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42살.
25살 때, 의자에 앉으면 엉덩이 쪽이 너무 묵직한 증상이 시작됐어. 당시 동네 산부인과 가서 초음파 보니 근종이 있으니 큰 병원 가라해서 대학병원 감.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자궁내막증 수술을 받았어. 당시 의사는 나에게 자궁 적출을 제안했어. 그것만은 못하겠다고 했어. 지금 생각하면 그 어린 애에게 자궁을 떼란 얘기를 했던 그 교수 찾아가서 화내고 싶어. 서울로 대학 와서 너무 무섭고 외로운 시절이었어. 그 와중에 병실에서 어르신들이 젊은 여자가 자궁 수술했다고 수근거리더라. 지금도 그때 상처가 나를 멍하게 할 때가 있어.
하여튼, 내막증 수술 하면서 나도 정신이 없어서 근종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을 못했어. 내막증이면 호르몬 약 먹음서 잘 낫게 후유증 관리 한다던데 그런건 없었어.
그런데 그 통증이 안사라졌더라.
대장이 문젠가 싶어서 항문외과를 갔어. 당시 술을 많이 마셔서 치핵 증상이 좀 있었는데 그거 수술하고 나서 보자더라. 수술했지.
안나아졌어.
그 뒤로도 그 통증은 여전했고, 나는 또 산부인과를 찾아다녔어.
어디서도 이유를 몰랐고. 진단도 다르고 약처방도 달랐어. 그 사이 근종은 무럭무럭 자랐고, 미레나도 해보고 이약 저약 먹다가.
또 다른 병원을 갔어. 그 선생님은 조심스레 촉진을 제안했고 선생님이 어느 지점을 두드렸는데 딱 그 지점이 아픈거야. 아. 거기에요 선생님!!!!!!! 으악!!!!!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알아냈어. 내막증이 자궁과 대장이 붙어 있는 지점에 있었어. 자궁초음파 대장내시경으로도 당연히 알 수가 없었어. 비잔 치료를 지속했어. 근데 왜 있잖아. 어디가 아픈건지 아는 것 만으로도 위로가 되는거.
근데 하는 일이 스트레스도 제법 있고 운전도 많이 하는데 어느날부터 통증도 쎄지고 하혈도 시작됐어. 원래도 스트레스 많으면 증상이 심해지긴 했는데 이번엔 좀 심하게 가더라고. 다시 선생님을 찾아갔어. 그럼 촬영을 좀 해봅시다. 해서 MRI를 찍었어.
검사결과를 본 선생님이 나에게 사과를 했어. 진작 찍을껄 너무 늦게 말해서 미안하다고. 큰 근종 두개가 문제였는데, 하나는 꼬리뼈 신경을 누르고 있고, 하나는 오른쪽 난소에 붙어서 대장의 위치가 전부 바뀌어있대. 나는 그 전까지는 근종은 많은 여성들이 가지고 있으니까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그냥 두자 주의였고, 대장은 그냥 예민한 대장을 갖고 있다 생각했지. 근데 그게 아니래.
수술을 하기로 했는데 문제가 있었어.
1. 꼬리뼈 신경 쪽 근종이 혈관다발이랑 얼마나 붙어있느냐에 따라, 근종에 신경이 얼마나 자랐느냐에 따라 대량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오래된 근종이라 유착이 얼마나 됐는지 추정이 불가능하다.
2. 오른쪽 난소쪽 근종이 대장이랑 얼마나 붙어있는지, 거기도 신경이 얼마나 자랐는지에 따라 장천공이 발생할 수 있고, 대장을 잘라내야 할 수도 있다.
너무 무섭더라. 일단 대장외과랑 혈관외과쪽 선생님까지 협진으로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어. 대장을 잘라내? 이게 뭔지 모르겠어서 수소문 해 보니 근종 수술하면서 잘라내는 정도면 크게 사는데 지장은 없을꺼라더라. 일단 그럼 그건 됐고. 무엇보다도 그렇게 오래된 통증의 진짜 원인을 찾았고 고칠수 있다는 희망이 나를 들뜨게 해서 무서움을 많이 덜었어.
한달 반 뒤 수술 전날 입원을 했어. 대장외과 선생님이 오셔서 대량출혈 위험부위 설명이나 장천공 장절제 위험, 가장 극단적인 경우 대변줄을 달아야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해주셨어. 아우. 무서워. 산부인과 선생님이 수술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다시 설명 해 주셨어. 일단 까보면 알겠죠 쌤. 잘부탁드립니다.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하고 돌아왔어. 배가 안째져있는걸 보니 극단의 상황은 아니었나봐. 중환자실도 안갔네. 좋다. 이제 홀가분해지는건가 했어. 간병간호 통합병동이라 보호자 없었는데 간호사 및 조무사 샘들이 엄청 잘 챙겨주시더라. 따듯했어.
산부인과 선생님이 수술 상황 설명을 해주셨어.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자세히. "일단 복강경으로 들어갔는데요. 꼬리뼈쪽도 난소 쪽에도 유착이 그리 심하지 않았어요. 보통 자궁이 여성의 주먹만하거든요. 그거보다 좀 더 큰 근종 두개가 문제였잖아요. 근데 정말 오래 자랐는지 울퉁불퉁 했어요. " 20년은 키운 나의 종양들... 사진을 보니 보라색 핏줄도 굵고 선명하더라. 이것들을 다 제거하고 작은 것들도 다 제거하고 깔끔하게 보여지는 나의 자궁 근처 내장들을 보면서 그동안 무서웠던게 싹 사라지면서 너무 좋더라.
너무 좋아서 다음날부터 진짜 열심히 걸었어. 그래야 유착도 안생기고 금방 낫는다더라고. 먹고 자고 걷고. 나빼고 다 암환자인 6인실에서 누군가의 울음 소리와 한숨 소리와 수다를 들으며 회복에 집중!!!
그 다음날 밤 늦게 방구가 나왔어. 그런데 배에 가스가 좀 빠지고 배 통증이 가시니까, 다시 엉치 꼬리뼈 쪽 불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어. 얼마나 절망스럽던지. 레지던트 선생님이 계속 디테일하게 잘 챙겨주셨는데, 아침 일찍 선생님한테 통증을 설명하니 당황하셨어.
하루이틀 더 지켜봤는데 복강경 통증이 전혀 안느껴지게 꼬리뼈 통증이 시작되더라. 선생님은 일단 좀 더 지켜보고 그 통증이 계속 있으면 다른 치료를 해보자고 하셨어.
그리고 나는. 절망을 하긴 했지만. 이십년 동안 물리적으로 누르던 놈이 사라졌으니 내 몸도 그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겠거니 생각하기로 했어.
월요일에 입원해서, 화요일 수술, 금요일 퇴원. 130만원의 병원비를 냈고( 국립중앙의료원인데 비급여항목이 거의 없댔어. 병원비 비교하라고 적어두는데 이번주에 정확한 금액이 나온대) 고생하신 간호사와 조무사 분들께 쵸콜렛과 약과를 사드리고 택시를 타고 기차를 타고 내가 사는 곳으로 돌아왔어.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더라. 긴장이 확 풀렸어. 창피하게 훌쩍이며 많이 울고 집으로 돌아왔어.
지금은 친구들이 해다준 음식을 먹으며 회복 중이야. 복강경을 위해 뚫은 두개의 구멍은 간질간질하고, 변비가 생겼고 화장실에서 30분을 울면서 앉아있다가 선생님이 처방해준 유산균이 뒤늦게 생각나서 먹었고. 자꾸 내 내장 사진이 생각나고 깔끔해져서 힘이 많이 나면서 갑자기 눈물도 나. 진통제 먹고, 다행히도 재택근무를 해. 근종 제거술 하는 사람들 많은데 다들 출근 어떻게 하나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짠해하고. 5일동안 기다려준 고양이랑 꼭 붙어있어. 내일(수요일)은 처음으로 집 밖으로 나가보려고 해. 어느날 불현듯 이 꼬리뼈 통증이 사라지길 바라면서.
수술 하기 전에 정보를 찾는데 너무 없어서 나는 나중에 꼭 자세히 적어야겠다 생각했는데 너무 감상적인 글이 되었다. 궁금한거 물어보면 자세히 설명 해줄께! 그럼 끗!!
+ 추가.
그동안 오른쪽 발 안쪽 복숭아뼈 아래가 10년정도 아팠는데 통증이 사라졌어. 선생님께 말 했더니, 그쵸. 어딜 많이 눌렀었을거에요 하더라.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