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생각보다 훨씬 더 빡세고
사람 하나 안 죽도록 키워내는 거 진짜 보통 일 아니더라
이 세상의 모든 정상적인 부모들 정말 존경해
그리고 난 자기 혼자만의 시간, 커리어가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애 낳지 말라고 말하고 다님 ㅜㅜ
육아가 참 감옥에 갇혀 고문 당하는 것 같을 때 정신과 다니기 시작했고
지금도 1년 째 약 먹고 있는데 약 없으면 일상생활을 못 해
근데 내가 이번에 쓰고 싶은 후기는 육아의 고통 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서야
이건 정말 너무 의외라 어딘가에 꼭 말하고 싶었어
육아하는 게 좀 긴장 됐었어(물론 몇몇 민폐 부모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그래서 애 데리고 나갈 때마다 민폐 끼치지 말아야지 항상 다짐하고 다녔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애기들을 더 싫어하겠지 생각해서 더 조심했어
그러다 애기 백일 이후에 유모차 태워서 산책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세상에 먼저 말 거는 사람들이 진짜 많더라
그 중에 젊은 사람들도 많았어
애기 몇 개월이에요? 귀엽다 어머 예뻐요 딸이에요 아들이에요?
이렇게 관심 받고 다닐 줄 몰랐는데 누가 말 걸 때마다 진짜 깜짝 깜짝 놀람.....
모르는 사람들이랑 내가 스몰톡을 하고 다닌다니 미국인줄...
이후로 애기 9개월쯤 처음으로 기차를 탔는데
가기 전에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몰라ㅜㅜ
왕복 유아동반석으로 예매했는데 애들은 안보이고 어른들만 많더라고ㅜ
이때 1차 긴장해서 식은땀 흘렸어
애기가 울면 바로 나가야 해서 제발 울지 말아라 빌었음
그렇게 기차가 출발했는데 옆좌석 아줌마가 애기 귀엽다 이름이 뭐예요? 물어봐서 대답해주고 우리 앞에 앉은 분도 뒤돌아서 애기 예뻐해주고 그러더라고?
덕분에 살짝 긴장이 풀림 ㅜㅜ 너무 감사했어
그런데 역시나 애기가 찡찡거렸고 난 애기 안고 일어서서 달래줬어
다행히 서 있으니까 안울더라!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봤는데 사람들 몇 명이 우리 애기 보고 까꿍 하면서 웃어주고 있는 거야??? 젊은 남자도 있어서 놀람
애기를 확인해보니 얘가 전방위로 웃으며 애교를 떨고 있었;;;
이때는 낯가리기 전이라 애가 모르는 사람을 봐도 다 웃었거든
너무 갑작스러워서 난 다시 자리에 앉았고 옆자리 승객이 바뀌어서 젊은 군인과 그 여친이 앉았어. 많아봐야 22살 정도?
둘이 앉자마자 우리 쪽 보면서 애기한테 놀아주더라???
고맙기도 하고 그새 나도 사람들 관심에 익숙해졌는지
뭔 생각으로 나도 모르게 '혹시 안아보실래요?'함....
좋다 그러길래 군인한테 애기 주니까 엄청 신기해하더라
난 사람들이 이렇게 애기들한테 관심 많은지 몰랐어!!!!
세상이 이렇게 따뜻하다고?????싶어서 눈물이 났어
특히나 젊거나 어린 남자들은 더 관심 없겠거니 생각했는데 편견이었더라.
울동네 마트 직원 남자애는 울 애기 볼때마다 귀여워하고
볼 만져봐도 되냐고 해서 그러라고 함 ㅋㅋ 애기한테 귤도 줌
내가 혼자 애기 유모차 태워서 스벅을 갔는데
애가 갈 때 되니까 유모차 안타겠다고 짜증내고 난리가 난 거야
난 겉옷도 입어야 되고 컵도 치워야하는데ㅜㅜㅜ
식은땀 흘리는 와중에 옆테이블 여자들이 애기 운다 아구구 이러면서
같이 달래줬는데 내가 진짜 어렵게 아기 잠깐 안아줄 수 있냐고 부탁했어ㅜ
나 패딩 입고 얼른 나가려고ㅜㅜ
그랬더니 너무 좋아요 제가 안을래요! 이러면서 일행 밀치고 오더라ㅜㅜ
개감동 먹음ㅜㅜㅜ
가끔 애 데리고 혼자 카페 가면 사장님들이 귀한 애기 데려와서 고맙다며
서비스 주실 때도 있고
주변 테이블 손님들이 애기한테 손흔들어 줘
애기가 카페에서 잠깐 울었을 때는 어떤 커플이 까꿍하면서 달래줌
이런 일들을 계속 겪으니까
생각보다 우리나라에 애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었어
나도 애 낳기 전에는 애기한테 크게 관심이 없어서..애기 볼 일도 없었고ㅜ(그냥 내 눈에 안들어온 듯)
너무 너무 다행이더라
내가 받은 관심?사랑?만큼 나도 다른 애들 보면 엄청 예뻐하고 인사도 해 줘
세상을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어
그동안 내 눈높이에서만 세상을 보다가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사각지대까지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
왜 식당마다 유아용 의자가 있어야 하는지, 키즈메뉴가 왜 필요한지 현실로 와닿더라. 그전에는 보이지도 않았는데...
무엇보다 타인의 정과 관심을 느껴본 게 충격적이었어
애기 낳기 전에는 나한테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거는 건 도를 아세요? 뿐이었는데....
결론적으로 20개월 동안 아기 키워본 후기는 세상에 이런 사랑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야
물론 지금도 애 데리고 외식이라도 하면 사람 없는 곳으로 가고
애기 울면 사람들이 싫어할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애기 달래고 있지만..
비행기는 아직도 안탐. 애기 울까봐ㅜㅜ
그래도 이 세상에 관대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돼
이런 걸 깨달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애기 낳은 거 후회가 안 돼
애기를 낳았을 뿐인데 내 마음 속 사랑도 넓어지게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