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명의 사망자를 낸 에어인디아 여객기의 추락 사고 원인이 비행기를 몬 기장에게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사고 정황을 근거로 여객기를 운항한 사바르왈 기장이 직접 연료 스위치를 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12일 인도 아메다바드 공항에서 영국 런던 개트윅 공항으로 향하던 에어인디아 AI171편 여객기가 이륙 직후 인근 의대 기숙사 건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항공기 탑승자 242명 중 241명이 사망했고, 충격으로 지상에서도 19명이 사망했다.
사고를 조사하는 인도 항공사고조사국(AAIB)은 사고 한 달 뒤인 지난 12일 공개한 예비 조사 보고서에서 "한 조종사가 다른 조종사에게 스위치를 왜 옮겼는지 물었고, 다른 조종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다만 질문자가 기장인지 부기장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WSJ는 사고 직전 조종사들의 대화가 담긴 음성녹음(CVR)을 들은 조사 관계자들을 인용, 부기장이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륙한 직후 기장에게 "왜 항공기 엔진으로 연료를 공급하는 스위치를 '작동' 위치에서 '차단' 위치로 옮겼느냐"고 질문했던 세부 사실을 공개했다. 대화 당시 부기장은 놀라며 당황했지만, 기장은 침착한 태도를 유지한 것으로 보였다고 WSJ는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이륙 당시 항공기를 조종 중이던 부기장은 양손이 바빴을 것이고, 감시 역할을 하던 기장은 손이 자유로워 스위치를 조작했을 수 있다"며 기장이 스위치를 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 사고가 만약 미국에서 발생했다면 범죄 가능성을 열어둔 형사 사건으로 다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 텔레그래프도 "기장이 우울증과 정신건강 등 문제로 3, 4년간 비행을 중단하고 병가를 낸 적이 있다"며 "사고 원인이 기장에게 있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캠벨 윌슨 에어인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조종사들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는 언론 보도들이 나오자 "조종사들이 사전에 음주 측정을 통과했고, 건강 상태에 대한 별도의 의학적 소견은 없었다"며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도 섣부른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AAIB는 사고 원인에 대한 결론을 아직 내리지 않았다. 예비 보고서에서도 스위치를 옮긴 사람이 기장인지 부기장인지, 스위치 조작이 실수였는지 고의였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디자인 결함, 기계 고장, 정비 문제의 가능성도 열여둔 상태다. AAIB는 추가 조사를 거쳐 1년 안에 최종 보고서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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