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이고 비혼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책 선물 받아서 읽다가 눈물 줄줄 흘림 관심있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
일과 양육을 병행하는 엄마들의 이야기인데 인상깊었던 부분 발췌해옴
요즘 무지성 기혼혐오도 많은 것 같은데 기혼/미비혼이 페미니즘을 나누는 기준점이 아니었으면 함
똑같이 아이가 생겼는데 남편은 며칠 출산휴가를 받은 것 외에 다니던 직장 잘 나가고, 나는 휴가도 없는 시간강사 일을 그만둬야 했다. 게다가 일곱 살이 된 지금까지도 아이는 아빠의 외출은 환영할지언정 엄마의 외출은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꼼짝할 수 없었다. 이 경험이 나에게는 일생 최대의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노력해서 안됐던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아이와 관련된 일만큼은 노력이 통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난 다른 여자와 다르다’고 생각했던 나의 예외주의가 완전히 박살나는 경험이었다. 뭘 해도 매일 회사로 출근하는 남편을 이길 수가 없었고 지금까지 신경도 안 쓰던 그저 그런 평범한 남자 동료들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소싯적 알파걸은 엄마가 되고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나에게 양육의 첫 번째 의미는 그래서 여자로서의 새로운 자각이다. 여자가 되기 위해서 양육을 꼭 경험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 잘난 맛에 살았던 나에게 이 사회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맛보게 해준 가장 강력한 경험이었을 뿐, 이미 이 사회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여자 개개인의 잘남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님을 이미 깨달은 자라면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