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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고지능 ADHD 중기
61,129 30
2021.12.31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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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인 ADHD로 진단받고 치료받기 시작함
2021년의 끝이 다가오니까 올 한해 정말 인생이 많이 변했다 싶어서 결산 겸 중기를 한번 써봐 ㅋㅋ


고지능인게 중요한가:
지능이 높을 수록 ADHD 증상들을 머리로 커버할 수 있어서 진단이 안나올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
일단 공부를 잘하니까 본인도 주변인도 ADHD라고 생각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대
나도 그랫고...


얼마나 좋은가:
고등학생 때 마지막으로 잰게 14n
아마 웩슬러 3판 비공식 번역판으로 테스트 하지 않았을까 싶어
아직 정식 번역판이 없던 시절이고 만점이 150? 155? 라고 했었으니까... 요즘 웩슬러는 4판 공식번역이고 상한선이 160인걸로 암


어떻게 살았나:
특목고-포카 루트
초딩 땐 공부 안해도 거의 항상 올백이었고 중학교땐 경시학원 반년 다니고 상타서 특목고를 갔어
근데 그래놓고 고등학교땐 공부에 흥미 잃어서 수업 내내 잤음ㅋㅋㅋ
대충 중간 정도 등수엿거든? 어느날 갑자기 잠 안자고 수업 들어볼까 싶어서 들어봤더니 반 1등을 하더라? 음 난 역시 머리 좋군 하고 또 안했지 ㅎㅎ
대학교는 수능공부 하기 싫어서(사실 못할거 같았어ㅎ) 포공/카이스트 지원해서 갔어
가서 학고도 받아보고... 재수강은 거의 안했기 때문에 평점 3 약간 안되는 상태에서 4학년 공채시즌을 맞이함 나도 이땐 좀 막막하더라 ㅠ
근데 한군데 내가 좋아하는 분야 기업에서 평점을 아예 안받더라구 뭔 생각이었는지 거기 하나만 쓰고... 붙음.
이후엔 몇번 이직을 했는데 거의 매번 선면접 후 이력서였어 한번 가볍게 얘기나 해봅시다 하고 미팅하고 나면 채용할테니 기록용으로 이력서 달라고 연락오는 식
미팅할땐 이런 앤줄 모르셨겠죠 죄송합니다...


어쩌다 ADHD인걸 알았냐:
우울증으로 오래 고생하다가 올초에 더쿠 스퀘어에서 성인 ADHD 증상글을 보고 어라 난가? 하면서 동네에 ADHD 전문이라는 병원을 가봤어
40만원짜리 풀배터리 받아보자고 했는데
나 아마 머리가 너무 좋아서 결과가 잘 안나올수도 있다 저렴한 검사 있으면 그것부터 받고 잘 안나오면 풀배터리 해보겠다고 얘기하고 CAT 검사를 먼저 받았어
아니나 다를까 거의 모든 부분이 잘나왔는데 다행히 딱 한군데서 오반응이 치솟았더라구
검사하고 상담 후에 ADHD 판정 받고 지금은 반년 넘게 치료받는 중이야
커뮤는 인생에 도움이 안된다고 해도 적어도 나한텐 큰 도움이 된 셈임 ㅎㅎㅎㅎㅎ


왜 몰랐을까:
아마 머리가 너무 좋아서 + 지식습득 중독이라?
ADHD는 자극적인걸 좋아하기 마련이라 보통 만화나 게임에 중독되기 십상인데
난 새로운걸 공부하는게 너무 재밌었어
이게 끈기가 부족하니까 진득하게 붙잡아야되는건 못하는데... 머리가 좋으니까 뭘 공부할때 진득하게 할 필요가 없잖아
고등학교 수준까지는 걍 조금만 노력하면 다 이해하고 머릿속에 들어오는데
와중에 암기는 오지게 싫어해서 열역학 문제 풀어보라고 하면 줄줄 풀지만 열역학 제3법칙이 뭐냐 이런 거저주는 문제들은 다틀리고 ㅋㅋㅋ 어려운 문제 다 풀고 마지막에 덧셈 잘못해서 틀리고 그랬지만...
여튼 고딩때 나보다 성적 훨씬 좋은 친구들도 하다 막히는거 있으면 와서 물어봤었거든
하니까 잘하기도 했고...
근데 대학교를 가니까 하니까 잘한다가 아예 안되더라 일단 전혀 하지 않게 되어버렸어
그래서 우울증이 와서 10년이 넘게 고생하면서도
"하면 잘한다"가 얼마나 문제였는지 몰랐음...


알고보니 ADHD 증상이었던 것들:
1. 과집중/몰입이 심함
ADHD 진단받기 전에는 이게 집중 못하고 산만한 병인줄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집중 조절을 못하는 거라서
지나치게 집중을 하는 것도 증상이라더라
어렷을 때부터 책을 한번 잡으면 해가 질때까지 책만 봣거든
초인종 소리가 울려도 엄마가 방문을 세게 두드려도 옆에 와서 건드릴때까지 몰랐었어
어두워져서 글씨가 안보이거나 책을 다 읽어버려야 멈출 수 있었음ㅋㅋ ㅠㅠ
사실 이게 ADHD인줄 몰랐던 가장 큰 원인 같애
다들 집중 못하는 병으로만 알고 있잖아
난 한번 집중하면 너무 집중력이 좋고 책까지 좋아하니까 부모님도 우리애 집중력 좋다고 좋아만 하셨지 ㅠ

2. 공감능력/사회성이 바닥임
아주 어릴때 부모님이 자폐증 있는줄 알고 병원에 데려간 적이 있었대
애가 불러도 반응이 없고 다른 애들이랑 어울리지도 못해서
결과는 아스퍼거 증세는 있는데 호전될 수 있으니까 경과를 지켜보자, 였는데 크면서 장애로 판정할 정도는 아니게 나아져서 판정은 안받음
어느정도로 문제였냐하면... 난 누가 부르면 대답을 해야한다는걸 중학교 때까지 이해를 못했어
부르고서 용건 얘기하면 되지 왜 굳이 대답까지 해야해??? <- 이랬음 ㅋㅋㅋㅋ 이해가 안되지? 이해가 안되는 생각을 하니까 병임....
가족이 아프다고 해도 아 그래? 아프구나 하고 끝
당연히 친구도 하나도 없었고 ㅋㅋㅋㅋ 고등학교 올라가서야 아주 느리게 사회성이 발달했는지 친구들이 좀 생기면서 내가 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어
그 이후엔 엄마랑 친구들이 이럴땐 이래야한다 하나하나 알려주고 모르겠는건 책이랑 드라마랑 남들 하는거 보면서 그냥 외웠어
그땐 그냥 내가 사회성이 모자르게 태어났구나 했는데 진단받고 이거저거 찾아보니 ADHD 원인인 전두엽에 공감능력 사회성이 다 들어있더라...
사회성은 공부해서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공감능력은 부족해 ㅠ

3. 할 마음이 안생기면 못함
이게 모든거에 해당 돼
규칙 같은 것도 내가 납득 못하면 안/못 지켜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할 마음이 안생기면 못하고 끝없이 미뤄
당연히 학교나 회사에서의 규칙도 못지킴 출근시간은 물론이고
할 수는 있는데 엄청 엄청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긴장을 해야 해 남들 면접이나 시험 있을때 수준으로...

기획서 내용 충실하게 완벽하게 만들었고 마감도 다 맞췄는데

갑자기 팀장이 디자인 뭐가 맘에 안든다고 바꾸래(근데 아무리 봐도 그게 더 구림)

한 5분만 하면 되는 일인데 이걸 못해서 마감을 넘긴 적도 있음 ㅋㅋㅋㅋㅋ
회사에서 일 하기 싫잖아 그럼 하염없이 딴짓함
근데 가끔 그러다보면 갑자기 하고 싶어질 때가 있어
집중을 한번 하면 바로 과집중이 되어버리니까 남들 며칠동안 할 분량을 하루에 다 함
그 순간이 올때까지 걍 계속 스트레스 받으면서 있는거야
그러니까 성과가 엄청 왓다갓다 하고 근무평가도 저번달엔 최상 이번달엔 최하 뭐 이런식이엇음 ㅎㅎ


갑자기 급 결론:
ㅋㅋㅋ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일단 마무리 할게
난 내 증상들을 다 지능으로 커버하면서 살았어
모자란건 학습했고 안되는건 될때까지 붙잡고 있었고
겉으로 보이는 것들은 그렇게 노력했지만
나머지들은 거의 내려놓고 살앗어...
약 먹기 시작한 이후로도 사실 과집중/사회성은 그렇게 변하진 않았어 ㅎㅎ
제일 달라진건 할 마음이 안생기면 못한다 이 부분
그리고 일상생활
당장 눈 앞에 있는 양말도 빨래통에 못 넣던 내가
방이 깨끗해지고
아침에 제시간에 일어나서 씻고
회사에 지각을 안하고
마감이 일주일 남은 보고서를 오늘 다 해치우고
약 먹기 전까지는 너무 고통스럽던 모든 것들이 그냥 되기 시작하더라고
물론 어려운 일들까지 다 숨쉬듯 되는건 아닌데, 그 전에는 하루하루 일상생활 하는데에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다가 그게 사라지니까 중요한 곳에 쏟을 멘탈이 생기더라

인터넷 글 보고 이거 난데? 하지 말라고들 하지만
진짜로 의심되면 한번씩 병원에 가봤으면 좋겠어
꼭꼭 성인ADHD 전문으로 하는데로 가고
나도 정신과 경력(?) 10년차에 첨으로 전문 병원 가서 진단받은건데
성인ADHD는 아직은 일반적인 분야가 아니라 전문 병원으로 가는게 좋다고 하더라

ㅋㅋㅋ 약 말고도 행동 치료 얘기도 하고 싶은데 그건 좀 더 공부해서 생체실험 해보고 기회되면 다시 글 써볼게 이만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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