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다들 지지 마시길.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사시길.
다른 모든 일에는 영악해지더라도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 앞에서는 한없이 순진해지시길.
지난 일 년 동안,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지만
결국 우리는 여전히 우리라는 것.
나는 변해서 다시 내가 된다는 것.
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자는 말은 결국 그런 뜻이라는 것.
12월 31일 밤,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선 겨울나무가 새해 아침 온전한 겨울나무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다들 힘내세요.
내 삶이 끝났다 생각했을 때 당신을 만났고, 당신에게 사랑을 받았어.
네가 위험에 처하면,
모든 걸 다 팽개치고 너한테 달려갈 것 같아.
만약 누군가 널 인질로 붙잡으면
널 구하려고 뭐든 다 버릴 것 같아.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올바른 판단을 못 할 거야.
너만을 위해...
살고 싶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네가 내 이성을 좀먹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어.
그러니까 죽어줘.
웹툰 <이런 영웅은 싫어>
시간이 지나도 너의 얼굴 하나에 잊고 있던 지난날의 소중한 우리의 추억들이 생각난다면 나는 너의 이목구비를 사랑하게 될 거야.
@gazeroshin
달이 뜬 당신의 눈 속을 걸어가고 싶을 때마다
검은 눈을 가진 올빼미들이 레몬을 물고 향이 거미줄처럼 엉킨 여름밤 속에서 사랑을 한다
당신 보고 싶다, 라는 아주 짤막한 생애의 편지만을 자연에 띄우고 싶던 여름이었다.
<레몬, 허수경>
무더운 날씨도 때때로 부는 미풍과
날리는 풀잎들 내가 돌보는 양들
그리고 너.
언제나
언제나 보아온 것인데
가슴이 뛰었어.
난 그 날 사랑에 빠졌던 거야.
웹툰 <창백한 말>
내 숱한 일기장에 붉은 잉크로 적히곤 했던 나만의 Y야
파도의 끝자락같이 고왔던 너의 어깨에 장미 덩쿨처럼 파고들던
나의 파란 포옹을 기억하고 있어?
네가 가던 길마다 꽃잎으로 수 놓을수만 있다면
나는 온갖 화원의 꽃도둑이 될 수도 있었고
나를 너의 꿈결로 바래다 줄 수 있다면
다음 생까지도 난 너를 내 등에 업힐 수 있었어
새벽에 가만스레 읊조리던 기도의 끝엔 항상 너와 내가
영영코 끊을 수 없는 오색의 밧줄로 감기는 세계가 존재하곤 했지
Y야 너의 살굿빛 피부에 잠을 자던 솜털을 사랑했고
눈동자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을 사랑했고
너와 함게 했던 그 시절을 사랑했고
교실 창밖에서 불어오던 꽃가루를 사랑했고
너의 웃음, 너의 눈매, 너의 콧날과 목선을 사랑했어
다음 생에는 내가 너를 가져갈게, 나만의 Y
<다음 생에는 내가 너를 가져갈게, 서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