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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요 기업들의 신입사원 입사식이 일제히 열린 지난 1일, ‘퇴사’를 선택한 신입사원들이 적지 않았다.
퇴직 대행 서비스 ‘모무리(もう無理, 더는 무리)’를 운영하는 알바트로스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총 134건의 퇴직 의뢰가 접수됐으며, 이 중 다섯 건은 신입사원들이었다. 입사 첫날, 연수조차 끝나기 전에 퇴사를 결정한 것이다.
모무리는 퇴사를 직접 말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회사에 대신 사직 의사를 전해주는 퇴직 대행 서비스다. 이름 그대로 ‘더는 무리’라는 감정을 표현하며 퇴직을 결정한 이들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입사 시즌에는 입사 초기의 스트레스나 불만족으로 대행 서비스를 찾는 사례가 급증했다. 알바트로스 측은 "입사 후 며칠 되지 않은 이들, 심지어는 첫날 바로 의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퇴사 이유로는 “연수 과정에서 협박성 발언을 듣고 자신감을 잃었다”, “기대했던 일과 달리 전혀 보람을 느낄 수 없었다”는 등의 심리적 부담이 주를 이뤘다. 이는 단지 업무 강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직장 내 문화와 인간관계, 자기계발의 기회 부족 등 다층적인 원인에서 비롯된다.
이 같은 현상은 기존 일본의 평생직장 문화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이전 세대는 첫 직장을 인생 전체로 간주하고 조직에 충성하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현재의 젊은 세대는 개인의 만족과 정신 건강을 더 중시한다. 이들은 직장에서의 불합리나 모욕적인 언행을 참고 넘기기보다는, 빠르게 이탈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일본 사회 전반에서 일과 삶의 균형, 직장 내 권위주의, 상하 관계 중심의 업무 관행 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임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MZ세대의 직업관 변화와 빠른 이직 트렌드가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첫 회사는 경험의 장일 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조용한 퇴사', '갓생' 등 자기 중심적 삶을 추구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특히 한국에서도 ‘퇴사 대행’ 서비스가 점차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사례는 이 현상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이는 기업의 인재 유지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초기 적응을 돕는 시스템 마련이 없으면 신입 채용에 들인 비용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한국 기업들도 조직문화 혁신과 함께, 신입사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일본의 입사 첫날 퇴사 사례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와 기업 문화 간 간극을 보여주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