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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공시 장수생이다가 30대에 취직->전직 해서 정착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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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4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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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비슷한 상황이었던 덬들이면 답답하고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을텐데
뭔가 약간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한번 적어봄
* 나 여덬임 (물어보는 덬들이 몇 있어서 적어둠) *

1. 공시 이전 상황
4년제 서울 중하위권 대학 사과대 어찌저찌 갔는데 팽팽 놀다가
갑자기 예술병 걸려서 예술집단 만들고 예술 안하고 술만 마시다가
학고 맞고 나중에 졸업장은 따야겠지 싶어서
겨우겨우 재재재수강하고 계절학기 들어가면서 어찌저찌 졸업은 했음
학점은 2점 초반대,,

2. 공시를 하게 된 경위
대기업 한 열개 찔러보고 광탈해서 인생 망했다 생각하는데
부모님이 너는 중고등학교때 공부하던거 보니까
공무원시험 완전 잘 맞을 것 같다면서 설득했고
팔랑 거리면서 공무원 세계로 빠져듦

3. 공시 준비 과정
첫 2달정도 빡세게 공부하고 그 다음부턴 내일은 꼭! -> 아 난 망했어 반복이었음
심지어 시험 일정 몰라서 접수 안하고 넘어간 적도 있었다가
정신 차리고 진짜 마지막이다~ 다시 공부 시작했는데 아깝게 떨어짐

아깝게 떨어지고 나서부터 사람이 미치게 됨
그래서 7급도 동시에 준비한다고 오바하고
완벽하지 않으면 안돼! 하면서 첫페이지만 계속 보고
과목 바꾸고 등등 점점 미쳐가다가
친구와도 연락 끊고 불안 초조 우울에 빠지다가
종종 공황발작처럼 어택도 오는 지경에 이르렀고

어제 뭐했는지 기억도 안나고 가족들이랑 말도 안섞고
가족들 보이면 도망가서 방에 숨고 암튼 심각해졌음
스스로 굉장히 멍청해졌다고 느끼고 간단한일도 못할 것 같은
심각한 무력감에 빠짐 ㅇㅇ 맨날 문명만 했음
이러면 병원 가야되는게 맞는거 같은데 가족한테 말은 못하고
내가 개인적으로 몰래 쓸 돈은 없어서 그냥 앓음
그렇게 공시를 4년 함^^..

4. 공시 포기
나이 31살이 되고 친구들은 직장에서 경력 3~7년차로  열일중이고
미래가 너무 암담하고 피해의식 심해지고 이러던 와중에
노답이고 가족과의 관계는 벼랑끝이고 더이상 못버틸것같아서
용기내서 부모님께 공부 그만둔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림

근데 어떤 일도 구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편의점 면접을 서너개 봐서 붙어서 다니게 됨
편의점 일도 도저히 할 자신이 없는 상태여서
걱정하면서 유튜브로 포스치는법 검색하고 막 난리치고 준비해서 갔는데
의외로 편의점 업무를 감당할 정도는 되더라고...
그냥 계산하고 정리하고 치우고 이런 일이었지만
미세하게 자신감이 회복되기 시작


5. 알바 투잡시기와 첫 취직

그 무렵 구멍가게급도 안되는 회사에 알바로 들어가서
월 50만원 받고 주 3회 문서작업 알바를 하게 됨
엑셀도 하고.. 제안서 디자인 구려서 인터넷에서 구해와서
ppt작업도 하고...그러다보니까 자신감이 더 붙어가지고
왜냐면 워낙 회사 사람들이 나이많고 컴맹이었음

그래서 대표님한테 변기라도 닦을테니 정직원 시켜주면 안되냐 함
월 140만원^^... 받고 취직됨
월 백만원 넘게 받는거 자체가 그냥 행복했음
나도 쓸모있는 사람이구나~ 하면서 뽕에 취해서 다니게 됨



6. 이직 준비

그런데 회사 다니다보니까 미래가 1도 없고 매출도 없고
대표 정신머리도 없는 회사임 대표가 모든걸 나에게 맡기기 시작함
경리 비슷한일도 하고 대표 자녀 학원 등록해주고
대표 차 닦고 계약도 하고 계약서 관리도 하고
제안서도 쓰고 구인광고도 내고 면접도 보고

첨에는 아 이 회사에서 쓸모있는 사람이라서 넘 좋다 생각했는데
세후 130 안되는 돈으로 돈 1도 못모으고 나이먹고
기술도 못배웠고 이 사무직은 정말 경력도 안될거같고

그래서 이직을 알아보다가 중견기업 서류합격을 함 아마 실수였던거같음
물론 면접은 광탈했지만 자신감이 붙어서
대표한테 연봉협상을 하자고 함

대표는 그래도 미안했는지 반년 뒤에 180으로 월급을 올려준다햇음
대충 연봉 1500에서 2100으로 올라가는건데
첨엔 2000이 넘어서 좋았는데 생각해보니까 짜증이 나기 시작했음..

그 와중에 대표는 자꾸 법인카드로 지 옷도 사고 운동화도 사고
골프도 너무 많이 치고 암튼 꼴뵈기싫었음
사무 잡무는 그래도 할 줄 아니까 그나마 회사같은 회사에 가야겠다 결심..

전산회계같은거 딸까 고민하기 시작하던 찰나
주거래처 부장님이 나보고 술마시자 한다음에
이직 제안을 함 그 이유는 우리 대표가 건망증이 졸 심해서
맨날 입금도 까먹고 미팅도 까먹고 난리였는데
내가 다 챙기니까 내가 쓸만해보였나봄..



7. 이직 겸 전직

이직 및 전직을 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음
일단 새 회사는 사람들이 근속년수가 상당하고 실질 매출이 있는 회사였음
그리고 전회사에는 없던 사.수 가 있어서
그나마 일같은 일을 배울 수 있게 됨
거기서 계속 일하다보면 이직 기회도 많이 온다고 함.

그래서 연봉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걍 갔음
그냥 나이 서른 셋에 새 업계로 취직한거 자체가 감사함
연봉도 3200으로 올랐음

누군가에게는 볼품없는 연봉일 수 있지만
나름 1500->3200 두배 넘게 오름.. 직장인된지는 현재 3년차.
아무것도 없고 인생 말아먹었다 생각했던거치고
지금은 마냥 감사하고 가족들도 드디어 회사같은 회사 갔다고 좋아하심
물론 큰회사는 아냐 직원수 한 열댓명.. 미디어 업계..




8. 덧붙이고 싶은 말

공시 포기할 생각 한것도 대단하다 생각해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면 희망임
그동안 멍청해진 것 같고 정체감들고 나빼고 세상 다 변한거 같고
그렇게 생각해도 사회복귀(?) 해서 한 1년 있으면 다시 현실로 돌아갈수 있음

아무 일이나 최대한 꾸준히 할 수 있는 걸로
사무보조든 서비스직 알바든 쫌 해보면서
사람들이랑 소통..?하고 일 하고 푼돈 벌어보면서
현실감각 익히고 스스로 속이지말고
시간 보내다보면 슬슬 감도 잡히고 자신감도 돌아와..

남들 안속여먹고 일하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고
하다보면 또 암담할때도 있긴한데 
공시 해봤으니까 절망과 좌절은 낯설지 않을 것임

특히 나처럼 30대 찍어버린바람에
중고신입..경력 무.. 도대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그냥 일단 시작해보길 권함
걱정하다가 더 늦는거보다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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