부분을 절개하면 흉터 크게 질거라고 머리카락 내리면 안 보이게 귀 뒤를 절개해서 해주신다고 하셨어.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렇게 다음날 수술대에 올랐고....전신마취라 들어가서 하나둘셋 할 틈도 없이 그냥 기절하고 회복실로 이동하면서 깨웠는데 묘하게 아프고 눈물나고ㅠㅠ 정신을 차려보니 목 부분을 수술한거고 낭종이 꽤 컸기 때문에 그 부위에 피나 염증이 고이면 안되서 붕대도 엄청 크게 감아서 압박을 해놨더라고. 그리고 피도 빼야해서 목 뒤에 배양관도 달아놨어. 어쩔 수 없는데 붕대가 대충 내 귀~어깨까지 꽉 찰 정도로 크게 감겨있어서 고개를 움직일 수도 없고 세수는 물론이고 양치하는 것도 엄청 힘들고 이정도면 걍 암것도 안하는게 나을 수준이였어. 그리고 입을 벌리는 것도 힘들어서 밥 먹는 거 말하는 것도 좀 힘들었어. (그 외에 힘든 게 많았지만 적지는 않을게...입원생활 처음이고 몸도 아파서 진짜 너무 힘들었고 퇴원할 때까지 잠을 한번도 못잤어)
수술 이틀 뒤에 배양관에 피도 멎어서 붕대를 풀었어. 진짜 이 날을 간절하게 기다렸고 수술부위도 잘 아물고 있고 특이사항은 없어서 퇴원 결정! 근데 어쩔 수 없지만 수술부위~낭종을 절제한 목부분은 감각도 없고 많이 부어있었어. 신경이나 감각도 상처부위가 아물어가면서 아주 천천히 돌아온다고 하더라고?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라 걍 그러려니 하고 집에 갔어.
5. 퇴원 후 일상생활
난 총 3박4일 입원/수술하고 바로 다음날 회사 출근도 했어. 그리고 붕대 풀고 퇴원하니까 고개를 제대로 가누는 게 조금 힘들었어. 물론 자유의 몸이 된 건 좋지만 목이 잘 안 돌아가서 씻을 때, 사람하고 얘기할 때, 먹을 때, 물건 주울 때 등등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상체와 하체를 잘 이용해서 지냈고..... 상태도 점점 좋아지고 어찌저찌 3주가 흘렀네ㅎㅎㅎ 물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목을 완전히 돌리긴 힘든데 아직 내부가 아물어가고 있고, 수술했던 부위 주변이 조금은 부어있고 해서 시간이 좀 더 많이 지나봐야 알 것 같아. 이제 거울을 봐도 목 왼쪽과 오른쪽이 거의 비슷해서 말 안하면 수술한지도 모르겠어ㅋㅋㅋ
6. 흉터는 어떻게 됐는지?
아, 퇴원 1주일 후에 수술 경과를 보러 갔는데, 교수님이 수술 잘된 것 같다고 수술 흉터도 머리 내리면 안 보이고 잘 아물고 있는 것 같다고 하셨어. 그리고 "나중에 의사 선생님한테 감사하게 될거야~" 라고 교수님 본인이 말씀하셨는데 뭔가 웃기네? 라고 생각을 했지. 근데 3주 지나보니까 크게 감사할 일이 맞더라🙇♀️ㅋㅋㅋㅋ지금은 흉터연고 바르고 있는데, 절개 부위도 귀 뒤~그 옆 헤어라인 따라서 절개한거라 머리를 하나로 묶어도 자세히 안보면 몰라! 심지어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이라 만져봤을 때 알지, 별로 신경도 안 쓰인다는 게 최고인 것 같아.
7. 수술 결과
내 질병에 관해서는 퇴원 후 외래진료 가서 알게 됐는데, 이 낭종이 하나가 아니라 다발성이라서 꽤 많은 부위를 절제했더라고. 집에 와서 보니까 귀 밑~쇄골 위 2센치 부위까지 노란 멍이 크게 져있었어. 첨엔 소독약인줄 알고 물로 살살 씻어봤는데 걍 아프기만 한거야. 그때 이게 멍든 건지 알았어. 그리고 그걸로 조직검사까지 했는데 양성이라서 별다른 문제는 없어서 1년 뒤에 추적검사 하는걸로 마무리됐어.
7-1. 발병 원인은?
황당하지만 이런 림프절에 생기는 양성 종양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서 해당 부위에 물이 차서 생기는 병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거 비슷한 질병을 검색하면 대부분 어린 아이들부터 성인까지 꽤 다양한 사람들이 목 부위에 이런 낭종이 갑자기 생겨서 수술을 하더라. 근데 나처럼 여러개씩 다발성으로 생기는지는 모르겠어. 그래서 정보 얻기가 좀 힘들어서 병원 가보는 게 최선의 방법이였던 것 같아.
더쿠에 이렇게 긴 글 남겨보는 건 처음이긴 한데 다 읽어준 덬에게는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난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고 이번년은 다사다난한 일이 많아았고 스트레스가 커서 생겼나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선천성이라고 하니 언젠가 한번쯤은 할 수술이였구나 하고 생각하니까 마음은 후련해. 그리고 덬들도 살면서 뭐가 만져진다거나 하면 바로 병원에 가보길 바라. 난 목 부위였지만 부위에 상관없이, 통증이 있든 없든 병원에 가보길 바라.
덬들도 건강한 삶 보내길 바라며 마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