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독신주의자였음. 그 땐 비혼이란 말이 없었는데, 여튼 나는 혼자 사는게 맞는 성격이고 외로움도 안 타고 남자한테 관심도 없기 때문에 쭉 독신주의자였음. 지금도 변하지 않았고. 좋은 사람 만나면 달라진다? ㄴㄴ 좋은 사람 만날 생각 자체도 안 들어. 난 앞으로도 쭉 혼자 살거임. 연애도 안 해봤어
처음 비혼주의 얘기가 나왔을 땐 반가웠거든. 나도 '왜 결혼 안 하냐, 결혼하면 달라진다, 좋은 사람 만나면 달라진다, 아직 맞는 사람 못 만나봐서 그래, 결혼해야 좋다' 이런 소리들 숱하게 들었었고 짜증도 많이 났었어. 나같이 결혼하고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어서 좋았음
근데 점점 비혼이라면 이래야 비혼이다라는 자격이 붙는 것 같아서 의아함. 커뮤 한정이라고는 하지만 난 비혼이라면서 기혼을 후려치는 글/댓글도 많이 봤고. 그래야 할 이유가 정말로 있나?
결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야. 결혼제도 자체가 싫어서일 수도, 나처럼 단지 혼자가 좋아서일 수도, 가정환경이나 기타 개인적인 경험으로 결혼에 좋은 이미지가 없어서, 결혼이 싫진 않지만 나랑 마음 맞는 사람을 못 찾아서/찾을 자신이 없어서 등등 이런 이유 말고도 많겠지. 다양한 이유들로 비혼을 원하지만 결국은 결혼생활보다 비혼이 더 나에게는 행복한 삶일거라 생각해서 선택하는거잖아
그럼 사람의 행복은 언제나 똑같이 지속됨? 절대 아님. 돈이 최고라는 사람도 어떤 일을 계기로 돈에서 행복을 못 느낄 수 있고, 반려동물 절대 싫다는 사람도 어떤 계기로 강아지를 사랑하게 돼서 같이 살게 될 수 있는거고, 비혼도 비혼보다 결혼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될 수 있는거임. 애초에 이 비혼을 하겠다는 마음은 "난 죽어도 비혼!"이었던 사람만 가지게 되는게 아니라고. 그런 사람도 마음이 바뀔 수 있는거잖아
비혼 또한 존중받아야 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비혼이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할 만큼 어떤 대단한 뭔가는 아니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결혼해야 한다는 말이 이상한 것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비혼해야 한다는 말도 똑같이 이상한거임. 그건 개인의 선택일뿐이야
비혼이라면서 결혼하는 사람들 때문에 비혼이 더 존중받지 못하고 손가락질 받는다. 이 말도 왜 나오는지는 알겠는데, 비혼한테 결혼하라고 오지랖 부리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정말로 나중엔 결혼을 할 거라고 생각해서, 혹은 자기가 결혼생활로 힘든데 비혼은 행복한 것 같으니까 질투해서 후려치려는 의도로 그런 말을 하기보다는(그런 사람이 없다는 말은 아니고) 결혼은 그 사람한테 그냥 당연한 삶의 과정이라 보기 때문에 그러는게 대다수임. 별 생각없이 오지랖 부리는거임..
이게 괜찮다는게 아님. 나도 싫어. 요점은 그래서 비혼주의자들이 모두 결혼을 안 한다고 할지라도 현실에서의 오지라퍼들은 똑같이 오지랖 부릴 확률이 높다고 말하고싶은거. 실제로 30대 후반~40대 비혼주의인 언니들이 모두 결혼 안 한채로 자기들끼리 잘 다녀도 여전히 오지랖 부리는 사람들은 존재해
비혼주의를 포함해 모든 xx주의자들은 완벽하게 존중받고 인정받을 수는 없어. 무슨무슨 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럼. 무슨 이유로든 나한테 태클거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함
개인적으로는 비혼주의는 비혼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이나 의견을 통일시키려하기보다는 나 자신이 비혼으로서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최선이라고 생각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