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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HOPE 해외매체 리뷰 '방금 내가 뭘 본거지?'

무명의 더쿠 | 05-19 | 조회 수 4457

hope.jpg 나홍진 HOPE 해외매체 리뷰 '방금 내가 뭘 본거지?'

 

 

https://www.worldofreel.com/blog/2026/5/17/na-hong-jins-hope-polarizes-cannes-and-unleashes-an-unhinged-blood-soaked-sci-fi-monster-freakout

 

방금 필자가 뭘 본 거지?

 

필자는 나홍진의 “호프”를 보고 완전히 멍한 상태로 극장을 나왔다. 감정적으로 무너진 것도 아니고, 지적으로 도전받은 것도 아니다. 그냥 진심으로 “대체 나홍진이 칸 영화제에 뭘 풀어놓은 거지?”라는 생각뿐이었다. 조용한 고통과 극도로 절제된 영화들로 가득한 경쟁 부문 라인업 속에서, 이 영화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그리고 그걸 목격하는 건 꽤 멋진 경험이다. 이런 영화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말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가 향하는 방향은 완전히 미쳐 있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거의 알 필요도 없다. DMZ 근처 외딴 마을 희망항에서 이상한 존재가 발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 지역 경찰 범석이 그 한가운데로 휘말려 들어간다. 그 이상은 모를수록 좋다. 영화가 점점 더 거대하고, 더 기괴하고,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통제 불가능한 무언가로 계속 변이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절반의 재미다.

 

2시간 40분 러닝타임 대부분 동안 “호프”는 엄청난 속도로 질주한다. 마치 나홍진이 “가장 크고, 가장 시끄럽고, 가장 정신 나간 SF 액션 괴수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뒤 칸 경쟁 부문 상영까지 성사시킨 느낌이다. 필자가 본 상영회 관객들은 꽤 당황한 분위기였지만, 분명 즐거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영화가 1시간쯤 지나도 전혀 진정되거나 점잖아질 생각이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관객들이 스스로 감각을 재조정하려 애쓰는 게 느껴졌다.

 

첫 한 시간만 해도 거대한 액션 시퀀스 하나가 계속 이어지는 수준인데, 마지막 한 시간은 또 다른 초대형 액션 덩어리로 변하면서 관객을 다시 한번 짓밟아버린다. 카메라 워크는 때때로 믿기 힘들 정도로 유려하고 자신감 넘치며, 마이클 에이블스의 음악은 현악기를 미친 듯이 몰아붙인다. 영화 전체에는 땀 냄새 나는 혼돈의 에너지가 가득해서, 다소 엉성한 부분들조차 이상하게 흥미롭게 느껴진다. 게다가 액션 상당수가 대낮에 벌어지는데, 그게 오히려 더 광기처럼 느껴진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

 

물론 분명히 해두자면, VFX에 대한 불만은 엄청 많이 나올 것이다. 실제로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있다. 나홍진은 칸 마감 시한을 한참 넘긴 뒤에야 겨우 편집을 끝냈다고 한다. 캐릭터들도 대부분 자신이 당면한 위험 외에는 거의 존재감이 없다. 그리고 엔딩은… 엔딩은 마치 나홍진이 갑자기 “관객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나 보자”라고 결심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솔직히? 필자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두고 봐라. 10년 뒤 이 영화는 21세기 최고의 액션 영화 중 하나로 불릴 것이다. 여기 나오는 몇몇 스턴트는 말 그대로 입이 벌어진다. 나는 액션 시퀀스를 보며 이렇게까지 짜릿했던 적이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가 10년 전 칸에서 상영됐을 때 이후 처음이다.

 

말했나? 황정민, 조인성, 호연 같은 한국 배우들 외에도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이 이 영화에 나온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사전에 알고 가지 않았다면 이들이 “호프”에 나온다는 사실조차 눈치채기 힘들다. CGI와 변조된 목소리 아래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묻혀 있어서, 굳이 왜 캐스팅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렇게까지 과하게 폭주하는 감독을 보는 건 뭔가 신선하다. 올해 칸 영화들 상당수는 감정을 지나치게 억누르고, 철저히 통제된 채, 추해지는 걸 두려워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호프”는 추하다. 엉성하다. 피와 비와 비명과 괴물 점액으로 흠뻑 젖어 있다. 벽에 닿는 모든 걸 전부 던져버린다. 액션은 끝없이 몰아친다.

 

영화가 끝났을 때 극장 전체에는 “우리가 방금 뭘 본 거야?”라는 탈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사실상 “이건 Part 1일 뿐”이라는 암시까지 던지는데, 그게 관객들을 더 열받게 만든 것 같았다.

 

솔직히 지금도 오늘 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완전히 이해가 안 된다. 거대한 피투성이 SF 괴수 액션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하는 이런 광경은 칸 역사상 처음처럼 느껴졌다. 상영 후 극장을 나서는 사람들의 반응은 혼란, 웃음, 짜증, 그리고 진짜 경외감이 뒤섞여 있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런 반응이야말로 이 정도로 정신 나간 영화에 가장 이상적인 반응처럼 느껴진다.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 순간조차도, 이 영화는 여기 경쟁작들 대부분이 갖지 못한 살아 있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 그리고 만약 이게 정말 Part 1이라면… 신이 우리 모두를 도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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