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은 지난 7일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전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임금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지급 수단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은 단체협약 또는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 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근로자의 동의 절차와 지급 가능한 임금의 범위, 지급액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법안 발의 취지는 지역사랑상품권을 활용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데 있다. 법안 제안 이유에는 임금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근 반도체 업계 성과급과 초과이익 활용 논의가 이어진 상황도 법안 발의 논의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DS부문의 한 근로자는 “해당 법안에는 지역화폐로 줄 수 있는 상한 금액이나 비율 기준이 없다”며 “사실상 임금 100%를 지역화폐로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임금을 덜 주고 싶은 회사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지율을 올리려는 정부는 서로 이해관계가 맞을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연봉 감소로 피해를 보는 건 근로자”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근로기준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규탄 성명을 냈다. 한국노총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근로기준법의 임금 직접 지급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근로기준법이 임금을 통화로 직접 지급하도록 규정한 것은 노동자의 생계와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 법안이 ‘근로자의 명시적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사실상의 동의 강요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형식적 동의 절차만으로는 노동자의 실질적 선택권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