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에는 알파벳을 가르쳐 주려고 했었거든? 요즘 영어만 적힌 거 너무 많잖아
그런데 엄마가 하는 알파벳 발음이 어딘가 불명확한 거야
혀가 짧은 소리도 아닌 것이 미묘하게 발음이 이상했어
알고 보니 엄마가 어릴 때 가난해서 학교를 제대로 못 다녀가지고 한글을 배운 적이 없다고 말하시더라
한국어 원어민이니까 말하기, 듣기는 한글 몰라도 티가 거의 안 나고 어찌 저찌 살면서 읽고 쓰는 것도 할 줄 알게 되니까 그냥 사신 거였어
하나씩 파고 들어보니까 ㄱ, ㄴ, ㄷ, ㄹ 같은 자음을 뭐라고 읽는지 "가"라는 글자는 ㄱ+ㅏ이고 가라고 읽는다는 이런 개념이 아예 없는 상태?
ㅌ은 티읕이라고 읽잖아 그런데 "읕"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니까 티읍이라도 발음하셨어
밥/밭, 긴/길/김 이런 받침에 따른 발음 차이도 모르길래 자음 모음부터 시작해서 계속 내 입 모양 보여주면서 발음 가르쳐주고 자음이랑 모음이 합쳐졌을 때 어떤 식으로 소리가 변화하는지 알려줬더니 엄마 발음이 순식간에 좋아지는 거있짘ㅋㅋㅋㅋㅋ
엄마가 전에 외래어나 외국어는 발음하기 힘들다고 했었는데 그게 한글을 몰라서였다니 자식이 그것도 몰랐다는 게 너무 속상하기도 하고...
근데 또 엄마가 자존심이 엄청 강한 사람이라 티 안 내고 살려고 얼마나 노력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엄마한테 한글 가르쳐 줄 때 엄마가 좀 창피해할까 봐 걱정했는데 막상 배우니까 너무 좋아하시더라
핸드폰에 자음, 모음, 알파벳 발음표 저장해줬는데 주말 내내 수시로 보고 다음에 만나면 맞춤법도 공부하기로 했어
다 끝나면 다시 영어 단어 공부로 넘어가려고! 요즘 한글 없이 영어만 띡 써놓는게 한 두개여야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