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에 전학갔던 학교에서 왕따당하기 시작한 게 인생 초기의 기억인 것 같아.
매일매일 죽음의 방법에 대해 생각하면서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학교 중앙계단 앞에 놓여있던 큰 거울에 비친 내가 너무 초라하고 더러워보였던 기억이 나.
그게 벌써 30년 전인데, 그 기억이 지금의 내 삶을 아직도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걸까? 그렇다면 그건 그냥 나 자신의 잘못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20대에는 연애관계에서 안정을 느껴서 계속 연애를 했어.
연애가 끝나면 무너지고, 다시 다른 상대를 찾고.
애인이랑 무언가를 하는게 가장 행복했던것같아.
그때는 하고싶은 것도, 가고싶은 곳도, 사고 싶은 것도 있었던 듯 해.
(하지만 학생이라 돈과 시간이 늘 부족했지..)
하지만 20대 중후반엔 잘못된 연애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졌었고.. 헤어지면서 겨우 나아졌어. 그때가 내 삶에서 가장 지우고 싶었던 때인것같아. 완전 흑역사...
30대에는 직장에 다니고,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다행히 공부는 잘해서 명문대 진학 ㅡ 대기업 취업 ㅡ 결혼해서 집도 샀고 고양이도 키워. 아이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고. 회사에서는 일 잘하고 있고 인간관계 문제 없고 업무에도 능숙해서 스트레스는 크지 않아.)
그런데 지금 나는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
출퇴근 외에는 누워있고만 싶고, 집앞 마트조차도 나가고싶지 않아.
아마 퇴사하면 백퍼 히키코모리가 될듯 ㅋㅋ
남편과는 적당히 친한 하우스메이트 같은 관계라, 같이 무언가를 하고싶진 않아. 이게 문제인가 싶기도 해. 애정이라는 삶의 연료가 없는 것 같아서.
그냥 누워있다가 눈을 감으면 영화가 끝나듯 내 삶도 끝나버리면 좋겠어.
하지만 어김없이 눈을 뜨게 돼.
정시퇴근하는 안정된 직장에
먹고싶은거, 하고싶은거 정도는 다 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이 있는데
왜 난 이토록 무기력하고 사라지고 싶을까?
우울증약은 10년째 먹고있어.
상담도 3년 정도 받았는데 나아지는게 없네.
그냥 걱정할게 없어져서 부리는 배부른 투정일까?
40년 중에 30년을 우울하게 살았는데
앞으로 30년도 이렇게 우울하게 살게될것같아서
더.. 막막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