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 시대에 컴공은 주산 배우는 셈… 차라리 취업 잘 되는 철학과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생들 분석
컴퓨터공학과 선택, 3년 새 반토막
“기업, 인간 언어 다루는 역량 우대“
철학과 취업률 뛰자 경쟁률도 상승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생 4명 중 1명이 선택했던 컴퓨터공학부 인기가 식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대 들어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며 개발자 채용이 늘자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늘었다. 그러나 AI가 코딩 등을 스스로 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대가 6일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생이 공과대학 컴퓨터공학부를 전공으로 선택한 비율은 2023년 28.8%에서 올해 12.9%로 반 토막 났다. 올해 2학기만 보면 그 비율은 3.5%까지 떨어졌다.

자유전공학부 입학 정원은 150명 안팎이다. 이들은 전공 없이 입학해 2학년 때 전공(의대·간호대 등 제외)을 선택할 수 있다. 2020년 이전까지는 취업에 유리한 상경 계열의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2021년부터 컴퓨터공학부에 매년 60명 안팎이 몰리기 시작했다. 챗GPT가 나온 2023년엔 69명이 컴퓨터공학부를 전공으로 선택해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지망생이 급감하더니 급기야 올 2학기엔 컴퓨터공학부 전공 선택자가 3명에 불과했다. 이와는 별도로 기존에 컴퓨터공학부를 전공으로 선택했다가 포기하고 다른 과로 갈아탄 학생도 올해 8명이 나왔다.
이런 흐름은 AI 발전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컴퓨터공학 전공자들이 주로 하던 코딩을 돕는 AI가 쏟아지며 컴퓨터공학 전공자들의 비교 우위가 약화했다는 것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졸업생 취업률도 2021년 86.8%에서 2025년 72.6%로 떨어졌다.
반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는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취업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2021~2025년엔 매년 자유전공학부생 9~14명 가량이 전기·정보공학부를 전공으로 선택했는데 올해는 18명이 선택했다. ‘취업하기 어려운 과’라는 말을 들었던 서울대 철학과도 AI 흐름을 타고 취업률이 2021년 55.6%에서 2025년 77.3%로 올랐다. 작년 기준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취업률을 넘어선 것이다. 대입 수시 일반전형 경쟁률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2020학년도 7.59 대 1에서 올해 4.31 대 1로 줄었지만 철학과는 같은 기간 9.92 대 1에서 15.56 대 1로 뛰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AI 덕분에 일상적인 언어로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수월해지면서 기업들이 컴퓨터 언어를 잘하는 능력보다 인간의 언어와 맥락을 이해해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더 우대하고 있다”고 했다.
‘컴퓨터공학의 퇴조와 철학과의 부상’ 현상은 해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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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대학원 졸업을 앞둔 A(27)씨는 “전자 계산기 시대에 주산을 전공한 것 아닌가 허탈한 심정”이라고 했다. 다른 학생은 “학생들 사이에서 이럴 줄 알았으면 철학과 가는게 나을 뻔 했다는 푸념도 나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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