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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판단한 정서적 고통의 가치
가족처럼 아끼던 반려견이 눈앞에서 다른 개에게 물려 목숨을 잃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과 고통. 과연 이 마음의 상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최근 법원은 한 견주가 겪은 이 끔찍한 고통의 값을 ‘150만 원’으로 매겼다.
한순간에 벌어진 비극…대형견의 공격
포메라니안을 키우던 A씨는 2024년 5월 27일, 자신의 가게 앞에서 끔찍한 사고를 목격했다. B씨가 데리고 있던 달마시안 믹스견이 갑자기 달려들어 A씨의 반려견을 무참히 공격한 것이다. B씨의 반려견은 대형견이었고, 순간적으로 흥분해 목줄과 입마개가 풀리면서 A씨의 작은 포메라니안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결국 A씨의 반려견은 세상을 떠났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3,300만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반려견의 분양 비용은 물론, 반려견을 잃은 정신적 충격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한 것이다.
"네 탓" 공방 벌인 견주들…법원의 판단은?
법정에 선 B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B씨는 "목줄을 하지 않은 A씨의 반려견이 먼저 달려들어 짖는 바람에 내 개가 흥분한 것"이라며 "사고 책임은 A씨에게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전지방법원 송현직 판사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반려견이 소형견이고 B씨의 반려견은 대형견이라는 점, 사고 당시의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A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사고의 책임을 100% 대형견 견주인 B씨에게 물었다.
법원이 매긴 슬픔의 값, '위자료 150만 원'
법원은 A씨가 입은 손해를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위자료)' 두 가지로 나누어 계산했다.
① 재산상 손해: 반려견 분양가 159만 원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된다. 따라서 법원은 재산상 손해로 A씨 반려견의 분양 가격인 159만 원을 인정했다. A씨가 청구한 기존 병원 진료비나 사료값은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② 정신적 고통(위자료): 150만 원
재판부는 반려견의 죽음이 단순한 '물건'의 손괴와는 다르다고 분명히 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통상 반려견은 보호자와 정서적 교감을 하는 존재"라며 "원고가 반려견의 사망으로 재산상 손해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밝혔다.
법원은 A씨와 반려견이 함께한 시간, 사고 경위, 사고 후 B씨의 태도 등을 모두 고려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150만 원으로 정했다. 결과적으로 B씨는 A씨에게 재산상 손해 159만 원과 위자료 150만 원을 합한 총 309만 원을 지급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