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덬들아, 종종 육아후기 쓸 때마다 넘치는 격려와 따뜻한 조언을 남겨준 덕분에 좋은기운 듬뿍 받아가고 있어.
제목대로 우리딸이 연예인이 되고싶어해서 걱정이 많은데, 내 친구들은 아직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어서..
친구들이 먼저 묻지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아이 이야기를 안하고 있다보니^^; 조언구할곳이 마땅치않아 글을 쓰게되었어.
정확히 '연예인' 이 되고싶다고 말한 것은 아니고(아직 다섯살이다보니 티비를 많이 못봐서 연예인/가수/아이돌 이런 단어를 몰라)
촬영하는게 너무 즐거워서 매일매일 촬영장에 가고싶고, 그래서 자기는 감독님 말씀을 잘 들어야한다는 말을 해.
걷지도 못하는 아기였을 때, 내가 블로그에 쓴 육아일기를 본 어느 작가분의 연락으로 첫 촬영을 했어.
객관적으로 예뻐서× 사이즈 맞고 낯 안가리고 성격좋은 아기가 필요해서○ 였는데 나중에 추억이 될 것 같아서 찍어봤었지.
이후에는 우리아이가 아기 표준체형에 아주 가까운 몸매로 계속 자라나서 웨어링을 몇 번 했던게 전부야.
(웨어링은 의류 출시 전에 실제 모델에게 옷을 입혀서 핏을 확인하고 보완할 부분을 찾아보는 작업같은거야.
이걸 다녀오면 보통 페이 대신 아기옷을 받게되는데, 당시 형편이 넉넉치않았던터라 큰 도움이 되었어..)
그러다 작년 겨울무렵부터 아이가 모델이 되고싶다는 말을 해서 그 단어를 어떻게 알게되었나했더니...
세상 관대한 사랑의 눈을 가지고계신 어린이집 선생님들께서 "우리 뫄뫄는 매일매일 예뻐서 모델해야겠네♥" 하셨다고한다.
그리고 겨울이 되어도 '모델병' 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않고, 아이는 급기야 '티비에 나오는 사람' 이 되고싶어했어.
인터넷에 검색을 조금 해봤더니, 아역으로 활동하려면 프로필사진이 필요하다고.. 해서 매년 찍어주던 주니어촬영 대신 프로필촬영을 했어.
그리고 몇 군데 지원서를 넣었더니 "지금은 자녀분이 경력이 없고, 아역은 원래 블라블라.. Nnn만원 내고 소속하시면 블라블라" 전화가 빗발치더라고...
계속 그런 전화만 받다보니까 역시나 우리딸은 이 세계에서 활동가능한 외모까지는 아니구나싶고, 와중에 아이는 계속 촬영은 언제 갈 수 있냐며 물어보고...
그러다 프로필 돌리기 시작한 지 한 달여만에 첫 일거리! 가 생겨서 촬영을 다녀왔어.
그랬더니 더 신이 나서는 "엄마, 촬영 전화 왔어요?" 를 수시로 물어보게 되었고, 세 번밖에 못찍어봤지만.. 제품 광고촬영이 잡히면 집에서 연습한다고 사진찍으라고 들볶기도 했고말이지.
이후로도 지면촬영을 몇 번 해보고, 티비 드라마 보조출연 가서 🐶고생도 하고, 그러다 운좋게 드라마 단역도 해보고... 한 달에 두 번정도 촬영을 하고 있어.
작은 일이지만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다녀볼수록 이 업계에서 살아남기가 쉽지않다는 현실이 와닿으니 말리고 싶기도해.
가장 크게 느끼는 게 외모인데... 나름 또래에 비해 키가 크고 얼굴이 작은편이어서 늘 감사하게 여겨왔던 그간의 기쁨이 절망으로 변하는 느낌이야.
이 업계에서는 작고 마른 아이가 훨씬 유리한데, 우리딸은 먹는 행복을 일찍 깨우쳐서 표준체중 이하로 떨어져본 적이 없고.. 얼굴이 금방이라도 소멸할듯한 아이들이 대다수여서, 그 사이에 서있는 내 아이는 대두느낌...
심지어 어떤 스튜디오 작가는 "얘는 성격이나 하는짓이나 다 좋은데 넙데데해서 화면이 안받는다" 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나 혼자 들은게 아니고 아이도 같이 들어서... 이후 며칠 간 "무묭이는 뚱뚱해, 돼지라서 많이 먹으면 안된대. 얼굴이 이렇게 크면 촬영 못한대" 소리를 달고 살았어.
두번째는 부모의 경제력이야. 우리부부는 양가도움없이 시작해서 먹고 살만은해도 풍족하지는 않거든.
그런데 위에서 잠시 이야기한 'Nnn만원 소속' 을 하지않으면 소속생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에이전시에서 업체에 추천할 때 당연히 소속생을 먼저 챙기게되기 때문이지. 당연한 사실이지만 소속생들도 모두가 균등하게 일을 받을 순 없으니까.. 나는 큰 금액을 투자하는것이 솔직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소속 외에도 아이의 경력을 늘리기위해 키즈모델이 필요한 패션쇼에 나간다거나, 콜라보레이션 촬영을 하려면 (물론 예선을 통과해야하고) 또 돈이 들어. 적게는 5만원선, 명품브랜드 등 큰 업체가 메인이면 백단위 이상 참가비용을 납부해야해.
대부분 모집단계에서는 비용얘기를 숨기고있다가, 예선 통과 후 실물미팅을 가면 금액 이야기가 튀어나오지. 꽤 여러 번 당한(?) 후로는 아예 미팅가기 전 돈이 드는지 먼저 물어보고 있어.
이런 쫌생원같은 맘 매니저인 것도 미안하고, 잘나가는 아이들처럼 여리여리 자그마하고 인형같은 외모로 못낳아준 것도 미안하고...
다 적지는 못했지만 촬영 현장에서 겪은 몇 가지 에피소드들이 뒤엉켜서, 나는 솔직히 아이의 장래가 이 길이 아니었으면 싶어.
그러나 한 편으로는 아이가 이렇게나 간절히 원하고, 나름의 노력도 하고, 현장에서도 지루함과 피곤함을 이겨가며 이걸 해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촬영 잡혔다는 말에 깡총깡총 뛰면서 "드디어 내가 또 해낸거야!" 하고 외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현장 마무리되고 차에 타면 "엄마, 촬영하러 같이 가줘서 고마워요.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할 때마다...
이게 내 아이가 원하는 길이라는걸 느끼게 돼. 이런 아이의 꿈을 확장시켜줄 생각보다 꺾고싶은 내 마음이 너무 미워지고, 아이에게 미안하고.
아이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육아의 길은 늘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었지만.. 지금만큼 답이 보이지않는 고민은 처음이야.
지금껏 살아왔던 내 인생의 전부를 돌이켜봐도 이만큼 고민한 적은 없었고말이지.. (극히 평범한? 어디에나 흔히 있을듯한 그런 삶을 살아왔고, 특히 티비방송이나 연예인에 관심이 아예 없었어)
아이아빠는 "본인이 좋다는데 시켜야지" 라는 입장이었다가, 보조출연 현장 몇 번 다녀보고는 아이들을 공산품처럼 소비하는 느낌을 받아서.. 요즘 내 걱정에 대해 공감해주고 있어. 그럼에도 아무튼 하기싫다고 하기 전까지는 시켜보라고 이야기했고.
물론 아이의 의견은 "촬영 많이 해서 티비에 많이 나오고싶어" 인 상태...
아이 재우고 누워서 연기학원을 찾아보고, 몇 없는 에이전시 후기도 찾아보며 심란한 새벽... 답답한 마음을 여기에 조금 풀어두고 간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건강한 하루 보내기를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