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슼에서 우연히 글 보고 흥미가 생겨서 충동 구매해서 읽어봤는데 와 진짜 재밌음
제목에서 유추되듯이 내용이 좀 고어하긴 한데 그 고어함이 마냥 불쾌하지 않음(물론 이런거 아예 못보는 사람이라면 좀 힘들순 있음)
주인공이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여자+20대인데 인종적/성적차별과 폭력을 겪은 사람들이 주인공처럼 극단적인 행동을 하진 않아도
많은 여자들이 살면서 한번쯤은 그런 상상을 해봤을거 같다 나도 저래봤다 이런 느낌이야
나는 한국에서만 살아서 인종차별은 못 겪어봤지만 여자로서 주인공인 지원이 느끼는 그 일상적인 공포와 불안이 너무너무 이해가는데
동양인이란 정체성까지 갖고 외국에 사는 2세대, 3세대 여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럴듯
여자라면 의식을 하든 안 하든 평생 몸에 새기고 살 수 밖에 없는 불안, 자기검열, 자괴감 등이
남자들한텐 전혀 다른 세상의,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는 얘기구나?
관심을 갖다 하더라도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 우월한지 증명하기 위해 어디서 본대로 떠들기 바쁜,
(자신은 절대 경험하지 못(안)하는) 하나의 얘깃거리고 그마저도 결국 맨스플레인으로 종착하는구나
이런걸 느낄때 오는 그 충격과 모든걸 다 뒤엎어버리고 싶은 분노가 생생하게 새겨진 책인데
그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뿐만 아니라 그냥 소설 자체로도 너무 재밌어서 벗들한테도 추천하고 싶어ㅎㅎ
마지막으로 내가 읽고 너무 좋아서 줄 쳐놓은 문장 소개하고 갈게
[그와 같은 남자는 자신이 틀리는 걸 싫어하고, 창피당하는 걸 싫어하고, 통제력을 잃는 걸 싫어한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자기 분노를 유치하게 표현하고, 성질이 나서 짜증을 부리고, 침울하게 삐쳐 있는다.
하지만 그 남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약한 쪽은 그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 남자가 가진 유일한 힘의 원천은 바로 당신이 그에게 기꺼이 바치는 힘인데, 지금까지 당신은 그 남자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고
끝까지 아무것도 주지 않을 것이다. 단 한 조각도.
당신이 그 남자를 더는 필요치 않게 될 때쯤, 그는 당신의 자비를 구걸하게 될 것이다. 당신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그는 대체 어떤 존재인가?
그런 상태의 그가 과연 남성이라고 할 수나 있을까? 당신이 그에게 손을 내민다면, 설령 그 손에 칼이 들려 있더라도 그 남자에게는 안심의 손길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그 남자의 모든 것을 빼앗으면서, 당신은 이런 남자들이 우리를 향해 흔히 하는 말을 그대로 되돌려 줄 수 있다.
이건 그 남자가 자초한 일이지. 그 남자가 제발 해달라고 애원하더라니까. 저항하지 않았던 걸 보니, 그 남자도 이렇게 죽기를 원했던 게 틀림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