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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쓰레기방 실제로 만들고 청소한 후기(존나 장문)
6,815 10
2022.10.13 19:34
6,815 10

제목이 쪼끔 자극적인데

이런 공개적인 데다 써두고

두고두고 내가 돌아볼 수 있어야

두번다신 그짓거리 안할거같아서 여기다 씀

미리 말하지만 진짜 장문임





일단 난 다들 쓰레기방 하면 생각하는

그 사방에 개똥이랑 생리대랑 담배 퍼져있고

그정도 급은 확실히 아님


혼자 어떻게든 처리하려고 종량제 봉투도 여럿 사놨고

적어도 화장실만큼은 진짜로 항상 깨끗했음


그리고 애초에 그 꼴 날 만큼 방 면적이 넓지도 않았어

딱 비좁은 원룸 크기라...



근데 사람이 충격받을 수준이었던 건 확실함




어떻게 아냐면 내가 아예 타지로 며칠씩 계속 나간 적이 있는데

그사이에 엄마가 문 따고 들어와서 본 다음 한번 치워줬거든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방 치워주면서 날 혼낸 게 아니라 울었음

뭐 엄마 울었다는 얘기 듣고도 다시 개판 만든 내가 쓰레기지....





아무튼 쓰레기방 만들게 된 경위는.....

진짜 간단한 원인은 안치워서임 당연함

버려야 할 걸 제때 안버려서 그꼴났으니까



근데 왜 안치웠느냐는 사람마다 다를건데

내 경우는 좀 복합적임



제일 큰 원인은 내가 안치워서인 거 나도 알지만

자질구레한 변명을 해 보자면



나는 원래 대학이랑 공시 공부 때문에 타지 나가 살다가

본가가 이사하면서 내 방 만들어준대서 고향 돌아왔음

근데 중간 과정은 생략하고

가족들이랑 같이 사는 게 아니라

나 혼자 대학가 1층 원룸에 살게 됨


근데 이 1층이

자취생들 살라고 만든 데가 아니고

관리실 확장판? 뭐 그런 느낌임


그래서 사람 살 만한 구조가 아녔음


왜 사람 살 만한 구조가 아니냐?

일단 방음이 진짜 전혀 안됨

하다못해 위쪽 하수관에서 물 내려오는 소리까지 들림

비가 오면 빗물이 텅텅텅- 텅텅텅텅- 이렇게

바깥쪽 에어컨 실외기 때리는 소리까지 들림


그리고 1층이니까 당연하지만

화장실 창문 원룸 창문 기본적으로 작고

바깥에 방범창 쳐져있어서 

활짝 열어도 연 기분이 아닐뿐더러

애초에 잘 열지도 못함

사람 들여다보기 너무 편한 창문이라


화장실창문은 그나마 커튼이라도 있는데

처음 들어왔을 때
원룸 창문엔 블라인드조차 없었음


그리고 원룸이어도 뭔가....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시설이란 게 있잖아

조리공간이라거나 옷장이라거나

신발장.... 

이런저런 수납공간....


근데 여긴 침대 넣고 책장 넣고

냉장고 세탁기 쑤셔넣고

수납장 큰 거 하나 작은 거 하나

이렇게 넣으면 

딱 사람 지날 길만 남고 끝나버림


그나마 수납장 작은 걸 신발장으로 삼고

침대를 벙커침대로 하고

공간 배치 다시 해서

겨우 확보했는데 그 정도임


옷장?

조리기구?

건조기?

그런거절대못넣음


빨래 널 공간도 안남음

그래서 분명 세탁기가 있는데

세탁기를 못돌림;

세탁기 전자레인지 거치대임





근데 이 원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좁은 공간이 아님




이 원룸은 내가 살고 약 1년간

꾸준히 역류 문제가 발생함




그니까 이게 위에서 하수도 물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잖아

소리뿐만이 아니라 냄새로 알 수 있음

남들 씻으면 남들 씻은 바디워시 샴푸 그런거 냄새가 확 나

그리고 잠시 후 

내 원룸 화장실 하수구에서 거품물이 역류함




근데 남들 씻은 물은 차라리 향기라도 좋지

난 비가 오는 날이 너무 싫었음

비가 오면 대체 구조가 어떻게 돼먹었는지

바깥 하수도가 1층 화장실로 역류함

진짜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하수도 흙과 머리카락과 온갖 오물이 화장실 바닥을 뒤덮는데

바깥으로 흘러넘칠까봐

그 썩은 물이 묻든 튀든 

양동이에 퍼담고 바깥에 버리고....

근데 또 물 역류하니까 그날은 화장실에서 씻지도 못해


그럼 진짜 현타라는 말로 못 다할 오만가지 감정이 듬




근데 이 감정이 빵 터진 날이

장마 기간에 내가 자다가

중간에 분명 역류하는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았는데

너무 졸리고 피곤하고 염증이 나서

그냥 잤어

근데 자고 일어나니 

원룸 방바닥에 오수가 흘러넘쳐서

방바닥이 화장실 문앞부터 현관까지 젖어있었음


정말 걍 이 빌어먹을 집구석 다 때려부수고 싶었음



이때까지 하수도 뚫는 분 안 부르고 뭐했냐 할 건데

이것도 긴 사정이 있으니 넘어가고....

근데 이건 정말 내 잘못 아님

난 첨부터  뚫는 분 불러달라고 했음



아무튼 방바닥까지 오수 흘러넘친 다음에

어찌어찌 그 개판을 수습하고

하수도 뚫는 분 부름

그래서 그분이 한번 뚫어줌



근데 그분이 뚫어주면서 보는데

막힌 건 흙 때문이 아니고

위에서 기름진 음식 국물 막 버리고 하면서 생긴 슬러지래

싱크대에서 음식물을 막 버려서 그렇대

그래서 나한테 싱크대 정리 잘해야한다는데


너무 억울한게 

난 조리기구가 없어;

그리고 기름진 배달음식 시켜먹은 적은 있지만

맹세코 음식물쓰레기 정리는 똑바로 했음



이게 분명 위층이나 다른 집에서 마구 버리고 살다가

내가 1층이고 하수관이랑 젤 가까우니 직격타 맞는 건데

이걸 따닫딷다다다다ㅏ닫다다ㅏ닫 그대로 다 말하고 싶은데

생판 남한테 이걸 다 말해봤자 뭔소용임;



(그리고 내가 분명 싱크대 거의 안쓰고 살았는데

나중에 다시 역류해서 또 이분 부름 ㅎ

윗집 의심가는 사람 하나 있었는데

그사람이 나가고 난 다음엔 매우 쾌적해짐

근데 이건 중요한 파트 아니니까 패스)




와 지금 매우 말많아인간처럼 보일 거 아는데

원래 이렇게까지 말많아인간이 아님 ㅎ

그냥 아무한테도 말한적없는데

쓰다가 너무 억울해져서 그럼





아무튼 이 역류하는 방 살기 전까지는 

남들 사는 것처럼 살았는데

역류가 내 인생에 끼어들면서 

좀 인간이 망가짐





역류한다고 안 씻고 산 건 아니야

근데 씻는 걸 좀 여유롭게 남들 하듯 씻는 게 아니고

역류 안 할 거 같은 시간대 골라서 재빨리

물 가능한 한 적게 쓰면서 씻고

세탁 빨래도 맘대로 못하고

화장실 틈만 나면 악취 풀풀 풍기고

더러운 흙 역류하는데

방범창 때문에 제대로 환기도 못하고

자다가도 악취 나면 펄떡 일어나야 하고



이렇게 지내니까 사람이 진짜 멍청해짐

어딜 함부로 못나가겠음 

집나간사이 역류해서 세간 말아먹을까봐



그리고 더더욱 강박적으로 씻고 살긴 하는데

악취가 옷이랑 몸에 배었을까봐

그리고 그걸 사람들이 맡을까봐 집밖에 잘 못나갔음




존나 악순환임

이 집에 있는 모든 순간 스트레스를 느낌

근데 집밖에 안나감

나한테 냄새날까봐




뭐 억지로 집밖에 나가야 하는 직업이면 

차라리 일찍 해결됐겠는데

내가 프리랜서라 집안에 버티고 있을 수 있어서

갈수록 점점 악화됨 

진짜 내가 생각해도 지박령처럼 집밖에 안나감

지금 생각하면 미친놈임

악취만 드럽게 풍기는 집이 뭐가 좋다고....





근데 집에만 있으니까

배달음식 오지게 시켜먹고

운동을 안하고

그니까 또 살이 찜

그럼 그거에 또 스트레스를 받음




이 기간에 유일한 낙이 

프리랜서라 돈도 위태위태하면서

돈 들어온 걸로 

따박따박 전자기기랑 장비 바꾼 거밖에 없음

그 외에는 즐거웠던 게 한개도 기억안남



이런 식으로 집밖에 안나가니까 

당연히 쓰레기가 쌓이는데

끝내 주체를 못하게 됨





근데 살 찌기 전의 나를 아예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서 놀자고 서울 오라고 날 불렀어

돌려돌려 못간다고 거절한 게 여러 번인데

그 사람들이 되게 좋은 사람들이라

결국엔 가게 됨




가서 잘 지내고 잘 놀고 좋긴 했어
이 시기에 엄마가 하도 내가 방밖 안나오다가 

나갔다니까 문 따고 들어왔다가 방 치워줌



엄마한텐 미안함.....




그리고 어쨌든 나가서 느낀 게

당연한거지만 체력 존나 거지됐고

남들이... 음 뒤에서 아무렇지 않게 

듣기 좋지 않은 말 한 사람도 당연히 있는데

대부분이 그렇게까지 외모를 따지지 않았음

내가 말하면 같이 웃고 

같이 나란히 앉아서 밥 먹고 카페 가고

공원 산책도 하고 




그리고 이건 진짜 놀라웠는데

내가 강박적으로 씻고 살았기 때문에

나한테서 냄새가 안났음

이건 확실함




이렇게 그럭저럭 용기를 얻어서 원룸에 돌아옴




엄마가 울면서 치웠으니 방은 깨끗해져 있었고

나야 머ㅓ..... 개쓰레기처럼 살았으니 이제 좀 열심히 살아보겠다구 했지...




근데 왜 2차 쓰레기집이 됐냐면 

한번 몸이 드러누워서 안치우는 거 버릇이 되고 나니까

그리고 집에서 조리를 못하니까 

배달음식 먹고 난 쓰레기가 순식간에 쌓여서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번엔 업무에 개인적 문제가 생겨서

어어하는 사이 다시 개판이 남




그런데 뭐랄까

사방에 비닐이랑 플라스틱 범벅이고

멀쩡한 바닥을 밟을 수가 없고

그런 환경에 한번 살면 진짜 감각이 마비되거든



자괴감 당연히 들지

치워야 한다는 생각도 당연히 하지

매일매일 방 보면서 스트레스 받지



그니까 이게 내가 잘했다는 게 아니고

내가 인간으로서 마지막 선은 내려놓지 않아서

화장실은 깨끗하게 관리했고+

집이 원룸이라 어지를 면적이 애초에 적었고+

쓰레기 대부분이 그냥 멀쩡한 비닐과 플라스틱 혹은 종이+

남들이 익히 봐 온 그 쓰레기집처럼

사람이 헤치고 지나다닐 공간이 없는 수준까진 아님+

벙커침대라 침대로 올라가면 현실에서 눈을 돌릴 수 있음


거기다가

아 이건 저기 2분 거리 마트에서

50리터 쓰레기봉투만 한 묶음 사오면

솔직히 혼자서도 한두 시간이면 끝낼 수 있음

진짜 금방 함


이런 경험이 있단 말야

그래서 오히려 더 미적미적하고 그럼

물론 왜 미적미적하는지 이해가 안 되겠지

당연함

나도 왜 미적미적했는지 이해가 안됨





근데 어쩌다 이걸 치울 맘을 먹었느냐 하면....



왜 여기로 튀는지 이해 못할 덬들도 있겠지만

내가 야구를 좋아함

내가 사는 곳은 연고지와 꽤 멀지만

홈으로 야구 직관 가고 싶었어

올해 홈에서 하는 마지막 경기였거든




직관가고 싶었기 때문에 집을 나서야 했고

집을 나서는 김에 쓰레기를 버리고 싶었고

이왕 쓰레기를 버린다면

언제부턴가 백라이트 나간 티비도 견적 내 본 다음 

버리거나 수리하거나 결정해야 하고

수리 생각이 나니까

역류 해결되고 좀 살만해지자마자 

딱 맞춘 듯이 줄줄 누수되는 에어컨도 수리하고 싶고


그러려면 당연히 집에 사람이 들락날락해야 하고....







그래서 첫날에 50리터짜리 쓰레기 한 묶음 사 옴

사실 원래도 집에 쓰레기봉투는 많았어

이미 버리려고 묶어 둔 쓰레기봉투도 몇개 있었고

그냥 결심을 실천하려고 또 사온거일 뿐....


굴러다니는 비닐과 플라스틱을 쓸어서 쓰레기봉투에 묶고

바닥이 일단 멀쩡히 드러나 보이게 만들었음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써 놓고 쪽팔릴 게 있냐 싶지만

좀 쪽팔려서 쓰자면

여러분의 상상보다 쓰레기봉투는 적게 나왔습니다..

한 손가락보다 적게 나왔어요....

정말로 인터넷에 떠도는 그 수준만큼 드럽게 살진 않았어요....



이 쓰레기 봉투를 싹 다 버린 다음에 

싱크대랑 화장실 하수구에 락스 뿌리고

이제 집에 사람 없으니 커튼 다 걷고 창문 열어서

환기를 함



이 상태로 일단 직관을 갔다옴

(이겼습니다 헤헤)




그리고 갔다 온 다음

딱 기본적인 청소만 했던 걸 넘어가서

물청소와 수납을 시작함

바닥을 전체적으로 닦고

수납공간 부족해서 막 벌여 둔 책상 위를 정리하고

냉장고를 정리하고

필요한 소품을 다시 채움



누가 봐도 멀쩡한 방이 된 다음

에어컨 수리 예약하고

티비 수리비가 새거사는만큼 나올거같아서

새 모니터도 주문하고

하는 김에 좀 복잡한 장비 선도 정리하고....

이제 진짜 깨끗하고 반짝반짝해짐

우리 엄마 문따고 와서 봐도 됨


지금 상태임




등신같이 산 건 나도 아니까 너무 뭐라고 하지 말고

그냥 이렇게 살아도 바뀔 수 있구나... 하고 넘어가 주라


그리고 혹시 이 글 보는 덬 중에서도

진짜 심각하게 쓰레기집 만들고 사는 덬들 있으면

단번에 치우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집 밖으로 나가서 걸어 봐

날씨 좋더라 요즘

햇살도 좋고 바람도 선선하고

걷는 게 최고야

많이 걸어 




긴 글 읽어 줘서 고맙고

다들 밖에 자주 나가자

사람은 정말 햇살 보고 살아야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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