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글쓰기 전에 모든 작가님이 이런지는 모름! 그치만 나랑 내 주변은 이정도는 하는 것 같아.
원덬은 소설 표지 작업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소설작가가 다 차려놓은 밥상을 어쩌고.. 이런 말에도 공감하지 않음.
원덬이 생각하는 소설 표지 작업은 기본적으로 '나의 이상속 표지를 실체화시키는 작업'이라고 생각해. (다른작가님들은 다를수도 있음)
이게 무슨말인지 설명하기 위해 예시로 만든 표지의뢰서를 보여주겠음!
표지의뢰서를 만들기 위해 제일 처음 하게되는 일은 '내가 갖고싶은 표지를 떠올리기'야.
이 머릿속에 있는 표지를 일러레나 디자이너한테 전달하기 위해 앞으로 이어질 모든 귀찮은 작업을 하게 될것임.
(덬들도 일러레님의 입장이 되어서 이하의 예시의뢰서를 해독해봐! 한 화보에 대한 설명임!)
(화보 포함 모든 자료사진은 구글링! 문제시 삭제할테니 바로 알려줘ㅠㅠ!)
.
.
.
벌써 내 머릿속에선 각이 나왔음. 완벽함.
이제 이 머릿속에 있는 걸 일러레한테 전송해야 하는데, 상상은 에어드랍이 안되네?
그래서 의뢰서를 작성하기 시작함.

핫게글 등등에서 덬들이 봤을 바로 그 졸라맨 의뢰서..^^
보자마자 오...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지? 소리가 절로 나오지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이 그림은 어디까지나 참고에 불과해.
이 사진 아래에는 다음과 같은 구도 설명이 붙음.
[남자가 여자를 껴안고 있는 구도입니다. 정면 얼굴이 남자, 측면 옆얼굴이 여자입니다. 측면 얼굴이지만 두 눈이 다 앵글에 잡혔으면 좋겠습니다. 여자의 왼손은 남자의 볼을 감싸고 있고, 남자는 오른손으로 여자의 어깨를, 왼손으로는 여자의 허리를 감싸안고 있습니다. 여자는 왼쪽 어깨를 올리고 있으며 남자의 얼굴이 어깨 근처로 숙여진 느낌입니다. 남자와 여자 모두 바깥쪽 앵글을 보고 있는데, 남자는 눈을 내리깔듯 치켜뜨고 있습니다.]
이제 저 졸라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 이해가 되었을까?
구도 설명을 했다면 이제 남자와 여자에 대한 세부 설명을 해야할 차례야.
보통 이 세부설명은 길면 ppt 10장이 넘을때도 있지만... 지금은 일하기 싫어서 농땡이 피는 예시 의뢰서이니 대충 적어보겠음.
남자 : 연령대는 30대쯤. 선이 굵지 않으나 어딘가 쎄하고 서늘한 느낌이 있음. 동양인. 흑발 흑안. 쌍커풀 없고 눈썹이 짙고 굵음.
위로 눈을 뜨고 있고 무표정. 화면 밖 사람을 노려보는듯 지켜보는듯한 느낌을 줌. 손에 힘줄 살려주세요!
헤어스타일은 완깐에서 앞머리가 살짝 흐트러져 내려온 반깐. 살짝 웨이브 진 머리스타일.
여자 : 역시 연령대는 30대쯤. 나이에 비해 동안인 인상. 동글동글한 느낌을 가리기 위해 센 스모키 화장을 하고 있음. 쌍커풀은 없거나 있어도 진하지 않은 느낌. 흑발흑안 동양인.
어딘가 고집스러운듯한 표정. 뒤를 바라보고 있고 눈에 힘이 있음.
헤어스타일은 앞머리없는 중단발. S컬 한번 굵게 들어간 느낌.
이렇게만 적어 보낼때도 있지만 원하는 인상이 있을때는 좀더 예시 사진을 넣음.
원래는 사진을 기본 세개 이상씩 넣는데 지금은 하나씩만 넣어보겠음.
[<-남자 외모는 이런느낌]
[<-여자 외모는 이런느낌인데 이것보다 살짝 나이 든 느낌으로 부탁드립니다!]

[<- 남자 헤어스타일은 이런 느낌인데 이것보다 좀더 완깐 느낌이 나게, 단정한 느낌을 없애고 뒷머리를 좀 짧게해서 와일드한 느낌을 추가 부탁드립니다]
(보통 이렇게 구구절절해지면 사진을 두세개 더 가져다 붙이고 1번만큼 앞머리 내려주시고 뒷머리 길이는 2번처럼.. 전체적인 느낌은 3번에 가깝게 해주세요 하고 보내는편!)

[<-여자 헤어스타일은 이것보다 손가락 한마디 정도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시사진은 자연스럽게 머리가 흐트러진 느낌인데 그림은 이것보다 더 세팅된 느낌이면 좋겠습니다.]
[<- 여자 화장은 이런 느낌입니다!]
이제 드디어 얼굴 설명이 끝남. 길었다...
옷 설명도 마찬가지로 사진과 설명을 곁들여서 진행됨.
남자 : 검은색 정장. 흰색 셔츠. 손목에 흰 셔츠 소매 나오게 그려주세요.
여자 : 등이 허리까지 파져있는 검은색 끈나시. 은색 광택나는 가죽치마.
이것도 예시사진을 가져와야 하는데.. 원덬 약속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생략할게.
대충 이렇게 하면 드디어 구도, 외형, 의상 설명이 마무리 됨.
마지막으로 배경이나 소품 요청사항을 말하면 됨.
[배경은 까만색이면 좋겠습니다. 컬러톤은 흑백이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사진 샥샥 정리해서 넘버링, 설명 다 붙이면 의뢰서 완성!
이제 이렇게 정리된 의뢰서를 일러스트레이터나 디자이너한테 보내고, 시안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물론 당연히 이 시안이 100% 내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것 그대로 오진 않아!(가끔 그대로 올때도 있는데 그러면 일러레님 방향으로 삼보일배함 ㅠ.. 그저빛)
그렇기 때문에 몇번 더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손 위치 고쳐주세요 라던가, 헤어스타일 좀더 이런느낌으로 해주세요, 라던가 하는 식으로 조율을 하지.
가끔은 표지 의뢰서를 읽은 일러작가님쪽에서 내 의도를 파악하고 제 3의 구도를 가져올때도 있어! (보통 이럴때는 내가 보낸 구도랑 같이 보내서 선택지를 주시곤 해.)
어떨 땐 내가 생각하던 것 보다 더 내 글에 어울리는 구도여서 놀랄때도 있어.
나는 상상을 전달하기 위한 작가들의 의뢰서 작업도, 그 의뢰서를 해독해서 작가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실제화하는 일러레님/디자이너님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어느 한 쪽이라도 소홀해지면 상대편이 힘들어지는 협업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일이 과도하게 후려쳐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마지막으로 과연 원덬이 아까부터 상상하고 있던 화보는 어떤 화보였을까?
.
.
.

짜잔! 이정현x유지태 보그 화보였어!
표지의뢰서를 읽으면서 덬들의 생각은 이 화보에 근접했을까? 아니면 멀리 있을까?ㅎㅎ
여기까지 뻘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