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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무슨 돈으로 주식” “투자로 더 벌어”…5000피 시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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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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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자형 양극화…코스피는 뜨거운데 내수는 찬바람
 

서울에 사는 30대 초반 남성인 취업준비생 A씨는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 중”이라고 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감정평가법인에 들어가려고요. 어시(보조원)로 5년쯤 일하면 감정평가사 1차 시험이 면제되거든요. 감정평가사로 일하는 게 제 목표예요.” A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에 취직했다가 그만뒀다. 박봉에 야간 근무도 잦았다. 고졸이라고 무시당하는 일도 있었다. 군대 전역 후 느지막이 대학에 가서 2년 전 졸업했다. 지금은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생활한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도 해지하고, 생활비 아끼는데도 빠듯해요. 월세도 내야 하고, 학자금 대출은 500만원 더 남아 있고….”

 

A씨를 만난 날은 지난 1월 28일. 코스피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5100을 넘어섰고, 코스닥지수도 2000년 8월 ‘닷컴 버블’ 이후 약 26년 만에 1100선을 돌파한 날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A씨는 보유한 주식이 단 1주도 없다. “5년 전이었나. 공모주가 핫했잖아요. 뭣도 모르고 그냥 주식 잘 아는 친구 따라 공모주 청약했다가, 그날 팔아서 40만원을 벌었어요. 1주 팔아서 그렇게 번다는 게 신기하긴 했죠. 지금은 돈도 없고, 정보도 없어서 주식을 하지 않아요. 제 주변에 고졸 친구도 있고, 대졸 친구도 있거든요. 명문대 대졸 친구들 보면 다들 주식하고요. 고졸 친구들은 거의 안 해요. 먹고살기도 빠듯한 걸요.”

 

‘코스피 5000시대’를 맞았지만 실물 경기는 차갑기만 하다. 취업준비생인 A씨에게는 더욱 그렇다. 지난 1월 22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3%(속보치)다. 민간의 경기주체, 특히 가계는 ‘코스피 5000시대’를 어떻게 맞고 있을까. 주간경향은 취업준비생, 인턴·중소기업 노동자, 자영업자, 농민 등을 만나 그들의 ‘주머니 사정’을 물었다.

 

 

“돈이 빠듯한데 뭐로 주식을 하겠나”
 

B씨에게 “예·적금을 하냐, 주식을 하냐” 물었더니 “(주택)청약통장, 삼성전자 3개, 엔비디아 1개가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계속 밀어줄 것 같아서 삼성전자 주식을 조금 산 거죠. 작년 10월에 9만원대에 사서 좀 벌었고요. 엔비디아도 비슷한 시기에 샀는데 그때도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어서 별 볼 일 없어요. 국내 주식시장이 갑자기 올라서 거품이 확 꺼지지 않을까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반도체주는 계속 오를 것 같거든요. 반도체주는 조금씩이라도 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수도권에 사는 30대 초반 여성 C씨의 연봉은 4000만원 수준이다. 그는 오는 5월 결혼식을 올리는데, 현재 신혼집을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전셋집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그가 원하는 지역의 20평대 아파트 전세가는 3억~4억원 수준이다. 그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아파트 전세가는 높고 이자도 부담이 된다”며 “싼 빌라로 알아보자니 전세사기를 당할까 걱정된다”고 했다. “월급은 안 오르고 들어갈 돈은 많은데 무슨 돈으로 주식을 하겠어요?”

 

반면 “작년부터 국장에 본격적으로 투자했다”는 서울의 40대 남성 D씨는 “‘스윙’으로 꽤 많은 돈을 만졌다”고 했다. 스윙이란 주식을 매수한 뒤 1~2주 정도만 보유하며 주가의 추세를 이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12만원대에 들어가서 30% 정도 수익을 냈고, 에코프로는 10%, 포스코는 20% 정도 수익을 봤죠. 한전KPS, 현대모비스, 가온칩스 다 수익이 났어요. 전부 스윙으로. 요새 물가 엄청 비싸잖아요. 그나마 주식시장이라도 좋으니 저도 먹고살 만한 거죠. 기자님도 주식 투자 좀 해봐요. 원전 관련주 괜찮을 거예요.”

 

그는 “지금 코스피지수가 버블이 아니”라고도 했다. “이재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저평가된 국내 주식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그래서 실질적으로 사람들이 부동산이 아닌 주식을 통해 돈을 벌게 하겠다는 거잖아요. 제대로 된 정책이죠. 저는 코스피 7000도 문제없다고 봐요.”

 

 

 

박탈감 느낀다는 이들 적지 않아

 

서울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E씨는 “20년간 커트 가격을 1만원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단골들이 근처 봉제공장 직원들이거든요. 대부분 일당 받는 분들이에요. 단골들 사정이 빤하니까 커트 가격을 올릴 수 없죠.”

 

하지만 지난해 12월 말부터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는 “단골들이 두 번 오던 걸 한 번으로 줄였다”며 “옷 10장을 만들면 10장 값만 벌고, 주문 없으면 출근도 못 하는 분들인데 요새 옷 주문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염색이나 펌(파마)하던 분들은 커트만 한다”고 했다. 인근에서 미용실을 하던 E씨의 친구는 손님이 없어 가게 문을 닫았다. 대신 E씨에게 하루 사용료를 내고 E씨의 미용실에서 자기 손님을 받는다.

 

그나마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내는 손님들이 많아 벌이가 좋았다. “1차, 2차 민생쿠폰 있을 때는 가족 단위로 오셔서 머리를 하셨어요. 손님들이 ‘기왕 들어온 돈이니까 평상시에 머리 하고 싶었던 거 해야지’, ‘이왕 외출한 김에 외식도 하고 가야지’ 하더라고요. 저희 가게가 펌은 6만원이고, 염색은 5만원이거든요. 펌하고 염색하는 분도 많았어요. 올해 경기가 너무 안 좋은데 3차 쿠폰도 하면 좋겠어요.”

 

그는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뛰는 것을 보고, 1주당 14만원선에서 40주를 샀다. “오늘 보니까 40만원 이익이 났더라고요. 일해서 버는 것보다 주식으로 버는 게 더 많겠더라고요. 돈만 있으면 더 하고 싶을 정도예요. ‘이게 맞나?’ 씁쓸하기도 하고요.”

 

광주광역시에서 음식점을 하는 F씨는 “수도권도 힘들다지만 지역 경기는 더 안 좋다”며 이렇게 말했다. “광주 평동공단, 하남공단에 삼성전자 가전제품 부품 만드는 1차 벤더, 2차 벤더가 많아요. 이분들이 지역에서 돈 벌고 돈 쓰는 분들이잖아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삼성 등 대기업에서 받아오는 물량이 적어져서 문 닫은 곳이 많죠. 최근에 제가 아는 공단 사장 중 두 분이나 폐업을 결정했어요. 공장 문 닫는데 음식점이라고 버틸 재간이 있겠어요? 광주 사람들은 없어도 없는 척을 안 해요. 자존심 세고 돈 없어도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광주의 외식 경기가 죽어버렸다는 건 사람들이 쓸 돈이 정말 없다는 얘기예요.”

 

주간경향이 만난 이들 상당수는 “올해 경기가 좋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주가지수가 고공행진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과 함께 박탈감을 느낀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에게 “이재명 정부에 무엇을 주문하고 싶냐”고 묻자 “집값 좀 낮춰줬으면 좋겠다”(C씨), “대출금을 성실하게 갚는 사람에게 혜택을 줬으면 좋겠다”(E씨), “지역을 지키는 기업들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F씨) 같은 답이 돌아왔다. 취업준비생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일한 만큼 돈이나 잘 벌었으면 좋겠어요.”

 

 

https://n.news.naver.com/article/033/000005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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