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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즈한 중기
일단 오늘은 프러포즈하는 날이기 때문에
옷도 좀 신경 써야겠더라고 그런데 너무 정장! 스러운 느낌은 좀 애매할 것 같아서
최대한 꾸민듯 안꾸민듯 멋지고 귀여운 가디건에 아무튼 잘 입었어
동영상이 들어가 있는 맥북을 챙기고
프로포즈 링이 들어 있는 쇼핑백을 가방 깊숙히 넣어놨어
만나보니 왠지 의상코드가 대충 맞는 느낌이 들어서
같이 동네에서 삼각대 놓고 사진도 찍었어
뭔가 프로포즈하는 날 남겨놓는 사진이라
혼자 속으로 의미 있다 생각을 했지
사진을 좀 찍다보니 지쳐서 카페에 갔어
그런데 갑자기 아이패드를 꺼내더니
본인이 식전 영상 대충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떨까 하고
영상을 만들어왔다는 거야
설마 역프로포즈 당하는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고 그냥 영상이였어
그래서 오히려 떡밥으로 쓰기 좋겠다 하고 시기를 기다렸지
그리고 아무래도 꽃을 하면 좋겠다 생각을 계속 하긴 했는데
잠깐 화장실 갔다 온다 해놓고 사러 가기에도
너무 카페에 화장실이 떡하니 있고
중간 타임이 없는 거여
그래서 어떻게 하나 그냥 하지 말까 고민하는 와중에
저녁을 먹었는데 좀 배가 많이 불러서
좀 걷자 하고 이렇게 저렇게 걸었지.
그러다가 갑자기 든 생각이
일단 꽃집에 가보자
라는 거였어
그래서 엄마한테 주고 싶다고 하면서 꽃집을 가는데
꽃집이 거의 다 닫았더라고
그나마 연 곳을 갔는데
꽃들이 하나 같이 시들시들 애매한 느낌이더라고
다른 곳 가보자 해서 한 번 돌아보아도 여전히 연 꽃집은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그 꽃집을 가서 꽃들이 너무 애매하다 너무 살게 없다
그러면서 "만약에 그나마 산다면 무슨 꽃을 사면 좋을까? 무슨 꽃 좋아해?"
라고 물어보니 이런 저런 꽃이 좋다 하더라고
그래서 "우리 엄마도 그런 느낌 좋아하실 것 같아" 라고 하면서
그 꽃을 사버렸지.
휴
그리고 카페가서 원래 하려고 하던 일들 마무리 하고
사실 나도 식전 영상 만들었는데 한 번 같이 보자고 했어.
다행히 구석진 자리였고 에어팟 나눠 끼우면서 같이 영상을 봤어.
식전 영상은 오히려 좀 대충대충 만들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속으로 좀 한숨을 쉬었다고 하더라고
식전 영상 마지막에 프로포즈 영상 편지 보면서
"엥? 식전 영상에 이런 나레이션을 넣는다고? 너무 부끄러운데" 라고
생각하다가 끝날 때 다 되서야 "엥? 나한테 하는 말인가??"
하고 어리둥절하게 있는 찰나에
프러포즈링을 꺼내서 왼쪽 약지에 끼워주면서
꽃도 함께 줬어.
"사실 너에게 주려고 산 거야"
라고 하면서
당사자는 프로포즈는 전혀 상상도 못했고
그냥 일상적인 날이었는데.. 라고 하면서
어렸을 때 프로포즈를 혹시 받는다면
받고 싶은 프로포즈 였다고
하는 후기를 들었어
그 이후에 계속 멍하니 당황해 하더라고
너무 기쁘고 얼떨떨하다고
나름대로 프로포즈를 위해서
2달 넘게 디깅하고 발품도 팔고 하면서
노력했었는데 잘된 것 같아
아무튼 모두 응원해줘서 고맙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꽃은 꼭하면 좋겠다고 해서
나도 상당히 꽃에 집착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아하는 꽃 잘 준 것 같아서
좋은 일이었다.
참 좋은 일있었다!
잘됐어
잘됐어
모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