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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얻고 쓰레기집 치우는 서비스 부른 장문의 후기

무명의 더쿠 | 11:28 | 조회 수 995
뉴스에 주로 나오는 우울+무기력+혼자사는 30대 여성임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은 상태가 꽤 오래 갔음

처음은 택배박스를 쌓는것부터가 시작이였음

안뜯은게 계속 쌓이는데 물건 사는건 못 멈추고 계속계속 뭔가를 쌓아갔음. 카드값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가게 됨. 그나마 저축이나 약관대출 이런게 있어서 근근히 메꾸기 시작함.

그러다가 집이 좀 좁아졌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이 쌓여있는 상태라 도저히 치울 엄두가 안남. 주말에 힘 날때 한번에 다 치워야겠다!이렇게 생각하고 주중을 보냄. 그리고 주말에 아무것도 안하고 박스 옆에서 그저 누워있음. 다시 월요일이 옴.

또 지쳐서 손하나 까딱안하고 먹는거라곤 배달음식임.

치워야하는데.. 치워야하는데... 생각은 하지만 손 하나 까딱 못하고 누워있음. 슬슬 택배박스 옆에 플라스틱 용기가 쌓이기 시작함.

그리고 그 옆에 분리수거 한답시고 종량제 봉투에 넣어놓은 일반 쓰레기도 함께 쌓이기 시작함. 안뜯은 택배박스와 먹다 남은 플라스틱 용기 종량제봉투가 바닥을 가리기 시작함. 

여기서 뭔가 잘못됨을 느끼고 처음에는 내과를 갔음.

병원에서는 극심한 우울로 인한 ㅈㅅ 고위험군이라며 약을 줬음.

약을 먹으니 졸립기 시작했음. 나는 의욕을 찾고싶었는데 체력도 의욕도 모두 타고 재도 날려버려서 아무것도 안남았단 생각이 들면서 ㅈㅅ 충동이 강하게 생겼음. 이 시점에 이상함을 느낀 부모님이 고향에서 올라와서 나를 병원으로 끌고감. 피검사를 하니 검사결과만 보면 항암하는 암환자 수준이라며 죽기 싫거든 일이건 뭐건 때려치고 하루 한끼 무조건 소고기를 먹고 잠을 푹 자고 산책을 하라고 함. 병가를 냈음.

쉬는 동안 마음이 편해졌을까? 전혀 아니였음. 매일매일 회사로 복귀할 수 있을까? 한 달 쉬면 펑크나버린 내 생활비는 어쩌지.. 지금껏 쌓은 내 커리어는 어떻게 되나.. 다시 승급해서 인센티브 채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매일 새벽 세시에 기절해 잠들면서 면역이 좆창나고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환각을 보기 시작함. 수면제와 향정을 또 다시 처방받음.

병가가 끝나고 웃긴게 회사생활은 멀쩡히 함. 성실하게 일 잘하는 담당. 근데 그걸로 모든걸 다 쏟아내서 이 후의 내가 텅텅 비어버림. 

머릿속에 항상 아.. 집을 치워야하는데 이게 한켠에 남아 불안이 되어버림. 그럴리가 없는데도 누가 문을 확 열고 내 집을 보고 날 비난하면 어쩌지? 쌓인 박스에 불이 붙으면? 불 나면 내가 보상하나? 누가 내 집을 보면??? 이런 말도안되는 망상으로 정병이 깊어짐.

그러다가 이러다 어느날 고독사로 죽겠다 싶어서 처음에는 웃기게도 고독사 특수청소를 알아봄. 나 죽거든 이 집 보증금으로 치울건데 그 때 특수청소하나 지금 쓰레기집 치우나 어차피 내 돈 깨지는거 차라리 지금이 제일 싸겠네라는 생각이 들었음.

업체는 많고 원하는 키워드는 다양하니까 업체 고를 때 나는 제일 중요하게 본게 "조용히"였음. 동네방네 알리기 창피하다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고... 이웃집에도 민폐고...

여러 업체 찾지도 않았어 그냥 구글에 최상단으로 광고뜨는 업체로 상담받고 싶다 연락 넣었음. 이러저러한 약관이 어쩌고 오는데 더 망설이면 또 미룰까봐 바로 계약금 넣었음. 리뷰 중 제일 심하다는 집 기준으로 1600만원이더라고. 그정도까지 감수한다는 마음으로 선금 넣고 방문요청을 했는데 업체 리뷰 그런거 다 필요없고 통화해보면 이 담당팀장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느껴지거든. 보통 이런 서비스는 직고용이라기보단 도급이거나 수수료받고 하는 하청이거든.. 그래서 청소인원의 개개인 성품이 중요한데 팀장님이 한 40분정도 나의 정병발사와 문맥 맞지도 않는 질문을 다 들어주고 성실하게 대답을 해줬음. 뭐 물론 이것도 매우 비싼 유료서비스니 친절하긴 해야하지만 나도 솔직히 정신병 까고 이런 더러운 집 누구 보이는거 엄청 용기낸거긴 한데.. 내가 한심하고 진짜 창피하다고 뉴스에서만 보던거 내가 이렇게 살줄 몰랐다고, 계약을 망설이는건 아닌데 사실 문 열어주는 그 상황이 너무 힘들다.. 누구든지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니까 고객님 저는 프로입니다. 여지껏 본 고객들 모두 몸이건 마음이건 아픈 사람들이라고 더 심한 집도 치워봤다고 비밀보장 엄수에 자기 실력 믿으라 하더라고. 근데 진짜 어이없는게ㅋㅋ 나 회사 전산 로그인 비밀번호가 난프로다임. 맨날 하는 말이 "돈 받으면 프로"이건데 그 말을 들으니까 맘이 확 열려가지고 견적받았음. 


여기서부터는 이런 서비스를 고민하고있는 덬들에게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데 사실 쓰레기집 만들고 사는 사람은 보통 말하는 정상이 아니라 뭐 어디 하나가 날아갔거나 정서적으로 둔감해졌거나 좀... 고장나 있는 상태라 자기 집 상황이 객관적으로 판단이 안됨. 그래서 아마 업체 한 세곳 정도 리뷰 찾아볼거야. 그러면서 우리집은 이 리뷰랑 비슷한 정도니까 한 80쯤 나오려나?생각할거야.

80 생각하면 150 나오고 150 생각하면 300 나오고 300 생각하면 800 나온다고 말해줄게. 다시 말하지만 우린 어디 하나 고장난 사람인데 그런 환경에 계속 익숙해져서 상황 판단이 잘 안돼. 

비용정산은 평형+인건비+폐기비용+알파라고 보면 됨

넓으면 비싸고 사람 많이 부르면 비싸고 버릴게 많으면 비싸지지

그리고 폐기 과정에서 사다리차 불러서 한번에 옮기면 오히려 싸. 근데 많이들 시스템창 달려있는 오피스텔 살거란말야? 그러면 사람이 하나하나 끌차를 써서 옮겨야함. 이러면 또 비용이 붙고 폐기도 보통 일반+재활용+음식물이라 특수폐기를 하면 1톤트럭 기준으로 60만원정도 추가되고 여기에 건물 내규에 따라 다르겠지만 엘리베이터 보양이나 이용비용 주차비용 등이 추가됨. 이런건 다 현금이지.. 

나는 오래 쌓인 쓰레기 폐기+화장실 특수청소+마루강판 특수청소해서 비용이 700만원이 나옴. 시발... 

처음에는 눈탱이 친다고 생각했는데 보니까 50리터 쓰레기봉지 스무개가 1톤이잖아. 최소 3번 왕복 불러야할거 같더라고. 여기에 인건비 인당 최소 20~30 생각하면 인건비만 하루에 백만원, 폐기트럭 한 이백, 음식물 쓰레기 폐기하고 내부 특수청소 이런거 또 한 150보고 내가 특별히 추가로 요청한 조용히+물건 폐기시 나한테 확인하고 폐기 이 과정이 들어가서 보통은 8시간~12시간해서 하루 1.5일하는데 나는 이틀로 잡아서 비용이 더 붙고... 그래서 처음에 견적 받고는 정병이 도져서 심장이 막 뛰고 손이 바르르르해서 말이 안나오다가 이렇게 살다 죽을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돈으로 해결하는게 제일 싸다는 생각으로 무이자 언제까지 되나요?하고 3개월만 된대서 유이자 12개월 함.

쉬는동안 생활비에 대한 압박감도 정병발사의 한 요인이라 도저히 세달만에는 못 갚겠더라고.

그 외에 뭐 점심식사나 에어컨 사용여부, 수도 사용여부라던가 이런 잡다한거 다 체크하고 최종 사인했는데 처음에는 쪽팔려 뒤질거 같다가 지금은 프로가 치워주는 중이지, 내일 이후로는 다신 안 볼 사람들이지, 다시 태어나자 하는 마음으로 정신과 예약도 잡았음. 가족들한테도 내 상황 숨기고 살았는데 다 공개했음. 나는 더 이상 쪽팔릴게 없다. 

한참 문 앞에서 머뭇거리니까 팀장님이 지금 무슨 마음인지 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바깥에서 커피 마시고 산책하고 저녁에 오면 다 치워져있을거다. 그럼 깨끗한 곳에서 내일부터 새로 시작하는거에요 하니까.. 생각해보면 나도 고객정보 다루는 일 하지만 이름도 내역도 다 기억하고 사는거 아니니까 믿는다 하고 나왔어. 사용후기는 주말에 올릴까 해.

난 좀 있다가 정신과 간다. 아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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