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애니짤과 글들을 모아봤어!
BGM도 같이 재생해주면 더 좋아 ( ˙⤙˙ )
https://gfycat.com/ChubbyKindlyCoyote
술집에서 일하다 처음 손님과 싸운 날,
술집에서 일하다 처음 손님과 싸운 날,
바닥에 떨어진 건 네 옷의 단추만은 아닐 거야
그것은 소리가 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무슨 바람 같은 걸 일으키고 있었지
이미 멍이 든 저녁은
그때부터 묵묵히
벌레가 기는 쪽으로 짙어가고 있었고
우린 밤의 전철역 앞까지 함께 걸었어
편의점 앞에 앉아 컵라면을 먹으며
밤의 마지막 전철이 선로를 때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지
그 때 네 눈에서 반짝이던 그 무엇
그건 스포트라이트는 아니었을 거야
편의점에 밝은 빛에 검게 숨어서
안 보일 거라 너는 믿었겠지만
그런 얼굴은 반칙
너무나 알기 쉬운 얼굴은 반칙
우린 아직 일을 갖고 있는데 ……
단추를 잃어버린 것은 너만은 아닐 거야
우린 모두 빛을 잃고 시들어가는 인생들
밤은 자기 자신의 세계관 쪽으로 점점 부풀어가고
우리들 마음에도 언젠가 비늘이 생기는 때가 오겠지
밤의 세계관, 장이지
https://gfycat.com/NaturalVillainousCormorant
이를테면 심장 근처에도 약음기弱音器라는 게 있어서
떨리는 줄을 지그시 누를 수 있으면 좋겠다
서로 다른 선線이 공명을 부를 터이니
이 문장이 다른 문장과 만나 조용히 어두워지면 좋겠다
소리에도 색이 있다면
내가 디딘 계단은 무채색의 반음계여도 좋겠다
그가 내려올까 말까 망설일 때
내가 이 못갖춘마디를 먼저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줄에 걸린 심장의 두근거림이
천천히 잦아든다면,
그게 어두워지는 것이라면,
그렇게 눈을 감는 것이라면
마흔 한 번의 낮과 밤, 권혁웅
https://gfycat.com/EmotionalGreedyCrustacean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꽃이 지는 것을 보고 알았다
기절하지 않으려고 눈동자를 깜빡였다
한 번으로 부족해 두 번 깜빡였다
너는 긴 인생을 틀린 맞춤법으로 살았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 삶이 시계라면 나는 바늘을 부러뜨릴 테다
밤의 공벌레, 이제니
https://gfycat.com/UntimelyPoshEarthworm
오후 시간 잘 지내요
당신은 너무 우울해
하긴, 늘 숲 속에 혼자 있으니
흡사 새의 마음 같을 거야
내 생에 꼭 하루 뿐일 특별한 날, 전경린
https://gfycat.com/EnviousFragrantFattaileddunnart
창밖을 보다가 우리는
다른 나무 위를 걸었다
달이 서로 다른 아침을
해가 서로 다른 밤을
따로 또 같이 만나듯
그렇게 걸었다
같은 창으로 다른 오후를 만나는 것은
다른 창에서 같은 목도리를 두르는 것은
사랑하면서 할 수 있는 일
서로를 향해 뒤로 걷다가
서로의 꿈을 꾸다가
서로를 위해 꿈이 되는 일
각자의 세계를 가질 수는 없어서
하품까지만 사랑해
꼭 잠들 때까지
하품까지만 사랑해, 이제야
https://gfycat.com/DifficultLonelyEland
그런 곳을 상상해
가장 어둡고 무겁고 슬픈 곳을
그리고 거기서 뛰어나와 달리기 시작해
내 자신이 죽도록 싫어지면 난 그렇게 해
달리다 보면 반대편의 장소가 떠올라
내가 되고 싶었던 내가
아직 보이지는 않지만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 게 느껴져
쿤의 여행, 윤이형
https://gfycat.com/ThankfulAcademicDonkey
왜 사람들은 부끄러우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릴까
마치 그것이 마음이라도 되는 것처럼
유리코, 이제니
https://gfycat.com/DiligentAmpleIndianspinyloach
어떤 사람들은 말이야
과거를 돌아보거나 직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
현재만, 앞만 보고 가야 해
뒤를 돌아보고 후회에 젖어 있는 것도
그럴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허용된 거야
GV 빌런 고태경, 정대건
https://gfycat.com/MenacingGrossAmurstarfish
발을 씻는다
버드나무처럼 길게 발가락을 내어놓는다
세상의 모든 염려를 품고
울음을 참고 있는 나무들이 있어
오늘 당신과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앞이 캄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두 발이 물 속에서 한없이 겸손해진다
눈이 없는 물고기처럼 당신의 손가락을 스친다
이제 더는 애쓰면서 살지 말아요
어떻게든 사는 건
하지 말아요
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없었으므로
이제 나는 눈 없는 물고기로 살거나 죽거나
당신 옆에 눕고 싶은 것일 뿐
물가에서 우리는, 이승희
https://gfycat.com/LegalJauntyArabianhorse
모든 피조물의 언어 가운데 가장 불완전한 말로
사랑한다는 말이야
너 때문에 우는 거란 말이야
내가 알아보기 오래전부터
이미 내 안에 있던 너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함성호
https://gfycat.com/AcrobaticSociableGnatcatcher
무서워요
정말 무서운 건,
내가 이걸 다시 읽을 수 있을까봐 무서워요
유서, 나선미
https://gfycat.com/PlushFirsthandDrafthorse
일곱 개의 색이 있다면
넌 어떤 색을 할 거야
아무래도 멍든 맘 가리려면
진한 색이 필요하겠지
스무 번째 밤이 찾아오면
안개는 더 자욱해지고
쓰고 있던 안경을 떨어뜨려
바닥을 허우적댈 거야
나도 언젠가 푸른 바다색으로
목 끝까지 채우고 싶었어
아니면 설레이는 내 맘 비추는
붉은색도 나쁘진 않아
실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채로
나는 춤을 출 거야 밤새
내 피부에 남색 밤하늘을 칠할 거야
일부러 비워둔 별의 자리
불어오는 바람들이 하나 없으니
안 그래도 물먹은 종이 위에
칠이 마를 날이 없겠지
칠, 정유빈
https://gfycat.com/FamiliarSentimentalFossa
엄마, 나는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으니까 사는 것처럼 살아야지.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https://gfycat.com/GenuineKeyDugong
오늘 밤은 인생을 통틀어 바라봤던 하늘 중에서
가장 투명한 밤이야
몹시 사적인 날씨야
인생을 우물 같다고 하든, 바다 같다고 하든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
사적인 날씨에 휩쓸리면
우리는 그때마다 유일한 날을 꿈꾸지
가로수 관리인들, 김행숙
https://gfycat.com/BlushingShockingCavy
인생이란 헐벗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틈틈이 지나가는 햇살을 바라보는 것
따뜻한 강물처럼 나를 안아줘
더 이상 맨발로 추운 벌판을 걷고 싶지 않아
우리 무지갯빛 피라미들처럼 함께 춤을 춰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한 거라고 내게 얘기해 줘
가끔은 자유와 이상과 고독에 대해서도 우리 얘기해
화병처럼 나는 주인만을 사랑해
나도 너의 주인이 되고 싶어
당신이 먼저 잠든 밤마다 나는
이렇게 한줄씩 쓰고 있어요
목구멍, 윤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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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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