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ㅍ라 미안. 어제 월루 했을 때 올린 글 댓글에 보고 싶다는 말이 있어서 오래된 이야기를 하나 더 끌고 옴. 원래 망한 여행기가 제일 재밌지..암...
역시 때는 스마트폰은 없는 때임. 원덬은 미국에서 잠시 공부 중(짧음)이라 1년간 티모빌의 노예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음. 그런데 면허는 있지만 혈육도 유학 중이라 부모님께 죄송해서 미국에서 차 없이 살아보기로 함. 왜냐면 일단 학교에서 도시 전체 버스+근교 가는 버스는 무료 퍼밋을 줬고 집에서 학교-다운타운까지 버스도 있었음.
그게 또 비극의 시작임.
혈육을 연휴에 데려와야 하는데, 이 때 라이드 해줄 친구가 일이 생김. 그래서 Amtrak을 타고 가기로 함. 혈육 학교가 시골이라... Amtrak이 다 닿지 않기 때문에 이걸 또 버스로 연결하도록 되어 있음. 근데 그게 이제 하루에 왕복 2대인.... 그렇지만 시간을 보면 첫번째 버스를 타고 혈육 픽업해서 점심 먹고 돌아가는 두번째 버스를 타면 딱 맞아떨어지는 거였어. 완벽한 계획이었지. 버스를 타고 이어폰을 꽂기 전까진.
버스를 탈 때 티켓 보여주고 뫄뫄까지 간다고 이야기를 함. (버스에 15명 탔나 그래) 그리고 차가 출발하고 바로 옆도시까지 들어갔다 나오는 걸 봄. 안자려고 이어폰 꽂은 거... 이제 내릴 준비를 하면 됨.
. . . . . . . . . . . . . 내릴 때가 한참 지났는데? 도시를 안 들어가고 그냥 쌩쌩 달려가는데? 아니 그건 그렇고 타운이 아니라 나무만 보이는데........? 참고로 이 날 비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물어보러 감(운행 중 버스에서 일어나면 위험하다는 거 앎. 그럴 때가 아님). 기사는 참고로 수술이 필요한 수준의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큰 남자였음.
나: 너 뫄뫄 지나친 거니?
기사: (매우 당연하게) 응! 왜?
나: 내가 뫄뫄 간다고 했잖아?
기사: (대답없음)
나: ????
기사: 내가 전도시에서 뫄뫄 가는 사람 있냐고 물어봤는뎅?
들은 적 없음. 물은 적도 없음. 내가 음악을 듣고 있어도 전 도시 들어갔다 나올 때를 봤는데. 그리고 난 타기 전에 고지했잖아 이 ㅅㅂㄹ아....라고 하고 싶었지만 무서웠던 원덬은 자리에 털썩 앉음. 그때부터 머리가 깨지기 시작함. 오만가지 상상과 주머니 사정과(학생임) 홀로 떨고 있을(아님) 혈육과...
한참 산을 달리던 기사가 말을 꺼냄.
기사: 이제 앞으로 얼마만 더 가면 뫄뫄뫄가 나와. 거기서 다음 버스 기다려. 그 버스가 널 뫄뫄로 데려다 줄거야.
서두에 내가 하루에 두번 버스 다닌다고 이야기했지. 그게 두번째 버스라 그 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음.
나: 나 그 버스 타고 원래 살던 도시로 돌아가야 되는데?
기사: 내가 알 바임? 나 차 못 돌림.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일단 기다리고 있을 혈육에게 상황을 알리고자 휴대폰을 봄.
No Service❤️ (전파 안닿음)
산이죠? 그 시절 티모빌(티모빌은 그 시절 엘지유플러스에 필적하는 구린 커버리지와...등등)이죠?
겨우 전파 잡혔을 때 말만 잠깐 하고, 또 끊김. 덜덜 떨면서 그 기사가 내려준다는 뫄뫄뫄에 내림. 난 무슨 터미널에 내려줄 줄.
제목대로 내 눈에 보이는 건 하늘을 찌를듯한 나무들과 어디 공포영화나 스릴러에 나올 법한 버거킹 하나 달랑. 길가로 나가보니 보이는 건 나무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방 최소 200m는 나무임........ 그리고 지금도 비슷하겠지만 그 시절에 버거킹은 아무도 안감........... 그치만 방법이 없고 내 휴대폰은 여전히 서비스를 못하고 계신 상태... 우산도 없는데 비도 오고 일단 버거킹을 감. 전화부터 해야겠다 싶어서.. 공중전화 물어보니까 "밖에 있어❤️"
이슬비도 아니고 좍좍 비는 오지만...나는 언니니까! 밖으로 나감. 있는 쿼터 없는 쿼터 탈탈 털어서 전화를 걸었음 (미국 공중전화는 쿼터=25센트로 불리는 동전만 취급함)
홀로 떨지 않았던 혈육은 일단 욕설부터 박았으며(...) 라이드를 못해준 친구는 혀를 참... 혈육에게 어떻게든 터미널을 찾아오라는 미션을 내리고(스마트폰 없음) 나는 버거킹으로 돌아감. 입맛도 없어서 커피 하나에 너겟 하나 시켜서 씹으며 만가지 상상을 했지...N이야...
버스기사가 안태워주면 어쩌지...혈육이 못찾아오면 어쩌지...혈육 그러다 잃어버리면 어쩌지... 등등...
그렇게 2시간이 흘러가고...버스가 왔음.
아까보다 두배는 되어 보이는 아프리카계 아저씨가 기사임. 덜덜 떨면서...자초지종을 설명함 (티켓에 출발지가 다르니까. 안태워줄 이유도 없긴 함) 그 아저씨가 대단히 쿨하게 OK하더니 타라고 함.
차 출발하면서 말을 거는 거야. (일부러 혈육 찾으려고 앞자리 탐)
기사: 너 괜찮니? 너 돌아가고나면 그 놈 꼭 고소해라.
나: 응?
기사: 그 놈은 시간이 걸리든 아니든 너를 데려다 주고 갔어야 해. 왜 널 거기다 두고 갔는지 모르겠음
나: 하하.. 괜찮아.. 그냥 나는 내 혈육이 걱정이야. 걔가 혼자 못찾아오면 어떡하지?
기사: 음, 혹시 없으면 내가 일단 기다려줄 수 있는만큼은 기다려줄게. 그렇지만 오래는 힘들거야. (기차 시간에 연동되어 있음)
감격...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좀 불쌍해보였는지 기사가 넌 뭐하는 애냐. 어쩌다 이걸 탔냐 스몰토크 해줌.... 그리고 뫄뫄에 도착하고 기사가 내리더니 혈육 짚으면서 얘가 니 혈육이냐... (당연함. 아시안 나뿐임) 다행히 혈육도 친절한 할머니가 데려다주셨다고 함.
그렇게 잘 돌아왔고..혈육과 나는 한 3시간 싸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딱히 교훈은 없고 종종 요즘은 종종 구글맵이라도 켜서 현재 위치 확인하는 습관이 생기긴 함. 물론 지금은 해외에서 혼자라도 차 렌트해서 몰고다니고 출장도 다니는 훌륭한 여성이 되었으며... 영어를 하고 운전 스킬이 늘어도 GPS와 네비가 말을 안들으면 국제 미아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하하...
이런 에피소드가 정말 많은데...그래도 확실히 스마트폰의 등장 덕분에 좀 줄어든게 아닌가 싶음. 물론 저 국제 미아는 예외. 어쨌거나 이렇게 강하게 키워준 운명(?)에게 감사함ㅎㅎㅎ 월루하는 무묭이들에게 재미있길 바라며... 회의하러 가볼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