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명?
그마저도 이제 없음.
거의 십년도 넘은 얘긴데 요새 결혼식 얘기들 나오니까 생각남.
친구는 나랑 초등학교때부터 동창이었고 초등학교 중학교를 같이 다니는데 중학교때 완전 단짝이었어.
근데 고등학교 올라갈때 그 친구가 다른 지역 (엄청 먼 지방임)으로 이사갔고 이사간 후에도 방학때면 내가 그쪽으로 놀러가곤 했어.
그리고 성인이 된 후로도 꾸준히 연락하고 가끔 만나고 친하게 지냈는데 결혼을 한다는거야.
근데 그때 내가 계약직 짤리고 백수였을때였음. 경제적으로 엄청 힘들었는데... 그 취업패키지였나? 그걸로 학원다니면서 쥐꼬리만큼 모아둔 돈으로 꾸역꾸역 월세내고 돈 없어서 버스 못타고 학원까지 걸어다니고 (거의 한시간 이상씩을 걸어다님) 암튼 좀 힘들때였음. 돈 없어서 점심도 거의 굶고 그랬어.
걔도 내 사정 알고 있어서 난 축의만 하려고 했었는데
전화와서 자기 결혼하는데 내가 꼭 와줬으면 좋겠다는거야. 그냥 와서 사진 찍어달라고 엄청 간절하게 부탁함.
나는 친구도 별로없는데 그나마 친한 친구고 사실 친구가 결혼하는거 가까이서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친구 결혼식장에 가기로 함.
친구는 나한테 부케나 뭐 이것저것 부탁하고 싶어했는데 그건 다 거절하긴했어. 고속버스타고 가면 결혼식 시간 맞추는것만도 빠듯했거든.
진짜 통장 탈탈 털어서 십만원 좀 넘게 겨우 축의금 준비하고 중고옷 파는데서 원피스도 사고 걔가 결혼하는 곳이 내가 사는곳에서 3-4시간 떨어진 곳이어서 새벽부터 준비해서 고속버스 타고 감.
그리고 결혼식 참석하고 사진도 찍음.
나는 거기 아는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혼자 외롭게 식사했는데 친구가 인사하러 왔는데 자기 대학친구들?만 챙기는 거임. 뭐 그래 정신없어서 그런가보지... 하고 그냥 넘겼어.
서울로 가는 버스가 몇대 없어서 버스 타려면 결혼식 끝나고 몇시간을 기다려야했는데 나는 거기 아예 모르는 곳이고 갈곳도 없어서 그냥 고속버스 터미널에 있었는데 좀 외진 곳이었음. 엄청 시골이라 사람도 없고... 근데 난 결혼식때문에 한껏 꾸민 상태여서 그런지 술냄새 나는 아저씨가 나한테 어디에서 왔냐고 하면서 막 추행하려고 해서 화장실로 도망쳐서 버스올때까지 화장실에 숨어있었어. 암튼 최악이었어 ㅠㅠ
근데 난 멀리서 결혼식도 갔고 사진도 찍고 축의도 했으니까 뭐 그날은 그랬어도 신혼여행 갔다오면 연락 올줄 알았거든? 적어도 와줘서 고맙다곤 할줄 알았어. 축의도 진짜 내딴에는 없는돈 긁어모아서 한거라...
근데 연락이 전혀 없는거야.
카톡 한번 보내긴 했었는데 답이 없었나? 나도 안보냈었나 그건 기억이 안남;;;
그리고 몇달 뒤였나? 일년 뒤였나? 카톡옴ㅋㅋㅋ 잘 지내냐고.
순간 '뭐 애라도 낳아서 돌잔치 올 사람이 필요한가?'하는 생각들면서 걍 차단해버림. 버스정류장에서 끔찍했던 일도 떠오르고 얘탓은 아니지만 결혼식만 안갔어도 없었을일이라...ㅎㅎ
정말 친했던 친구 였는데 그렇게 나는 그 친구마저 떠나보냈다고 한닿ㅎㅎㅎ
그리고 지방 결혼식은 다시는 안가겠다고 맹세한거 아직까지 지키는 중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