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커지는 중앙그룹 사태 ...화제의 라인업 무사히 공개되나?[IZE 진단]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처럼 차질없이 업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인 멕시코전을 앞두고 국내 주관 방송사인 JTBC가 속한 중앙그룹 계열사인 중앙일보가 18일 22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 조기상환 요청을 이행하지 못해 1차 부도 처리됐다고 공시하면서 향후 임금 미지급을 비롯해 외주 제작사들에 대한 채무를 갚지 못해 줄도산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JTBC 드라마를 둘러싸고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JTBC 종합편성채널 중 띠편성을 통해 드라마를 꾸준히 제작해온 유일한 채널이다. '종합' 채널로서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해왔다는 뜻이지만, 결과적으로 JTBC에 큰 부담을 안겼다는 분석이다. 요즘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통상 150억 원 안팎이 투입된다. 주중, 주말 드라마를 각 한 편씩 매주 편성하고, 편당 12부작 정도라고 고려할 때, 1년에 JTBC에 편성되는 드라마는 16편 정도다. 산술적으로 2400억 원 정도가 필요한 셈이다. 또한 드라마는 외주 제작 시스템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제 때 약속된 용역비를 지급할 수 있을 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단정짓기 어렵다.
물론 드라마는 부가가치가 높은 작품이기 때문에 큰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드라마 시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콘텐츠 업계가 OTT 중심으로 재편됐고, 자연스럽게 광고도 OTT와 유튜브 시장으로 넘어갔다. 지상파를 비롯해 드라마를 꾸준히 제작하던 방송사들도 편성을 줄이게 됐고, 이처럼 안정성이 줄어들자 광고 집행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물론 한동안 드라마 시장을 선도했던 JTBC의 성과까지 매도할 순 없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재벌집 막내아들', '이태원 클라쓰', '스카이캐슬' 등의 히트작을 내놨고,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와 '왕과 사는 남자', 예능 '흑백요리사'도 중앙그룹에 속한 SLL중앙 계열 레이블에서 만들었다. JTBC가 2012년부터 2024년까지 투입한 콘텐츠 투자금액은 3조124억 원으로 TV조선(1조8566억 원)·채널A(1조5711억 원)·MBN(1조5395억 원)에 크게 앞선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성공이 결국은 무리한 투자로 귀결됐다는 지적도 무겁게 들린다. 또한 스튜디오 체제를 강조하며 주요 지식재산권(IP)을 SLL에 몰아주면서 JTBC의 재정 적자가 심화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JTBC는 돈을 벌어오는 주요 IP를 지난 2022년 말 SLL에 433억 원에 매각했다. 당시 SLL의 상장을 준비하던 시기라고 하지만, JTBC가 키운 고부가가치 콘텐츠가 SLL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를 짠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JTBC가 가진 SLL 지분은 2.85%에 불과하다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다음 달 15일 공개될 예정인 영화 '호프' 역시 제 때 문제없이 개봉될 수 있을 지 여부도 업계의 관심사다.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등이 주연을 맡아 지난 5월 열린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까지 진출했던 이 작품은 순수 제작비만 500억 원 가량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P&A 비용까지 합치면 총제작비는 600억 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역대 한국 영화 최대 규모다. 칸영화제 초청작이라는 기대감으로 해외 판매가 순조로웠다지만,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국내 관객만 700만 명 이상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소위 '대박'의 기준이라고 하는 1000만 관객을 달성해도 중앙그룹 계열인 메가박스중앙의 영화 사업 부문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호프'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앙그룹 계열사 구성원들의 혼선도 커지는 모양새다. 중앙일보·JTBC노동조합도 18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법인카드가 중지된 상황에서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 숙박비·식비 등은 오롯이 내 돈을 써야 한다"는 북중미 월드컵 출장 인력의 우려를 전했다. 노조는 "갑작스러운 사태에 노동자들은 생계와 일터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임금과 퇴직금은 정상적으로 지급되는지, 일자리와 근로조건은 지켜지는지,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필요한 여건은 유지되는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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