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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12일 천대엽 처장 주재로 법원장 임시회의 개최
각급 판사들 의견 수렴 토대로 사법부 공식 입장 도출 전망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9월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2024년도 결산안이 처리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사법 개혁' 칼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대법원이 전국 법원장회의를 개최한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주요 의제에 대해 법원장과 각급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사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오는 12일 오후 2시 서초동 청사에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주재로 전국 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개최한다.
대법원이 9월에 임시회의 형태로 전국 법원장들을 불러 모으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법원장회의는 매년 3∼4월, 11∼12월에 한번씩 총 두 차례 정기적으로 열렸다. 대법원의 이 같은 행보는 민주당이 '추석 전' 사법 개혁 관련 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예고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천 처장은 지난 1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 내 법원장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민주당의 입법 압박을 '비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전국 법원장들에게 소속 법관들을 상대로 한 의견 수렴에 착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전국 각급 법원에서는 판사들의 의견을 모으는 절차를 진행해왔다.
임시회의에서는 법원장들이 파악한 소속 판사들의 의견을 토대로 핵심 사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회의 이후 대법원은 사법행정기관인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대응에서 더 나아가 전체 구성원의 뜻을 모은 공식 의견을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사법 개혁 특위는 △ 대법관 증원(14→30명) △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 △ 법관평가 제도 개선 △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의 5대 의제를 중심으로 한 사법 개혁 법안을 추석 전까지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선서에서 조희대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천 처장은 코트넷을 통해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법원행정처의 의견서 내용을 공유했다.
우선 대법관 수 증원과 관련해서는 "대법관 수를 과다하게 증가시키는 개정안은 재판연구관 인력 등 대규모 사법자원의 대법원 집중 투입으로 인해 사실심 약화의 큰 우려가 있다고 했고, 예산·시설 등의 문제도 언급했다"고 밝혔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방안에 대해선 "현재 추천위 구성상 위원들이 대법원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고, 법관평가위원회 등을 통한 법관평가제도에 대해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임을 명확히 밝혔다"고 전했다.
사법부를 배제한 채 국회 차원에서 사법 개혁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헌법상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의 구조를 개편하는 경우에는 법관 사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사법부의 공식적인 의견이 제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천 처장은 이와 함께 내란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위헌 소지가 있고,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 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천 처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법원이 아닌 외부 권력기관이 재판부의 구성에 관여한다는 것은 직접적으로는 사법부 독립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고, 간접적으로는 결국 재판에 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일반 국민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의 발언을 인용하기도 했다. 천 처장은 "가인 김병로 선생께서 이승만 정권 시절 '국회에서 절차를 밟아 제정한 법률이라 하더라도 그 내용이 헌법정신에 맞지 않으면 국민들은 입법부에 성찰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전체 법관들이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많은 걱정을 하고 있어 부디 국회에서 잘 살펴서 현명한 결론을 내려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천 처장은 이와 함께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담긴 재판 중계와 관련해서도 위헌성 시비가 생길 수 있고, 법정에서 증언 거부 빈도가 많아져 재판 진행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