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잠깐 졸았나봐
날씨가 없는 곳에 갔는데 영원히 맑았다
나는 늘 누군가 나를 발견할까봐 두려웠고
막상 아무도 나를 발견해주지 않으면 서글펐다
나에겐 따뜻한 잠이 필요했다
주저앉아 울 햇볕이라도 좋았다
몸이 차갑게 식은 줄도 모르고 너는 발꿈치를 치켜들고 꿈속을 걷는다
계절이 녹을까봐 영영 깨지 않는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 나는 잘 수가 없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별이 떨어진다면 당신이 있는 공간으로
네가 아침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었을 때
천장을 뚫고 쏟아지는 별들
난 그 별을 함께 주워 담거나
그 별에 상처 난 너의 팔을 잡아주고 싶었다
지나보면 역시나 난 할 줄 아는 게 없었는데 너에겐 특히나 그랬다
조용히 밥을 먹는 너보다 더 조용히 밥을 먹으며 너를 고요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의 고요한 아이야, 가끔은
시끄럽게 너와 선루프를 열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정적이 찾아올 때
벌거벗은 나의 등을 안아 주던 게 생각난다
너는 작고 나는 포근했다
우린 오래오래 안녕이지만 오래오래 사랑한 기분이 든다
네 머리를 쓰다듬고 강에 뛰어들고 싶다
오래오래 허우적거리며 손의 감촉을 버리고 싶다
한 행성이 내게 멀어져 간 것은 재앙이다
네가 두고 간 것들을 나만 보게 되었다
너를뭐라불러야할지모르겠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션자이, 하나만 물어보자.
왜 그때는 나랑 안 사귄 거야?
사람들이 그러지.
사랑은 알듯 말듯한 순간히 가장 아름답다고.
진짜 둘이 하나가 되면, 많은 느낌이 사라지고 없대.
그래서 오래도록 날 좋아하게 두고 싶었어.
자기야 나는 너를 매일 다른 이유로 더 사랑했었고
이젠 한시 오분 멈춰있는 시계처럼 너 하나만 봐
만일 내가 어떤 순간을 향해
멈추러아,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하고 말한다면
그때는 나를 쇠사슬로 꽁꽁 묶어도 좋다
그때는 기꺼이 파멸하리라
내일이면 나를 버릴 사람들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유일했던 사랑을 두고 가는 내게
숨겨뒀던 손수건을 흔들어줘요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에는 같이 늙고 싶다고 약속을 해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