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유약한 왕’ 단종? 역사의 편견 뒤집은 상상력
3,493 18
2026.02.05 09:03
3,493 18

https://naver.me/xhPYrhGY


pZdOad

계유정난. 1453년(단종 1년) 음력 10월, 수양대군(세조)이 왕위를 찬탈하고자, 친조카인 단종을 보필하던 김종서·황보인 등을 제거한 사건.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학창 시절 국사책에서 접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역사가 스포일러이긴 하지만, 워낙 극적인 사건이었던만큼 계유정난은 대중매체에서 직간접으로 꾸준히 다뤄져 왔다. 1990년대 방영된 드라마 ‘한명회’와 ‘왕과 비’, 2011년 ‘공주의 남자’, 그리고 세조를 연기한 이정재의 레전드 등장 신으로 지금도 회자되는 영화 ‘관상’(2013)이 대표적이다.

같은 역사 사건을 배경으로 할지라도 ‘누구’를 취사선택해 ‘어떻게’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극 분위기는 늘 달랐다. 가령, 이덕화에게 KBS 연기대상을 안긴 ‘한명회’는 제목이 알려주듯 수양대군의 책사였던 한명회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였다. ‘공주의 남자’는 계유정난 뒤 원수가 되어버린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박시후)와 수양대군의 딸 세령(문채원) 간의 운명적인 사랑을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그려내는 차별화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2007년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최초 남북 합작 드라마가 만들어진 바 있는데, 그 드라마가 단종을 향한 사육신의 충절과 기개를 바탕으로 한 ‘사육신‘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렇듯 어린 조카를 죽음으로 내몰면서까지 권력을 잡은 삼촌 세조와 그런 세조를 도와 쿠데타를 성공시키며 권력자 반열까지 오른 한명회, 그리고 단종 복위를 위해 뜻을 굽히지 않았던 사육신 등의 캐릭터가 워낙 강렬해서일까. 애석하게도 계유정난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단종은 숱한 콘텐츠에서 이야기의 배경 혹은 병풍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았다. 고래들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나약한 왕으로,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어린 군주로.


이는 역사가 승자의 기록인 이유도 크다. 승자의 언어로 쓰인 기록에서 진실은 물음표를 품기 마련. 실제로 ‘세조실록’은 단종이 스스로 목을 매 자살했다고 몇 줄에 짧게 기록함으로써 어린 왕의 이미지를 더욱 나약하게 만들었다. 반면 훗날 ‘병자록’은 단종의 사망 원인을 자살이 아닌, 사약으로 적고 있다(단종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지금도 미스터리다).


(중략)


장항준 감독이 연출하고 박지훈이 단종을 연기한 ‘왕과 사는 남자’(4일 개봉)는 숱한 미디어에서 조연으로 머물던 단종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라는 점에서 각별하다. ‘유약한 왕’이라는 박제된 이미지를 지우고 주체적인 모습의 단종을 그려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왕위 찬탈극이 이미 끝난 시점에 시작하는 영화는 단종이 유배지에서 민초들과 마음을 나누며 강인한 범의 눈빛을 찾아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117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단종의 심리 변화를 입체로 표현해 낸 박지훈의 연기가 시쳇말로 ‘압살 수준’이다. 영화를 만든 장항준 감독은 이에 대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우리가 아는 단종의 나약한 이미지는 다 후대에 만들어진 거예요. 어리고, 왕이 됐다가 쫓겨나고, 비극적으로 죽었으니까 나약하고 줏대 없었을 거로 생각하는데, 그건 그 인물의 성격이 아니라 당시 정치적 상황일 뿐이죠.”

‘왕과 사는 남자’가 인물을 다룬 방식에서 흥미로운 또 하나는, 세조를 과감하게 생략한 전략이다. 모르긴 해도 ‘관상’에서 이정재가 남긴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게 남은 이유도 있지 않나 싶은데, 대신 영화는 세조가 했을 법한 롤을 유지태가 연기한 한명회에게 몰아줬다.

앞서 얘기했듯, 같은 역사 사건이라도 ‘누구’를 ‘어떻게’ 포커스에 맞추냐에 따라 뉘앙스는 다른 법. ‘유지태표 한명회’를 기존 한명회를 연기한 배우들과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되어줄 것이다.



목록 스크랩 (1)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디즈니·픽사 신작 <호퍼스> '호핑 기술 임상 시험' 시사회 초대 이벤트 111 00:04 4,53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669,86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559,69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676,19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859,470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48,06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88,34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09,74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7 20.05.17 8,619,97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498,32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66,029
모든 공지 확인하기()
407723 기사/뉴스 '이혼숙려캠프' 내림굿 강요하는 남편 등장…"내림굿 안받으면 이혼" 3 11:07 756
407722 기사/뉴스 포레스텔라, 타이틀곡 선공개 강수…5년 만의 정규 화끈한 예열 [N이슈] 1 11:05 84
407721 기사/뉴스 황희찬 측, '차량 의전 업체' 갑질 의혹에 "전부 허위사실"…정면 반박 예고 [공식] 8 11:01 1,041
407720 기사/뉴스 [단독] '환친자' 또 모여라…티빙, '환승연애5' 제작 확정 21 11:01 742
407719 기사/뉴스 최선규 “3살 딸 트럭 깔려 사망 판정…품에 안자 기적 일어나” 17 10:59 1,455
407718 기사/뉴스 황보라, 9개월 아들 '성격 비하' 댓글 박제..."선 넘은 악플" 팔로어들 공분 3 10:56 1,387
407717 기사/뉴스 [단독] 檢 "송민호 102일 복무이탈…관리자 '나 출근 안함' 힌트도" 2 10:55 405
407716 기사/뉴스 [속보]"죽을 줄 몰랐다" 모텔서 약물 음료 건네 남성 숨지게 한 20대 女 구속 심사 8 10:54 804
407715 기사/뉴스 [속보] 코스피, 장 중 사상 첫 5500 돌파…6000까지 단 500포인트 12 10:54 527
407714 기사/뉴스 [속보] 코스피 사상 첫 5500 돌파 57 10:53 1,117
407713 기사/뉴스 [공식입장] 황재균, 야구 은퇴하더니 SM C&C 입성…이젠 방송인 2 10:48 712
407712 기사/뉴스 “쿠팡 유출 용의자, 성인용품 구매 3000명 명단 있다 ‘돈 내놔라’ 협박”...金 총리 “역대급 사건” 15 10:48 1,332
407711 기사/뉴스 '대상' 이제훈, 하영과 손 잡았다…'승산 있습니다' SBS 2027년 방영 [일드 '리갈 V ~전 변호사 타카나시 쇼코~' 리메이크] 9 10:42 684
407710 기사/뉴스 [속보] '평양 무인기 의혹' 김용대 전 드론사령관 파면 8 10:42 762
407709 기사/뉴스 46세 되어서야 첫 주택 구입... 부모 세대보다 14년 늦어진다 17 10:41 1,241
407708 기사/뉴스 오픈AI, ‘성인 모드’ 반대한 여성 임원 해고…회사 “성차별 때문” 해명 12 10:38 1,059
407707 기사/뉴스 "여러분 감시하려 ICE 와있다"…세일즈포스 CEO, 농담으로 구설 2 10:35 635
407706 기사/뉴스 [단독]황재균, 강호동·전현무와 한솥밥…SM C&C 전속계약  6 10:35 1,104
407705 기사/뉴스 꽉 찬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당신, 살찌는 중일 수도 13 10:35 1,585
407704 기사/뉴스 "이럴 거면 대통령도 TIGER만 샀지"…모르고 사면 수수료·수익률 손해 보는 KODEX 200 18 10:34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