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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석 감독이 지난 1월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 사태 당일 부서진 건물 외벽을 찍은 모습. 정윤석 감독 촬영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법원 내부에서 촬영하다가 기소된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영화 촬영이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출입이 금지된 법원 내부에 들어간 건 위법하다는 취지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우현)는 1일 정윤석 감독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촬영을 위해 법원 경내에 진입한 사실, 경찰에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고 촬영만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는 정 감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개인적인 작품 활동은 언론의 보도보다는 ‘정당행위’(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처벌하지 않는 행위)로 인정되는 범위가 좁다고 봤다. 재판부는 “영화를 찍을 표현의 자유 내지 예술의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작품 활동은 보도 목적이 명백한 언론기관과 비교해 수단·방법이 상당한지,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하는지 등 정당행위의 성립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당시 법원이 외부인의 출입 자체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었고, 피고인은 경찰이 정문 출입을 막자 강제 개방된 후문으로 경내에 들어갔다”며 “또 경내로 진입하기 전에도 법원 담벼락 사이로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의 대치 상황을 촬영했다는 것으로, 침입행위 없이도 다큐멘터리 제작에 필요한 영상을 어느 정도 촬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서부지법에 들어가지도 않고도 다큐멘터리 촬영이 가능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출입이 금지된 장소에 들어갔다는 취지다.
다만 법원은 정씨의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는 무죄로 보고 단순건조물침입 혐의만 인정했다. 특수건조물침입죄는 여럿이 함께 흉기를 지니고 건물에 침입할 때 성립된다. 재판부는 “정씨는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거리를 두고 후문 울타리 쪽에 붙어서 비디오카메라로 촬영만 하다가 체포됐을 뿐,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경찰과 대치하는 등으로 다중의 위력을 보일 만한 행위는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20년간 사회적 사건을 다큐멘터리에 담은 정 감독은 지난 1월19일 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촬영하던 중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검찰이 정 감독을 기소하자, 박찬욱·김성수·이명세 감독 등 영화인과 시민 2781명이 공소취소와 무죄 선고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 감독은 항소해서 무죄를 다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